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비리 방탄’ 대통령 거부권은 역대 처음···권한남용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이 28일 국회를 통과하자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예고가 현실화한다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가족비리 방탄’용 거부권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취임 이후 네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동조합법·방송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례를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6건, 박근혜 전 대통령 2건, 이명박 전 대통령 1건 순이었다.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례를 살펴보면, 여소야대일 경우 거부권 행사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였던 13대 국회에서 ‘국정감사 조사법’ ‘증언 감정법’ ‘해직 공직자 복직 보상 특별조치법’ ‘지방자치법’ ‘노동쟁의 조정법’ ‘노동조합법’ ‘국민의료보험법’ 등 7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특검법’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 ‘태평양전쟁 희생자 지원법’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특별법’ 등 6건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여소야대였던 16·17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거부권을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2건을 거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국정철학과 반대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했다. 특히 가족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거부권이 행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가족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아들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검은 ‘소통령’으로 불리던 아들 김현철씨를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결국 현철씨는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과 셋째아들 김홍걸 의원은 기업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검 중수부는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을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9월 아들 이시형씨가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관련 특검도 받아들였다. 당시 최금락 대통령 홍보수석은 “소모적 논쟁을 막고 시급한 민생문제 해결에 국력을 모으도록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대통령에게 부여된 소임이라고 판단해 결국 대승적 차원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이송된 법률안에 이의를 달아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은 헌법 제53조에 규정된 헌법상 권한이다.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가족 비리 방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가족 문제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며 권한쟁의심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 가족 문제와 관련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여부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본인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된 특검이나 검찰 수사 거부한 사례 없었다. 이것이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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