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사면 떨어진다는데 … LG화학·화이자 龍틀임 할까
올해 개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인·기관에 비해 '고위험 고수익' 전략을 택했다. 국내에선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 배터리 주식이 인기를 끌었다. 해외에서는 흑자 전환 시 주가가 급등할 종목을 골랐다. 그러다보니 해외 기업 중 적자를 보는 업체에 투자가 몰렸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개인들은 불안하다.
미국은 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적자 기업들의 흑자 전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고물가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업의 성장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개인 투자가 많은 배터리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에 화살을 겨누고 있다. 외국인이 실적 대비 주가가 싸고 배당도 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식을 산 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서 맘 편한 연말을 보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이 사들인 종목 중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유망할지 들여다봤다.
분석 결과 개인이 올해 사들인 종목 중에선 LG화학, 화이자, 코카콜라 등이 내년 '안전마진'을 챙겨줄 후보군으로 떠오른다. 반도체 종목처럼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으면서 주주환원율이 높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배터리 사업 품은 포스코홀딩스 개인 선호 1위
블룸버그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 순매수 상위 국내 주식 10곳 중 8곳이 배터리 업종에 속해 있다. 이번 분석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아닌 국내외 개별 종목을 기준으로 한다. 개인은 올 들어 12월 22일까지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11조3661억원어치나 사면서 올해 이 종목을 가장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개인 매수세에 이 주식은 이 기간 76.7%나 올라 주주들을 웃게 만들었다.
'머니무브'에 따른 주가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관련 ETF에 포스코홀딩스가 '약방의 감초'로 포함돼 있어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이 중심이지만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58조원 중 31조원(53.4%)이 철강 사업에서 나왔다.
배터리 소재 매출이 이 기간 3조원에 달했는데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사상 첫 기록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1조9000억원이었으니 1년 새 58%나 성장한 것이다.
주력 철강 사업 역시 중국의 지속적인 철강 회사 구조조정 효과로 내년에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홀딩스의 2023년 순익 대비 2024년 예상 순익은 20.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 상장사의 내년 말 예상 PER은 11.66배다.
배터리 소재 매출 6배 늘린다는 LG화학
국내 주식 중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은 LG화학이다. 이 회사의 PER(11.24배)은 포스코홀딩스보다 낮아 더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도 포스코홀딩스처럼 주력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각종 신사업에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개인 선호 종목으로 등극했다.
이런 점은 포스코홀딩스와 유사하지만, LG화학은 신사업 분야 중 하나였던 LG에너지솔루션을 분할 상장했다는 점에서 포스코와 다르다. 분할 상장으로 주주를 실망시켰다는 여운과 함께 향후 경기 침체 예상은 올해 LG화학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체 석유화학 수출액은 전년 대비 14.9% 감소한 462억달러로 추정된다.
글로벌 소비를 대표하는 중국 내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부진한 여파는 LG화학 실적과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다.
LG화학 주가는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18.9% 하락했다. 이런 주가 하락이 내년 실적 대비 주가 저평가 요소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2년 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배터리 소재 사업을 2030년까지 3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서 양극재 공장 착공식도 열었다. 북미 최대 규모이며 2026년까지 연간 6만t 생산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 공장 설비에는 첨단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AMPC는 미국에서 생산·판매되는 양극재 등에 일정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보조금이 배터리 관련 주식들의 이익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LG화학은 배터리처럼 바이오도 키우겠다는 입장이다. 2022년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비로 2800억원을 투자했다.
생명과학사업부 매출 대비 R&D 투자비는 30%로, 국내 업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2017년 신약 파이프라인(현재는 R&D 중인데 향후 큰돈을 벌 것으로 기대되는 프로젝트)은 2개였는데 올해 9월 말 현재 15개로 늘어났다.
여기엔 미국 항암시장 진출을 위한 '아베오' 인수·합병(M&A)도 포함돼 있다.
월가도 LG화학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런 기대감은 내년 순익 증가율 71.3%로 이어진다.
주당 배당금은 1만원으로, 배당수익률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주당 1만2000원에서 배당금이 하락한 것이 배당주로서는 다소 불안한 요소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주력 정유 사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8.6% 조정을 받으며 PER이 7.78배까지 떨어진 것은 저평가 매력을 키운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을 분할 상장시킬 것이란 걱정이 주주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점이다.
개인은 국외 주식으로 '제2의 테슬라'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적자 기업이지만 향후 흑자로 전환 시 주가가 급등할 잠재력을 갖춘 상장사를 찾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2019년 적자에서 2020년 흑자로 돌아섰다. 주가는 2020년 이후 2021년까지 2년 새 10배 이상 폭등(텐배거)했다.
이에 따라 개인은 순매수 결제 기준 상위 10곳 중 5곳을 적자 기업으로 채웠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위험을 동반한다.
국내 개인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1368억원어치 순매수했지만 이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올봄 중소 지역 은행발 유동성 위기로 파산을 맞은 것이다.
투자금을 날리거나 '텐배거' 후보로 개인은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 아이온큐, 전기차 관련주 니콜라·루시드, 수소 관련주 플러그파워, 도심항공교통(UAM) 사업 조비에비에이션 등을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내년에도 순익 적자로 추정돼 PER 측정이 불가능하다.
화이자 주가 조정에 배당수익률 6%
PER 기준 저평가된 주식은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12.27배)다. LG화학이 신약 회사 M&A로 향후 실적 폭발을 노리고 있는데 화이자는 이런 성장 모델의 '원조'다.
지난 3월 화이자는 미국 워싱턴주 소재 항암제 전문 생명공학기업 '시젠'을 4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시기에 백신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M&A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인수 대금이 55조원을 넘다보니 일부 자금은 대출로 해결하기로 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이런 자금 부담에 비만 치료제 개발 중단이란 악재까지 터져 화이자 주가는 올 들어 44.6%나 하락했다.
경쟁사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비만 치료제 덕분에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것과 대조된다.
화이자의 주가 조정을 중장기 투자의 시작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비아그라'(발기부전 치료제), '애드빌'(진통제) 등으로 유명한 화이자가 내년에는 그동안의 M&A를 통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다.
월가는 내년 화이자의 순익이 올해보다 5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배당 투자자들은 화이자의 배당수익률이 6%에 근접한 것을 눈여겨보고 있다.
순익의 80% 배당하는 코카콜라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서 배당수익률만 봐선 곤란하다. 코카콜라 배당수익률은 화이자의 절반 수준인 3.16%에 그친다.
배당 의지를 뜻하는 순익 대비 배당금(배당성향) 기준에서 코카콜라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74.2%, 79.8%를 기록했다.
화이자는 같은 기간 39.3%와 28.8%였다.
순익의 약 80%를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코카콜라에 대한 개인의 믿음도 강했다. 개인이 올해 코카콜라 주식을 899억원 순매수한 이유 중 하나다. 9월 결산법인인 애플은 최근 1년 배당성향이 15.3%다. 그러나 자사주 소각·매입을 감안한 주주환원율은 80.5%다.
코카콜라는 최근 1년간 자사주 소각이 없어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율이 일치한다.
결국 코카콜라나 애플이 각각 콜라와 아이폰을 팔아서 번 돈의 80%를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뜻이다.
애플의 내년(9월 말 기준) 예상 PER이 29.3배라는 점에서 코카콜라(20.84배)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구간에 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이렇게 민망한 결혼식 처음”…신부 드레스 안에 들어간 신랑이 한 말 ‘경악’ - 매일경제
- “굿바이 나의 아저씨”...故 이선균 발인, 전혜진 오열 속 영면 - 매일경제
- “뼈 빠지게 일했는데”…50대초중반 직장인 절반 ‘이것’ 때문에 ‘불안’ - 매일경제
- “54세 아줌마의 인생 2막 축하합니다”…서울시 공무원 합격자에 당당히 이름 올려 - 매일경제
- 비행기 탈때마다 만졌는데 ‘경악’…승무원이 알려줬다, 변기보다 더러운 곳은 - 매일경제
- “데시앙 당첨됐는데, 건설사가...어떻게 해야 하나요?” - 매일경제
- 현대차 14만원에 철수…재현된 러시아 ‘몰수의 추억’ [핫이슈] - 매일경제
- 6천원이던 주가가 7만4천원까지…올해 유일한 ‘꿈의 10루타’ 종목은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3년 12월 29일 金(음력 11월 17일) - 매일경제
- ‘손흥민 5호 도움’ 로메로 공백 컸던 토트넘, 브라이튼 원정서 0-4→2-4 추격 끝 패배→3연승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