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흑석동 지켜온 새론교회, 거리로 나온 까닭은?

CBS노컷뉴스 송주열 기자 2023. 12.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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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흑석동 새론교회(김한권 목사) 교인들이 지난 24일 교회 인근 도로에서 재개발 조합측과 관할 구청을 성토하는 집회를 가졌다.


1936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첫 교회로 세워진 새론교회(김한권 목사, 구 흑석동제일교회)가 유독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서울남연회 소속 새론교회는 인근 지역이 지난 2005년 제3차 뉴타운으로 지정된 후 종교용지 대토를 받아 2019년 기공예배를 드리고 새성전을 건축하고 있다.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새론교회는 조합 측과 협약에 따라 본래 교회 자리에 임시예배처소를 짓고 예배를 드려오고 있다.

새론교회는 지난 87년 동안 흑석동 지역사회를 섬기며 선교와 구제활동을 펼쳐온 것처럼 창립 100년을 맞이할 새성전이 지역사회 '영적 허브'로서 쓰임받기를 기도하고 있다.

그런데 새론교회 교인들이 최근 거리로 나섰다. 재개발 조합과 관할구청의 책임 있는 행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새론교회 교인들과 기감 서울남연회 동작지방 목회자 등 200여 명은 26일 교회 인근 거리에서 집회를 가졌다.

새론교회 김한권 목사는 집회에서 "87년 전에 이곳에 세워진 교회가 주변이 변화되면서 교회가 교회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목사는 "지난 10년 동안 교회를 관통해서 20미터 도로가 생기고, 두 개 조합으로 나뉘어져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행정적인 도움을 요청했지만 뚜렷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은 "하나님께서 이 지역을 위해 세우신 새론교회가 지역사회에 헌신하며 하나님의 선교를 끝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역사해주실 것"을 기도했다.

재정비 계획에 따라 흑석9구역과 3구역으로 나뉘어 진 새론교회. 임시예배처소 뒤에 보이는 타워크래인이 새성전 신축 공사 현장이다.

교인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갈등의 시작 교회 가른 '2개 재개발 조합' ?


새론교회는 지난 2005년 서울시 뉴타운 정책에 따라 흑석동 제3차 뉴타운 사업에 포함됐고, 2008년 교회를 관통하는 20미터 도로계획에 포함된 재정비촉진계획이 결정됐다.

교회 전체 종교용지 약 3,183㎡가 재개발조합 9구역과 3구역으로 강제로 나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다는 게 교회의 주장이다.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교회 전체 면적 3,183㎡ 가운데 1,758㎡은 9구역에 편입됐고, 1,421㎡은 3구역에 편입됐다.

새론교회는 성명서에서 "우리 교회는 종교용지가 많은 흑석9구역에 새성전을 건축하려 했지만, 흑석3구역이 먼저 사업시행이 추진되면서 3구역 조합과 먼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019년 4월 기공예배를 드리고 종교용지 대토를 받아 건축면적 1,387제곱미터 지하 5층 지상 6층 건축을 진행했다. 완공 목표는 2021년 7월 이었다.

그러나 3구역조합이 내부갈등이 일면서 2020년까지 소송전을 벌였고, 진통 끝에 관선조합장 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면서 새론교회 건축허가 기간이 만료 됐고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 돼 2021년 완공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3구역 조합이 갈등을 빚자 관할구청 허가를 받아 교회예산 4억 원을 들여 새성전 건축 임시진입로를 만들던 교회는 또다른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게 됐다.

최근 3구역 조합이 이 진입로마저 폐쇄하면서 새성전 건축 속도는 더욱 늦춰지게 된 것이다. 조합 측은 3구역이 아닌 9구역 내에 있는 교회 사택 멸실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와 임시진입로 사용기간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진입로를 차단했다.

새론교회 정경희 건축위원장(장로)은 "현재 3구역은 우리가 만든 공사 진입로가 공원 구조물 공사하는 위치라는 이유로 공사 구조물 행사를 하겠다고 막고 있다"고 말했다.

또, "9구역은 종교부지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고, 임시 예배처소로 들어가는 유일한 도로마저 철거 공사를 이유로 폐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흑석9구역 철거 계획안. 20미터 도로를 뜻하는 빨간 점선이 새론교회 임시예배처소를 관통하고 있다.

사면초가(?) 교인들 9구역 임시예배처소 마저 철거 압박…"협의된 현금 보상 안 돼"


3구역에서 진행되는 새성전 건축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교인들은 9구역 교회 부지를 당초 교회 교육관으로 사용하려던 계획을 세웠었다.

2013년 4월 교회가 '대토'를 원할 경우 조합은 '대토'를 해줘야 한다는 관할구청의 중재도 있었다.

그러나 9구역 조합은 종교용지로 '대토' 할 경우 아파트 건축에 재정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했고 '관리처분시 상응하는 보상을 하되 현금으로 청산'해주겠다는 제의를 했다.

이를 수용한 교회는 현재 '관리처분'에 근거한 보상금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2015년 일반조합원 감정평가액 86억 원 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9구역 1,758㎡ 면적은 2019년 관리처분계획 이후 감정평가액이 202억 원에 달한다. 조합과 교회 측이 생각하는 보상금 액수 차이가 100억 원 넘는다는 이야기다.

새론교회 측은 "9구역 조합 측은 교회를 일반조합원으로 취급하며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인 감정평가액 통보로 새론교회 보상을 처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론교회 임시예배처소.

새성전 현장 진입로 이어 임시예배처소 진입로 폐쇄 통보…"종교의 자유 억압" 주장


 새론교회 교인들이 거리로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9구역 조합 측이 임시예배처소로 들어가는 진입로 폐쇄를 통보하고 나서다.

새성전 건축 현장 진입로가 폐쇄돼 공사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데 임시예배처소 마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새론교회 측은 "26일부터 공사종결시까지 교회 유일한 출입구를 폐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박탈하려 한다."고 강하게 항의했다.

새론교회 교인 1,019명을 포함해 동작지방 교인까지 2천 여 명이 넘는 교인들이 관할구청인 동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흑석 3구역의 새론교회 공사진입로 폐쇄와 흑석9구역의 새론교회 진출입로 폐쇄가 부당하다는 것.

흑석9구역 조합은 새론교회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측, "교회가 일반조합원들 재산권 행사 가로막아"….동작구청, "중재 노력 계속"

 
조합 측 이야기는 다르다.

9구역 조합관계자는 "교회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며, "임시예배처소는 협의에 따라 지난 2020년 9월까지 사용한 뒤 철거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이어 "진출입로를 완전 폐쇄한다는 것은 교회 측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안전 펜스를 마련하고 교인들 통행은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또, "(아파트)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7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교회가 새성전을 3년 넘게 못 짓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론교회는 "토지 보상을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새론교회 소유"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수차례 조합과 교회 측을 중재, 지도해왔던 관할 구청은 난감해 하고 있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27일 (9구역) 건축물 해체 계획을 다시 검토했는데 서달로6길(교회진입로)을 폐쇄한다는 계획은 없었다."며, "조합 측에 서달로 6길에 현장 출입문이나 별도 가시설을 설치해 도로를 폐쇄할 경우 구청에 건축물해체 변경허가를 받으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에도 중재 회의를 2-3차례 가졌었다."며, "조합 측과 교회 측이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 22일 에도 중재 회의를 했는데 각자 입장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교회와 조합 측을 각각 만나 중재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섬김을 다짐하는 교회와 재개발을 성공시켜야 하는 조합 그리고 이를 관할하는 구청까지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 이봉석 목사는 "재개발 지역에 새성전을 건축하는 것은 새로 입주하는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할 기회도 주어지는 것"이라며, "법과 행정절차에 맞게 조합과 대화하고 협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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