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슈팅 11개 → 10골' PL도 깜짝 놀란 황희찬의 '역대급' 골 결정력...'코리안 가이'의 질주는 계속

장하준 기자 2023. 12. 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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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 장하준 기자] 그야말로 ‘미친’ 골 결정력을 증명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2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이 울버햄튼에서 엄청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라며 집중 조명했다. 함께 게시된 사진 속에는 황희찬의 이전 시즌 기록들과 이번 시즌 기록들이 있었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19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경기당 득점은 0.53이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기록은 바로 유효 슈팅 개수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고작 11개의 유효 슈팅을 시도했는데, 무려 10골을 넣었다. 골문을 향해 차기만 하면 거의 득점이다.

반면 앞선 두 시즌 동안에는 57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었다. 유효 슈팅 개수는 19개다. 유효 슈팅 대비 득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경기 수가 많은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시즌에 비해 확실히 아쉬운 기록이다.

황희찬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독일 라이프치히를 떠나 울버햄튼에 입단했다. 앞서 황희찬은 라이프치히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뒤,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울버햄튼 임대를 선택했다. 출발은 좋았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데뷔전이었던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왓포드전 후반 18분에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추가 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데뷔전 활약에 힘입어 꾸준히 출전 기회를 받았다. 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는 홀로 2골을 넣으며 2-1 승리를 만들었다. 9라운드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독일 시절의 부진을 씻어내는 듯했다. 계속되는 활약에 울버햄튼은 결국 황희찬에게 손을 내밀었다. 황희찬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했고, 황희찬은 울버햄튼과 2026년까지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시즌 도중에 나온 햄스트링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후 황희찬의 경기력은 떨어졌고, 선발과 교체를 오갔다. 부상 후에는 리그에서 단 한 골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황희찬은 울버햄튼 첫 시즌에 모든 대회 31경기에 출전해 5골과 1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가 처음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초반 브루노 라즈 감독의 외면을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에서 리즈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황희찬은 페드로 네투의 크로스를 받아 골문 앞으로 헤더를 떨궜고, 이를 다니엘 포덴세가 마무리했다. 산뜻한 시즌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오랫동안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며 애를 먹었다. 자연스레 리즈 이적설도 나왔다. 당시 리즈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제시 마치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마치 감독은 잘츠부르크 시절, 황희찬과 사제의 연을 맺은 바가 있어 더욱 황희찬을 잘 아는 감독이었다. 많은 기회를 잡지 못하던 황희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적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황희찬은 잔류를 선택했고 계속해서 교체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디에고 코스타도 무득점 행진이 이어졌지만, 라즈 감독은 황희찬을 꾸준히 외면했다.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며 황희찬의 공격 포인트도 쉽게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황희찬에게 긍정적인 흐름이 나왔다. 라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것이다. 울버햄튼은 후임으로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선택했다. 그리고 로페테기 감독 부임 후 작년 11월에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해 리그 경기가 잠시 멈췄다.

여기서 황희찬은 엄청난 반전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참가했는데,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 골을 넣었다. 당시 대한민국은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긴 뒤, 같은 시각에 펼쳐지는 가나와 우루과이의 결과를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고, 대한민국은 전반 초반 포르투갈에 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김영권의 동점 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이 손흥민의 날카로운 패스를 받아 포르투갈의 골망을 갈랐다. 결국 대한민국은 황희찬의 활약에 힘입어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에서 자신감을 찾은 황희찬은 로페테기 감독의 신뢰를 받기 시작했다. 로페테기 감독은 라즈 감독과 달리 황희찬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이제는 공격 포인트만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황희찬은 2022-23시즌 22라운드 리버풀전에서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쓰러졌다. 황희찬은 이 경기에서 조엘 마팁의 자책골을 유도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부상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당시 황희찬은 경기장을 내려치며 아쉬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후 황희찬은 27라운드 뉴캐슬전에 복귀해 득점을 기록했다. 팀의 귀중한 동점 골이자, 로페테기 감독 부임 후 첫 골이었다. 비록 울버햄튼은 이 경기에서 1-2로 패했지만, 황희찬의 상승세가 계속되는 듯했다. 그런데 황희찬은 또 부상을 당했고, 30라운드 첼시전에 돼서야 다시 경기장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31라운드 브렌트포드전에서 리그 2호골을, 37라운드 에버튼전에서 리그 3호골을 넣었다. 황희찬은 2022-23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32경기에 출전해 4골과 3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황희찬에겐 분명 아쉬운 시즌이었다. 로페테기 감독의 신뢰를 받았음에도, 계속되는 부상에 발목 잡혔다. 특히 경기력이 올라올 때쯤, 매번 쓰러졌다. 게다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자신에게 많은 신뢰를 준 로페테기 감독이 울버햄튼과 불화로 팀을 떠난 것이다. 울버햄튼은 시즌을 앞두고 급히 게리 오닐 감독을 선임했고, 오닐 감독의 부임은 황희찬에게 큰 변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황희찬은 드디어 이겨냈다. 황희찬은 지난 8월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전에서 교체 투입됐다. 그리고 팀이 0-4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시즌 첫 골을 넣었다.

이어서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또 득점에 성공했다. 당시 울버햄튼은 팰리스에 0-1로 끌려가고 있었지만, 후반 20분 황희찬이 프리킥 상황에서 다시 한번 헤더 골을 넣었다. 시즌 초반부터 물이 오른 황희찬은 5라운드 리버풀전에서 또 터졌다. 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네투가 환상적인 드리블로 리버풀 수비진을 따돌린 뒤,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건넸다. 이를 골문 앞에 있던 황희찬이 가볍게 마무리했다. 비록 울버햄튼은 이 경기에서 1-3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황희찬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6라운드 루턴 타운전에선 한숨을 돌린 뒤, 2023-24시즌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3라운드에서 입스위치 타운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이상한 징크스에 빠져 있었다. 바로 ‘황희찬 득점 징크스’였다. 황희찬이 득점할 때마다, 울버햄튼은 매 경기에서 패했다. 브라이튼전을 시작으로 팰리스전에 패했고, 리버풀전에서는 황희찬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3으로 역전패했다. 전력상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입스위치 타운을 상대로는 2-3으로 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그러던 중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맨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다. 두 팀은 후반 중반까지 1-1로 팽팽한 균형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후반 21분 황희찬이 앞서가는 득점을 기록했다. 황희찬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슈팅으로 연결했고, 이를 맨시티가 잘 막아냈지만 마테우스 쿠냐가 세컨드 볼을 다시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패스를 받은 황희찬은 침착하게 맨시티의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활약에 힘입어 맨시티에 2-1 승리를 거뒀다. 반면 맨시티는 리그 첫 패를 당했다.

황희찬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계속됐다. 이번엔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무려 공식전 3경기 연속 골이었다. 울버햄튼은 비록 이날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지만, 황희찬만큼은 밝게 빛났다.

황희찬은 9라운드 본머스전에서 시즌 첫 어시스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울버햄튼이 1-1로 맞서던 후반 43분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사샤 칼라이지치에게 침투 패스를 건넸다. 칼라이지치는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골망을 가르며 극적인 2-1 승리를 완성했다.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황희찬은 두 팀이 1-1로 맞서던 전반 추가시간, 박스 안에서 파비앙 셰어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곧바로 뉴캐슬의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후 테일러 주심의 이 판정은 오심으로 확인됐지만, 뉴캐슬은 칼럼 윌슨의 페널티킥 골로 리드를 잡았다.

본의 아니게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황희찬이었지만,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후반 26분 박스 안에서 토티 고메스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상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뒤, 뉴캐슬의 골망을 갈랐다. 황희찬의 침착성이 돋보인 환상적인 골이었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동점 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후 황희찬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1개의 도움을 더 추가했고, 울버햄튼 10월의 선수가 됐다. 최근 황희찬은 페드로 네투, 크레익 도슨과 함께 울버햄튼 10월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그리고 45%의 득표율을 보이며 2% 차이로 네투를 제치고 10월의 선수를 차지하는 경사를 맞이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돌아온 황희찬은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풀럼전에서 또 득점했다. 페널티킥 득점으로 풀럼의 골망을 가르는 데 성공했지만, 울버햄튼의 수비진이 야속했다. 울버햄튼은 페널티킥 실점을 2개나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거침없이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이번엔 지난 6일에 있었던 번리전에서 선제 결승 골을 넣었다. 쿠냐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고 정확하게 번리의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득점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계속되는 활약에 재계약을 결정했다. 당시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황희찬은 잠시 아스날 이적설이 돌기도 했다. 울버햄튼 입장에서는 황희찬을 어떻게든 지켜야 했다. 결국 울버햄튼은 지난 2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황희찬은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2028년까지 클럽과 자신의 미래를 약속했다”라고 발표했다. 그의 연봉은 무려 3배가 뛰었다.

황희찬과 재계약을 체결한 맷 홉스 단장은 “황희찬은 언제나 구단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이제 팬들은 황희찬이 게리 오닐 감독의 팀에서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오닐 감독도 황희찬 활약상에 "황희찬이 많은 골을 넣은 이유는 나에게 있지 않다. 모든 건 황희찬의 노력이다. 황희찬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팀 구조가 황희찬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 내 생각엔 황희찬이 필드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어 "황희찬은 특정 지역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알고 있다. 자기 관리도 철저한 선수다. 우리 팀은 특정한 방식으로 골을 노린다. 특정 지역에 도달하면 득점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황희찬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난 황희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들을 줬을 뿐이다. 이후에 모든 건 황희찬이 가지고 있는 많은 능력을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재계약 이후 비하인드 스토리도 살짝 꺼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재계약 과정 협상에서 도움을 줬던 나와 스태프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황희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팀(울버햄튼)에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린 황희찬을 설득하기 위해 팀 노력과 방향성을 말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위르겐 클롭 감독과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도 언급돼 화제를 모았다. 클롭 감독은 지난 9월 울버햄튼 원정을 앞두고 "울버햄튼 선수단을 보면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황희찬, 샤샤 칼리아지치 같은 위협적인 선수들은 선발로 뛰진 않아도 존재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리고 황희찬은 지난 28일에 있었던 브렌트포드전에서 멀티골을 완성했다. 울버햄튼이 마리오 르미나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전반 14분 네이선 콜린스의 백 패스가 짧았고 황희찬은 뒷공간으로 빠르게 달려 들어갔다. 이어서 상대 골키퍼보다 먼저 볼을 잡는 데 성공했고, 골키퍼를 제친 뒤 브렌트포드의 골망을 갈랐다.

이어서 전반 28분에는 토티 고메스의 헤더가 골문 앞에 있던 황희찬에게 곧바로 연결됐다. 박스 안에서 볼을 잡은 황희찬은 상대 수비수들을 제친 뒤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맹활약에 힘입어 브렌트포드를 4-1로 제압했다. 울버햄튼은 이날 승리로 리그 11위까지 올라섰다. 황희찬은 리그 득점 6위에 자리했다. 득점 선두인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와 득점 차는 고작 4골이다. 또한 도미닉 솔란케(본머스)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나란히 12골로 리그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있으며 공동 4위에는 11골을 넣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제로드 보웬(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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