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심 외교고문 "韓 플랫폼 규제, 美와 마찰-中엔 선물"

韓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부작용 비판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외교 고문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중국 공산당에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28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새 플랫폼 규제가 "미국과 한국의 기업들은 수년간 퇴보시키는 반면 미래의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서 중국 공산당이 통제하는 기업들이 유리해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플랫폼법의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플랫폼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고, 불공정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하는 게 핵심으로 알려졌다. 법이 시행되면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구글·메타 등 글로벌 기업도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플랫폼법은 유럽연합(EU)이 내놓은 디지털시장법(DMA)의 한국판"이라며 "EU의 DMA에 관해서도 많은 논쟁이 있었다. 법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자세히 보면 DMA 방식의 규제가 국가를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가장 혁신적인 기술 기업들, 주로 미국 기업들이 한국 규제당국에 의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가안보에 분명한 위협을 제기하는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중국 거대 기술기업들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미국과 한국 기업들의 진정한 경쟁과 혁신이 가로막히는 동안 중국 기업들은 디지털 경제를 장악할 기회를 제공받을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마찰은 양국 관계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에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 공산당이 자국 기업을 이용해 대량의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한국과 미국 등의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규제가 "중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들 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중국 공산당에 선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2017년 제정한 국가보안법을 통해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정보 수집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국무장관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