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준석의 원한과 오판, 기회비용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2023. 12. 2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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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개월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보여준 건 한 편의 자해극(自害劇)이자 소극(笑劇)이었다.

자해극의 선봉에 선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은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이다.

이준석이 누군가? 그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가장 강한 화력을 보여온 전사였다.

이젠 분명해졌지만, 이준석의 윤핵관 공격은 윤석열의 핵심 문제를 잘못 파악한 오발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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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지난 20개월간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보여준 건 한 편의 자해극(自害劇)이자 소극(笑劇)이었다. 자해극이 소극이 되긴 쉽지 않지만, 정권 초기부터 고강도의 자해극을 벌이는 진풍경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웃음을 참기 어려웠다. 물론 모든 관객이 다 그런 건 아니었다. 윤석열에 대한 증오와 혐오에 영혼을 빼앗긴 사람도 많았다. 그러니 여기선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릴 정도로 이성이 충만한 관객들의 생각에 대해서만 말해 보자.

자해극의 선봉에 선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은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이다. 그간 윤 정권으로부터 온갖 공격을 당했던 이준석으로선 자신에게 자해 혐의를 제기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윤 정권과 국민의힘 전체의 관점에서, 그리고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력 중심으로 볼 때에 그렇다는 것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윤 정권에 봄날은 대통령 취임일인 2022년 5월10일부터 대승을 거둔 6·1 지방선거까지의 20여 일에 불과했다. 대승의 기쁨을 만끽한 수일간은 다시는 오지 않을 윤 정권의 '화양연화'였다. 6월6일부터 유권자들은 이준석이 '윤핵관'이라고 작명한 친윤 정치인들과 혈투를 벌이는 원맨쇼를 질리도록 구경해야 했다.

대통령 측근권력에 도전하는 명분도 있는 데다 싸움 구경이 제법 재미있었으니 이준석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 아닌가? 그런 점이 있긴 했지만, 문제는 이준석의 '기회비용'이었다. 기회비용은 "어떤 행위를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다른 기회의 최대가치"라는 점에서 '선택의 비용'이기도 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의 정치 입문 과정과 이후의 행태로 볼 때 그는 근본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다. 대통령 측근권력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사람이 제기하고 싸워온 난제 중 난제다. 현실주의자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그런 문제에 자신의 모든 걸 걸지 않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준석은 개인적인 원한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길을 택했다.

이준석이 누군가? 그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데 가장 강한 화력을 보여온 전사였다. 그는 의제 설정 능력도 뛰어난 스마트한 싸움꾼이었다. 그런 막강한 화력이 집권 1개월 만에 윤석열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데다 이걸 19개월간 지속해 왔으니, 윤 정권이 자멸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윤석열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성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내부 총질' 운운하는 험담을 했다가 들통나고 말았다. 이건 드라마로 만들어도 개연성이 없다는 이유로 작가와 PD가 욕먹을 일인데, 그게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준석은 국민의힘에서 중도 또는 '중도 이미지'를 대변한 인물이다. 만약 애초에 이준석이 없었다면 국민의힘은 어떤 식으로든 중도 이미지를 보여줄 세력을 내부적으로 키웠겠지만, 그가 쫓겨나면서 중도까지 쫓겨난 꼴이 되고 말았다. 방향감각조차 없던 윤 정권은 결국 '수구 이미지'의 길로 떠밀려 가다가 몰락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으니, 이건 '기회비용의 저주'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젠 분명해졌지만, 이준석의 윤핵관 공격은 윤석열의 핵심 문제를 잘못 파악한 오발탄이었다. 그가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김건희 리스크'와 이를 키운 윤석열의 태도였건만, 그는 그건 비켜가면서 야당에 의해 '김건희 특검' 문제가 불거진 이제서야 그 흐름에 편승하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하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성찰하면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겸허한 마음을 가질 때 비로소 새로운 기회의 문도 열릴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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