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유언장은 가라"… 재산 물려줘야 하는데 난감하다면
금융기관과 신탁계약 방식
생전 수익자는 본인이지만
사후엔 자녀 등 특정인에게
분쟁 없이 원활한 상속 가능
하나은행 필두로 KB·신한…
1금융권 상품 출시 잇따라
작년 총상속·증여액 188조
5년새 2배 이상으로 '껑충'
자산가들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상속이다. 한국에서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내 자산가들 사이에선 평생 일군 재산을 사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모 사후에 유산을 둘러싸고 상속인들 간에 분쟁이 생기는 사례가 워낙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신탁은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수단' 역할에 그쳤다. 그러나 영미 등 서구권은 물론 가까운 나라인 일본만 해도 신탁은 고객의 부를 관리·운용하고 세대 간 부를 이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고객의 부를 관리·운용·이전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신탁의 역할이 향후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특별한 세제 혜택이 없음에도 유언 대용 신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의지대로 자산 승계를 마치고 가족 간 유산 다툼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상속에 대한 사전 설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민법에 따른 유언장 상속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언은 민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등 5가지 방법을 따라야 하며 각각의 경우에 법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에 따라 작성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유언은 유언자(피상속인)가 사망한 후에 효력이 발생하게 되며, 대개 자필증서 방식과 공정증서 방식이 사용되나 자필증서 방식은 분실·위조의 가능성이 높고, 공정증서 방식은 분실·위조 가능성이 없는 대신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유언 대용 신탁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유언 대용 신탁은 은행 등 금융기관과 신탁계약을 통해 유언의 기능을 수행하는 상품으로, 위탁자(고객)가 수탁자(은행)에게 재산을 신탁(예치)하면서 위탁자 생전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정하고, 위탁자 사후에는 생전에 정한 특정인을 수익자(배우자, 자녀, 제3자 등)로 정해 신탁 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목적으로 설계한 신탁 상품이다.
다시 말해 유언 대용 신탁은 살아생전에는 본인의 의지대로 재산을 관리하다가 사후에는 미리 정해놓은 수익자에게 재산을 안정적으로 승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언서를 남기지 않더라도 유언 대용 신탁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탁자의 사망 이후 수익자가 신탁의 수익권을 취득하거나 행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유언과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유언 대용 신탁의 장점으로는 먼저 유언장 작성 또는 공증 등의 절차 없이 신탁계약으로 다양한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둘째로는 전문성과 공신력이 있는 금융기관이 신탁 재산을 관리하며 안전하게 상속을 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셋째로는 생전에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상속 재산의 원만한 배분을 통해 가족 간 상속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도 별도의 유언장 작성과 공증 등 법률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복잡한 상속 절차를 간소화하고 상속인 간 유산 다툼을 방지할 수 있으며 미성년자나 장애를 가진 상속인의 안전한 상속 재산 보존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신탁 가능 자산의 종류에는 금융자산뿐 아니라 토지나 주택 등 부동산 자산과 유가증권도 있으며, 신탁계약을 할 때 특약을 통해 개인별로 계약사항을 다르게 정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유언 대용 신탁으로 설정한 자산이 유류분 반환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이슈가 있는데, 최근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림에 따라 이 부분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언 대용 신탁 분야에서는 하나은행이 가장 앞서 '깃발'을 꽂은 사업자로 평가받는다. 2010년 4월 금융권 최초로 유언 대용 신탁의 하나은행 고유 브랜드인 '하나 리빙트러스트'를 출시한 하나은행은 리빙트러스트센터를 독립 부서로 운영하며 일찌감치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나 리빙트러스트는 고객이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이 재산을 관리·운용하고 사후에는 배우자, 자녀, 제3자 등을 수익자로 지정해 신탁 재산이 이전되도록 설정하는 종합 상속 설계 플랜이다. 재산을 지급할 대상, 시기, 지급 방법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어 고객 상황에 맞는 재산 관리와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지난해부터는 1금융권 전체가 유언 대용 신탁 시장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유언 대용 신탁 대표 상품인 'KB위대한유산신탁' 외에도 'KB위대한기부신탁' 등을 운용하고 있다. 2021년 9월 출시된 KB위대한기부신탁은 신탁계약을 통해 기부하는 상품으로, 위탁자 생전에 부동산·금전 등의 재산을 은행에 신탁하고 위탁자 사망 이후 미리 지정한 공익법인 등 기부처에 안정적으로 신탁 재산을 승계한다.
신한은행은 기존 '신한미래설계 내리사랑신탁' 상품을 대신해 2021년부터 '신한 S 라이프 케어 유언대용신탁'을 선보였다. 같은 해 우리은행도 '우리내리사랑유언대용신탁'을 운용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당국이 신탁으로 담을 수 있는 자산 범위의 확장 등을 골자로 한 신탁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신탁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탁업 규제 완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은행들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비자 수요 변화에 따른 신탁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이와 연계된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도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속·증여 재산 규모는 총 188조4214억원으로 2017년(90조4496억원) 대비 2.08배 증가했다.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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