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피·땀·눈물 … 대한민국 위상 드높였다
각 방면에서 많은 인물이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 한 해였다. 정치권에서는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가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돼 42일간 파격적인 변화를 주문하며 '정치 개혁'을 주도했다. 1973년생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동시에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역대 최대 실적과 기술 혁신을 선보이며 현대차·기아를 전 세계 톱3 자동차 회사로 도약시켰다.
스포츠인의 활약도 눈부셨다. 안세영 선수는 올해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결승전에서 초인적 부상 투혼으로 잊고 있던 한국인의 근성을 일깨웠고, 이정후 선수는 한국 선수 역대 최대 금액으로 계약하며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재난 현장에서 서로를 구조한 시민들의 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1 안세영 선수 아시안게임 투혼의 금메달
올해 10월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은 무릎을 다치고도 투혼으로 금메달을 따내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17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우승 10차례, 준우승 3차례, 3위 3차례를 기록했다. 여자 단식 선수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대회에서 한 시즌에 타이틀 9개 이상을 거머쥔 것은 안세영이 최초다.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단식 우승이라는 새 역사도 썼다. 빛나는 성취는 피나는 노력의 결과다. 지난 3년간 단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지난겨울에는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모래판 훈련으로 근력과 순발력을 키웠다.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안세영은 새벽·오전·오후·저녁, 하루에 4차례 모두 스스로 나와 운동했다"고 밝혔다.
2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리더
회장으로 취임한 지 올해 만 3년을 맞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실적 상승과 모빌리티 미래 비전 제시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인으로 부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처음으로 세계 자동차 판매 3위에 올라섰다.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돌며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는 올해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상장기업 영업이익 1위에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시장을 주도하는 퍼스트무버 전략을 펼치며 전기차 개발과 점유율 확대를 추진 중이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항공교통(UAM), 수소 등 신기술 확보에도 앞장서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또 그는 세계적 권위를 지니며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가 선정하는 '자동차 산업 올해의 리더'에 올랐다.
3 '페이커' 이상혁 롤드컵 4회 우승 'e스포츠 전설'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로게이머인 '페이커' 이상혁은 e스포츠 분야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 농구로는 마이클 조던 같은 선수다. 올해 한국에서 열린 202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 우승 타이틀(4회)을 경신했다. 롤 관련 모든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MVP로 선정된 최초이자 유일한 선수다. 롤이 첫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대한민국 대표팀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023년 스포츠계 10대 파워리스트'에 페이커를 포함시키며 그의 사진을 가운데 배치했다. 미국으로 소속팀을 옮긴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 미국프로야구(MLB) 역대 최고 계약액(10년 7억달러)을 기록한 오타니 쇼헤이 등이 페이커와 함께 파워리스트에 포함됐다.
4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 여당 혁신 불씨 댕겨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한국 정치판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6주 만에 홀연히 손을 털고 떠났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인 전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깜짝 발탁했다. 인 전 위원장은 혁신위 활동 기간에 쉴 새 없이 파격적인 개혁안을 내놨다. 임명 후 얼마 되지 않아 친윤석열·지도부·중진 의원들을 향해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를 택하라고 압박했다. 지도부가 이를 외면하자 갈등 끝에 혁신위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하지만 인 전 위원장이 댕긴 혁신의 불씨는 결국 국민의힘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이끌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 전 대표가 마지못해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다. 인 전 위원장이 내년 총선 국면에서 다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5 이정후 선수 MLB 진출 '1억달러 사나이'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몸값 '1억달러의 사나이'가 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다. 올해 초 MLB 진출을 일찌감치 타진해온 이정후는 지난 16일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공식 입단했다. 계약 규모는 6년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500억원). KBO리그에서 MLB로 건너간 한국 선수 중 역대 최고 계약이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의 대를 이은 '2세 야구 스타' 이정후는 2017년 신인상, 2022년 최우수선수(MVP) 등 KBO리그 간판타자로 활약해왔다. 이어 총액 150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하고 MLB에 입성했다. 창단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에 새 둥지를 튼 이정후는 "난 한국에서 온 '바람의 손자'다. 꿈을 이뤄 기쁘다. 이기기 위해 왔다"며 각오를 다졌다.
6 故 임성철 소방장 화마 속 노부부 구하고 순직
화마에 뛰어들어 노부부를 구하고 순직한 고(故) 임성철 소방장은 29세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동료 소방관들은 그를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던 소방관으로 기억한다.
대학에서 응급구조를 전공하고 소방관의 꿈을 키워온 그는 2019년 경남 창원에서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2021년부터 제주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해왔다.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감귤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그는 구급대원임에도 소방호스를 들고 진압대원들과 함께 화마 속으로 뛰어들었다. 창고 옆 주택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화재를 진압했지만 떨어지는 콘크리트 더미를 차마 피하지 못했다. 그의 희생 덕분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커졌다. 동시에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남은 이들의 몫이 됐다.
7 BTS 7명 전원 입대 '진정한 아미'
당대 최대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군 복무를 시작했다. 이들의 공식 팬덤명이 '아미'(군대)인데, 데뷔 10주년을 맞은 올해 '진짜 아미'가 된 셈이다. 정치권 일각의 병역 면제 논의가 수포로 돌아간 후 지난해 12월 가장 먼저 맏형 진이 입대했다. 이어 이달 육군 현역으로 동반 입대한 지민·정국까지 7인 전원이 줄줄이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들은 올해 내내 왕성한 솔로 활동으로 K팝의 전성기를 불태웠다. 특히 지민과 정국은 각각 솔로 곡 '라이크 크레이지' '세븐'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BTS는 모든 멤버가 제대하는 2025년 6월 이후 완전체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빠르게 변하는 팝 시장에서 이들의 군 공백기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작은 쉼표' 후 더 깊어질 음악성에 대한 기대를 품기엔 충분하다.
8 염경엽 감독 LG트윈스 29년 만에 우승 이끌어
올해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29년 한'을 풀었다. KBO리그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해 1994년 이후 무려 29년 만에 프로야구 최강 팀이 됐다.
지난해 11월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부임 1년 만에 LG의 한을 푼 지도자가 됐다. 현역 시절 프로 통산 타율 1할대(0.195) 타자였던 그는 넥센 히어로즈 감독, SK 와이번스 단장과 감독을 경험하면서 리더십을 쌓았다. 그리고 우승이 절실했던 LG를 강팀으로 바꿨다.
패배 의식을 줄이고, 뛰는 야구를 강조한 염 감독의 지도력에 LG는 6월 이후 시즌 내내 1위를 달렸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필승조 투수 운영, 폭발력 있는 타선을 이끌어 kt 위즈를 4승1패로 눌렀다. 감독으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염 감독은 "LG 왕조는 이제 시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9 시민 영웅들 오송지하차도 참사서 릴레이 구조
침수현장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시민들이 서로를 구조한 장면이 진한 여운과 감동을 안겼다. 지난 7월 15일 충북 오송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제방 둑이 터지면서 범람한 강물이 지하차도로 유입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유병조 씨(44), 정영석 씨(45), 한근수 씨(57), 양승준 씨(34)는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섰다. 달리던 버스가 멈추고 물이 차량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자 유씨는 자신이 몰던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가 버스에 타고 있던 여성 1명과 차량 뒤편 물에 떠 있던 남성 2명을 구했다. 유씨가 구조한 정씨는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다른 시민들을 발견하고 여성 두 명을 차례로 구해 안전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한씨는 운전하고 있던 1t 트럭에서 빠져나와 중앙분리대를 붙잡고 지하차도를 빠져나가던 중 여성이 차에서 나오도록 도왔고, 양씨 역시 차 안에 있던 부부가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우며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10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국 보수 구원투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직을 던지고 여당의 사령탑으로 단숨에 올라섰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물로서 법무부 장관에 발탁된 지 1년8개월 만에 일약 여당의 1인자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위상을 굳힌 것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계에 데뷔한 한 위원장은 야권의 운동권 인사들을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586' 운동권에 맞서 싸우겠다는 취임 일성을 내놨다. 자신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하며 배수진도 쳤다. 이와 동시에 '용기와 헌신' '선민후사' 등을 언급하며 정치인의 희생을 강조했다.
만약 그가 내년 총선을 여당 승리로 이끈다면 '잠룡'으로서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위원장의 조기 등판은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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