[매경춘추] 자산의 영예

2023. 12. 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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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일곱 편의 ESG 에세이를 썼다.

주식회사는 자산이 소멸되면서 생긴 수익을 자본에 쌓으면서 업을 지속한다.

기업의 모든 자원이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은 영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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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 일곱 편의 ESG 에세이를 썼다. 오랫동안 딱딱한 글만 써온 터라, 에세이를 쓰기 위해 글쓰기의 온도를 갑자기 바꾸는 것이 버거웠다. 그 결과 지난 글들은 모두 어색하게 말랑하고 애매하게 딱딱한 글이 됐다. 그러니 마지막 글은 아예 본캐의 딱딱 모드로 써야겠다. 딱딱한 주제로는 역시 회계가 딱이다.

주식회사의 재무상태표에는 자산, 부채, 자본이 기록된다. 이 표는 대차대조표라고도 부르는데, 차변의 자산과 대변의 부채, 자본을 대조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자산은 기업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이다. 자산은 스스로를 희생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재고자산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면서 매출을 기록하고 재무상태표에서 제거된다.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도 수익 창출에 기여하면서 점차 상각된다. 이렇게 창출된 수익은 궁극적으로 자본을 증가시킨다. 주식회사는 자산이 소멸되면서 생긴 수익을 자본에 쌓으면서 업을 지속한다. 만약 자산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손실을 내면 자본이 잠식되어 업이 종료될 수도 있다. 가치 있는 자산을 보유한 조직만 지속가능하다.

기업의 모든 자원이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면 애초에 자산으로 인식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연구개발 지출은 자산으로 인정받기 어려운데, 가치 창출의 경로와 그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 역량에 대한 매우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만족시켜야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셈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회사에 추천할 때에도 '귀사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쓰곤 한다. 회사의 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인재라는 의미다. 자산으로 기록될 수 있는 것은 영예다.

사회에도 대차대조표가 있다. 기업회계의 자산은 재무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인식하겠지만, 사회회계의 자산은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인식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재무적 가치는 물론, 환경이나 인권 같은 비재무적 가치도 아우른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여 사회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사회의 자산이다. 지나치게 사적 이익만 앞세우는 주체가 많아지면 부정적 외부 효과는 커지고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지 못한다. 자본잠식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가치 있는 자산을 보유한 사회만 지속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까. 어떤 자산이 우리의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고 있을까.

계속기업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100년을 내다보는 계속기업들은 사회가 지속가능해야 본업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계속기업은 외부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성찰하며, 사회와 화목하다. 시장도 이들이 지속가능사회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이들에게 '돈쭐'을 내주며 지속가능사회의 전망을 함께 세운다. 함께 잘살 수 없으면 아무도 잘살 수 없는 이 초연결의 시대에서 이 같은 기업과 사회의 연대가 사회를 진보시키고 번영시키는 사회적 자본이다. 우리는 함께 영예로울 수 있다.

[이우종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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