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20대 홈런타자’, 찾아라 ‘20대 안방마님’

양의지(왼쪽)와 강민호.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 양의지(36·두산)는 27살이던 지난 2014년 각 포지션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KBO 골든글러브’를 처음 수상했다. 20대 후반부터 리그 최고의 포수로 발돋움한 그는 30대 후반을 바라보던 2023년, 통산 8번째 포수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현역 선수 중 양의지와 견줄 수 있는 포수로는 강민호(38·삼성)가 유일하다. 그는 2008년 23살의 어린 나이에 첫 번째 골든글러브를 획득했고, 현재까지 총 6개의 황금장갑을 수집했다. 2008년 이후 양의지, 강민호를 제외하고 포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선수는 김상훈(2009년·KIA), 조인성(2010년·LG)밖에 없다.

두 선수가 오랜 기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 한국 야구대표팀도 ‘안방’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세대교체’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포수 자리는 대표팀의 최대 ‘약점’으로 부각됐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사를 겪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세대교체의 출발점이 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부터 포수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다. ‘만 25세 또는 입단 4년 차 이하’라는 선발 기준을 충족하면서 일정 이상 경험을 갖춘 젊은 포수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지영(37)과 출전 기회를 나눠 가진 신인 김동헌(19·키움)과 후반기 주전을 꿰찬 김형준(24·NC) 정도를 제외하면 10개 구단 주전 포수 대부분은 30대의 베테랑이었다.

김형준, 김동헌, 조형우(왼쪽부터). 정지윤 선임기자·SSG 제공

이런 가운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젊은 포수들이 있다. 국제대회를 통해 한 단계 성장한 김형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저우 대회에서 대표팀 주전 포수로 활약한 김형준은 주전 박세혁을 밀어내며 소속팀 안방을 차지했고, 포스트시즌에서 NC를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다. 지난 10월19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4-9 완승을 이끌기도 했다. 김형준의 백업 포수로 항저우 대회에 출전했던 김동헌은 프로 첫해 102경기에 출전해 0.242의 타율과 0.300의 도루 저지율 등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점진적 세대교체를 선언한 SSG에서는 조형우(21)가 내년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62경기에 출전하며 1군 경험을 쌓은 그는 송구 등 수비에서 장점을 보여줬지만, 타율이 0.185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내년에는 자신이 가진 공격적 재능을 얼마큼 발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55경기 타율 0.333, OPS(출루율+장타율) 0.902를 기록한 정보근(24)과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손성빈(21·이상 롯데)도 기대주다. 2023년 박병호(37·KT), 최정(36·SSG)의 뒤를 잇는 ‘20대 홈런타자’ 노시환(23·한화)을 찾은 한국 야구는 2024년 양의지, 강민호의 뒤를 이을 ‘20대 안방마님’을 기다린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