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안녕…故이선균, 못잊을 작품만 남기고 떠났다[종합]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배우 이선균(48)이 29일 영면에 들었다.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선균의 유족과 동료들이 모인 가운데 발인이 엄수됐다. 당초 정오 예정이었던 발인은 약 30분 당겨 진행됐다. 이후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하고 경기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봉안된다.
이날 발인식에서는 이선균의 큰아들이 영정을 든 가운데 아내 전혜진 등 유족과 소속사 관계자, 지인과 동료들이 눈물을 흘리며 뒤를 따랐다.
여러 영화계 동료들도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문정희 김의성 정우성 유해진 이성민 류승룡 공효진 김남길 류현경 윤경호 김동욱 등 동료 배우들도 울음을 삼켰다. 갑작스럽고도 황망한 작별에 많은 이들이 오열하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약 2개월 간 조사를 받던 그는 지난 27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큰 충격을 안겼다. 해외 주요 외신들까지 고인의 죽음을 앞다퉈 보도했을 정도다. 그의 죽음과 함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선균은 작품마다 다채로운 얼굴로 변신하면서 성장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톱배우다.
1975년생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 후 1999년 비쥬 '괜찮아'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2001년 MBC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방송에 데뷔한 그는 단역과 조연을 전전하는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하얀거탑'(2007)을 시작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부터 '골든타임'(2012), '나의 아저씨'(2018), '닥터 브레인'(2021), '법쩐'(202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특유의 저음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웰메이드 드라마와 숱한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특히 2018년 방영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은 세상에 기댈 곳 없던 이지안(아이유)를 돕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박동훈 역을 맡아 또 한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나의 아저씨'가 남긴 수많은 명대사와 메시지는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되며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 인생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스크린에서의 활약도 두드려졌다. '쩨쩨한 로맨스'(2010),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것'(2012), '끝까지 간다'(2014), '기생충'(2019), '킬링로맨스'(2023) 등 장르와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단단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이선균은 칸영화제와 아카데미를 휩쓴 기념비적인 작품 '기생충'의 주역으로 나서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았다.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의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자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에서 주연 박동익 역을 맡은 그는 첫 '천만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단숨에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올해도 이선균은 영화 '킬링 로맨스'를 비롯해 예능프로그램 '아주 사적인 동남아', 드라마 '법쩐', 영화 '잠'을 선보이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지난 1월 방영한 SBS 드라마 '법쩐'은 평균 시청률 10% 이상을 기록하는 좋은 성적을 내며 이선균이 대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며, 영화 '잠'은 메마른 극장가에서 147만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다.
또한,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 영화제에는 주연작인 영화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총 2편이 모두 초청받는 겹경사를 맞으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영광과 기쁨의 시간을 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선균의 국보급 커리어는 지난 10월 '마약 혐의'가 불거진 이후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난 10월 20일 '마약 내사'를 받던 톱스타 L씨가 이선균으로 밝혀진 이후 이선균은 강남 유흥업소 종업원 A(29)씨 집에서 수차례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3차례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으며 급격한 추락의 길을 걸었다.
수사 과정 중 룸살롱 VIP설, 마약 투약 과정, 유흥업소 종업원 A씨와 나눈 대화 등이 노출되는 등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예정된 차기작에서 모두 하차, 촬영을 완료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한 나라' 역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며 배우로서 활동도 불투명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이선균 측은 줄곧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간이 검사는 물론 국과서 정밀 감정에서도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경찰 소환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또한 "A씨에게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아 이에 대해 수사 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피해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무려 19시간에 걸쳐 3차 조사를 받은 이선균은 "저와 공갈범, 어느쪽이 신빙성 있는지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라고 이전보다 강력한 입장을 내비쳤고, 26일에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하기도 하는 등 지속해서 혐의를 벗는데 힘썼다.
그러나 지난 27일, 이선균은 마약수사 소식이 알려진지 69일 만에 숨진채 발견되며 충격을 줬다. 무명부터 월드스타까지, 23년 연기 인생의 정점에서 '나의 아저씨' 이선균은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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