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 배우 이선균 씨가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여 만에 안타깝게 숨졌습니다.
여러 차례 소환 조사에도 뚜렷하게 나온 물증이 없어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문제이고 남은 수사는 어떻게 되는지,
사회부 임예진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고 이선균 씨, 발인이 오늘이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 씨가 마지막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뒤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27일이었습니다.
이후 빈소가 차려졌고, 오늘 발인이 진행됐습니다.
낮 12시에 이뤄졌는데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유해는 경기 광주시 삼성 엘리시움에 봉안됐습니다.
이 씨가 워낙 유명인인 만큼 장례와 발인에 대해서도 언론의 관심이 컸는데요.
유족과 소속사는 마지막 가는 길 만큼은 조용히 치르고 싶다는 요청을 언론사에 보냈고요.
저희 YTN을 포함한 많은 언론사들이 이 뜻을 존중해 현장 취재를 하지 않았고, 비공개로 발인이 엄수됐습니다.
[앵커]
앞서 장례식장엔 많은 위로의 발길이 이어졌죠?
[기자]
네, 빈소는 그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는데요.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습니다.
영화 '끝까지 간다'에 함께 출연한 배우 조진웅 씨를 비롯해 정우성, 이정재 씨 등 연이 있던 동료들이 빈소를 찾아 애도했고요.
이 씨가 주연으로 활약했던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출연한 박소담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도 직접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전했는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유인촌 / 문화체육부 장관 : 나도 마음이 어렵고 어쨌든 뭐 돌아가셨으니까…. 오히려 나는 선배 입장에서 훨씬 더 여러 가지로 하여간 좀 착잡하고 마음이 아파요.]
[앵커]
마약 수사 내용 정리해보죠.
이선균 씨 마약 투약 의혹이 처음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게 지난 10월이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0월 19일 '톱스타 L씨가 마약 관련 혐의로 경찰의 입건 전 조사를 받는다'는 내용이 한 지역신문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L 씨가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선균 씨라는 추측이 불거졌고, 다음날 이 씨의 소속사가 공식 입장을 내면서 세간에 공개됐습니다.
이 씨는 강남 유흥업소 실장 김 모 씨 자택에서 대마초와 케타민을 여러 차례 피우거나 투약한 혐의로 입건돼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10월 28일 첫 소환 조사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거듭 사과와 함께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선균 / 배우(지난 10월 28일, 1차 조사) : 지금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날 이 씨는 소변을 활용한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1시간 만에 귀가했는데요.
모발과 겨드랑이털을 채취해 두 차례 진행한 국과수 정밀 감정에서도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번째 소환 조사에서 이 씨는 '유흥업소 실장에게 약을 건네받아 투약했지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 씨의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하면서 수사를 이어간 경찰은 지난 23일, 세 번째로 이 씨를 불러 다음날 새벽까지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앵커]
경찰의 이번 수사를 놓고 초기부터 여러 비판이 이어져 왔어요.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됐던 겁니까?
[기자]
일단, 단순 첩보를 토대로 기초 조사를 하던 내사 단계에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 수사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사실 연예인 마약 사건이라는 명칭 자체만으로도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않습니까?
그런데 구체적인 단서가 부족한 상태에서 수사 대상에 대한 정보만 유출되다 보니 혼란이 커진 겁니다.
최초 보도에 나온 톱스타 L 씨가 누구인지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연예인이 언급되며 간접적으로 피해를 보기도 했고요.
특히 이번 경찰 수사는 지난 10월 구속 기소된 강남 유흥업소 실장 20대 여성 김 모 씨의 진술을 중심으로 이뤄졌는데요.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따져보기 전에 정보가 새고, 언론에 기사가 반복됐고, 이후 지드래곤, 권지용 씨나 이선균 씨의 마약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잇따라 나오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뚜렷한 물증 없이 실장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한 거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던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경찰 수사는 유명 연예인 여럿이 연루됐다고 알려지면서 관심이 일파만파 확대됐지만,
지금까지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넘긴 건 유흥업소 실장 김 씨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로 오늘 구속 송치된 성형외과 의사와 방송인 출신 작곡가 정다은 씨 등 4명이 전부입니다.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고 이선균 씨가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는데, 경찰에서 거부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기자]
이 씨가 숨지기 나흘 전 열린 3차 조사를 언론 노출 없이 비공개로 하기 원했는데, 경찰이 이를 거부했다는 게 이 씨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많은 취재진이 몰리면서 안전사고가 우려됐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지난 두 차례 조사 때처럼 출석하도록 요청했고 이 씨 변호인도 수긍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런 해명과 달리 이 씨 측은 비공개 조사를 거부한 경찰 결정에 수긍하지 않았지만, 조사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따랐다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경찰 입장은 어떻습니까?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기자]
이 씨의 마약 투약 의혹을 수사해온 인천경찰청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씨의 사망에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엔, 구체적인 제보와 증거를 토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희중 / 인천경찰청장 : 모든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3차 조사를 비공개로 했다면 언론이 용납했겠냐고 되물으며, 경찰이 수사를 잘못한 건 아니라고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비판들에 대한 해명으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유명 연예인 마약 수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고 배우 이선균 씨가 숨지면서 그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입니다.
앞서 경찰은 가수 권지용 씨도 마약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가,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잇따라 음성이 나오면서 결국, 혐의없음으로 지난 19일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검찰이 90일간 불송치 결정 내용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하지 않으면 사건은 종결 처리됩니다.
경찰은 다른 피의자들 수사는 절차에 따라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유명 연예인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명 배우와 가수를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연예인 마약 범죄 수사는 사실상 빈손으로 마치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앵커]
고 이선균 씨와 관련된 사건도 하나 더 남아 있죠?
[기자]
네, 지난 23일 마약 사건 3차 조사 때 이 씨는 공갈 사건 피해자로서 첫 조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지난 10월, 이 씨는 자신이 협박을 당하고 3억5천만 원을 뜯겼다면서 유흥업소 실장 김 모 씨와 성명불상 1인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후 20대 박 모 씨를 특정해 공갈 혐의로 추가 고소하기도 했는데, 경찰은 이 씨가 앞서 고소한 성명불상자가 박 씨와 동일인물인지 조사 중입니다.
이 씨에게서 5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입건된 20대 여성 박 모 씨는 실장 김 씨와 지인 관계로 알려졌는데요.
박 씨는 애초 26일에 영장 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불출석해 경찰에 그제 강제구인했고 어제 구속됐습니다.
박 씨는 이 씨 외에도 다른 남성들에게 임신 등을 핑계로 수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공갈 혐의 수사를 1월 중순쯤 마무리해 검찰에 넘긴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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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임예진 (imyj7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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