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란테, 크로스오버 아이돌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리슨어게인] "내겐 겨울이 처음인 거야. 너는 나의 모든 시작이야. 지나간 다른 겨울은 다 의미가 없어- 멀어진 동안 나는 알았어. 다른 무엇보다 내겐 오직 너란 걸- 이 겨울이 난 시작인 거야-" 크로스오버 남성 4중창 보컬 그룹 리베란테는 신곡 'This Winter(첫 겨울)'에서 그렇게 노래한다. 그건 마치 지난 겨울 JTBC <팬텀싱어4>를 준비하며 때론 가슴 설레고 때론 가슴 아팠을 순간들에서 한 해를 지나 다시 겨울을 맞이하는 이들의 소회를 얘기하는 것만 같다.
지난 23일과 24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팬텀싱어4> 콘서트 'Libelante×Fortena'에서 새로나온 곡이라며 살짝 들려준 '첫 겨울'은 크로스오버라기보다는 팝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작사가 김이나가 쓴 가사 역시 너무 무겁지 않은 연가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그 마음을 '첫 겨울'이라는 표현에 담았다. 그건 아마도 이제 리베란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며 팬들과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 이들의 마음 그대로일 게다.
그저 들으면 듣기 편안한 팝에 가깝지만, 잘 뜯어서 하나하나 집중해 들어보면 리베란테라는 그룹이 가진 클래식 베이스의 공력들이 묻어난다. 노래의 맛을 감성적으로 잘 담아내는 김지훈이 도입부를 열어 부드럽게 곡의 분위기를 만져 놓고 나면, 바리톤이지만 고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내는 노현우가 그 분위기를 고조시켜놓고, 무게감 있는 테너 진원이 진격하는 심장박동소리처럼 치고 나오면, 역시 테너지만 부드러운 끝처리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정승원이 마무리를 짓는 식이다. 그래서 네 사람이 차례로 노래를 부르면 마치 기승전결이 있는 곡의 서사가 이들의 성부와 음색으로 전해진다.
중간 중간 화음을 넣어주는 김지훈을 중심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합을 맞추는 리베란테의 모습은 이들이 <팬텀싱어4>에서 하나의 팀으로 완전체가 되기까지의 과정들을 떠올리게 한다. 김지훈의 끝없는 구애로 진원과 꾸려진 '진지맛집'으로 팀의 토대를 만들어낸 후, 정승원이 더해져 '원이네 진지맛집'이 됐다가 노현우까지 영입되어 'MZ네 진지맛집'이 됐던 그 과정이 그것이다. 물론 그 후 이들을 뿔뿔이 흩어져 다른 멤버들과 합을 맞추긴 했지만, 최종 팀 결성에서는 마치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자석처럼 한 팀으로 다시 뭉쳐졌다.
그래서 <팬텀싱어4> 콘서트 'Libelante×Fortena'에서는 이렇게 운명적으로 뭉쳐질 리베란테가 때론 쪼개지며 다른 멤버들과 합을 맞췄던 경험들이 무대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미 오디션 과정에서부터 <팬텀싱어4>의 준우승팀인 포르테나의 멤버들인 이동규, 오스틴 킴, 서영택, 김성현과 섞여 새롭게 블렌딩된 다채로운 무대들이 준비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베란테의 멤버들이 어떤 장르, 어떤 새로운 팀 구성에도 잘 어우러질 수 있게 된 건, 이들이 가진 음악적 색깔이나 폭이 그만큼 넓고 다양해서다. 성악 베이스의 뮤지컬 가수인 김지훈이 바리톤에서 테너까지 소화해내고, 바리톤 베이스인 노현우가 고음까지도 커버할 수 있으며, 색깔이 다른 두 테너인 정승원과 진원 역시 바리톤까지 소화할 수 있어 말 그대로 '자유자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리베란테의 '리베'가 자유를 뜻하는 'Liberta'에서 따왔다는 게 의미있는 이유다.
하지만 '첫 겨울' 같은 곡에서 풍기는 것처럼 크로스오버라도 팝적인 이들의 무대를 보다보면 잘 생긴 외모의 '아이돌' 같는 느낌을 갖게 된다. 실로 콘서트에서 솔로로 박효신의 '숨'을 부르는 정승원의 모습은, '크로스오버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조어를 떠올리게 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에 작고 잘생긴 얼굴은 천상 아이돌처럼 보이지만, 저음에서부터 초고음까지 팝적인 발성과 성악적인 발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노래하는 크로스오버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리베란테의 '란테'가 반짝인다는 뜻의 'Brillante'에서 따왔다는 게 공감된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돌과 만만찮은 실력으로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가 만난 것이니 말이다.
"이 팀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팬텀싱어4>에서 김문정 심사위원이 했던 말처럼 이들의 행보가 어디까지 갈 지가 궁금해진다. 크로스오버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세상이 알아보기를. 그래서 이름 그대로 자유롭고 반짝일 수 있기를. 리베란테는 이제 그 '첫 겨울'을 팬들과 함께 시작하는 중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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