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의 문제아들' 폐지, 설마 오메가3 판로 막혀서는 아니겠죠?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3. 12. 29. 16: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은 공신력이 생명이거늘 생명을 포기하자는 건가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 23일에 방송된 KBS <연예대상>. <홍김동전>의 홍진경이 대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쇼&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반갑긴 하나 <불후의 명곡> 김준현과 공동수상이고 리얼리티 부문 수상자는 이찬원, 제이쓴. '최우수상'을 무려 네 사람에게 준 거다.

이렇게 상을 남발했음에도 <홍김동전>의 장우영은 상을 받지 못했다. 2022년에도 빈손이었다. 2022년, 2023년 통틀어서 KBS 예능 출연자 중에 장우영보다 더 열심히 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이돌이 모든 거 다 내려놓고 물에 빠져, 번지 점프 뛰어,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알 사람은 다 안다. 이번 홀대는 아무래도 <홍김동전>이 폐지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홍김동전> 폐지 소식은 타 방송사에서도 아연하다는 반응이다. '왜 폐지한대요?' 그러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홍김동전>과 같은 운명, 또 하나의 아까운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폐지 통보를 받았다. KBS 예능 중에 갈등설정이 없는 프로그램이 드문데 <옥탑방의 문제아들>도 깔끔한 전개의, 배울 게 많은 프로그램이다. KBS X맨이 도대체 누군지 아까운 순서대로 폐지하려나 보다. <옥탑방의 문제아들> 폐지 소식을 듣고 '이래서 폐지하나? 폐지를 당하나?' 싶은 장면이 있었다. 물론 시기적으로 볼 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지만.

12월 13일 방송에 노년내과 1인자 정희원 교수가 출연했다. 김숙이 오메가3의 효과에 대해서 묻자 정희원 교수가 '일반인이 오메가3를 먹으면 그냥 칼로리를 섭취하는 거다. 심혈관계 질환을 큰 폭으로 예방해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건강한 성인에게 필요한 영양제는 없다고 단언했는데 방송에서 의사가 이런 발언을 하는 거, 요 몇 년 동안 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먹어야 된다고 권하는 걸 많이 봤지. 진행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에스더 운운하며 '선생님 괜찮으시겠느냐' 했다.

실제로 미국 심장협회들이 오메가3가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정희원 교수 말대로 오메가3가 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다. 그간 많은 분들이 맹신해왔는데 말이다. 뿐만 아니라 2023년 6월에는 골다공증 전문 학술지가 고용량 비타민D가 예방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 칼슘, 이런 것들도 마찬가지란다.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평일 오전이면 방송사들이 일제히 정보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예전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뤘으나 요즘은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거의 모든 채널이 짜기라도 한 듯이 죄다 건강정보를 다룬다. 방송 내용은 관절 건강, 혈관 문제, 피부 노화, 뱃살, 탈모, 이런 것들이 주를 이루고. 그 많은 질병 중에 특정 증세만 반복해서 다루는 거다. 이제는 어지간한 분들은 다 안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이 대부분 건강 보조 식품 회사가 제작비를 대서 만든다는 사실을. 건강보조 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쇼핑에서는 효험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에 따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다. 왜 중장년층 이상의 여성이 타깃이겠나. 이 분들이 방송을 보고 제품을 구입할 테니까. 방송을 시작할 때 식품회사가 제작비를 지원했다는 자막이 나온다. 나이 많은 사람은 가까이 가서 확인해야 할 정도의 작은 글씨로. 일종의 면피용 자막인 셈.

나이 들면서 신경 쓰이는 부분이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방송에서 사례자가 이거 먹고 좋아졌다고 하니까, 또 의사들이 학술 용어를 사용해가며 오래 전부터 꾸준히 이용해온 식품이고 설명을 하니까 혹할 밖에. 예전에는 심지어 홈쇼핑 방송과 건강정보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에 방송을 했다. 보다가 채널을 돌리면 홈쇼핑에서 팔곤 했는데 이젠 그건 못하게 막았단다. 방송사 사람들이 이런 내막을 모를 리가 있나. 그럼에도 매일매일 당신의 고민을 이 식품들이 해결해줄 수 있다고 방송을 하는 거다. 너도 나도 질세라 그 좋은 아침 시간대에 편성하는 건강정보 프로그램. 방송은 공신력이 생명이거늘 생명을 포기하자는 것인지.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