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 "입체적 정책대응 필요한 시기"
△민생 안정 △위기 대비 △미래성장 준비
"여론의 지지 없이는 합리적 정책도 반드시 실패하고 여론의 이해와 지지가 있으면 아무리 시행이 어려운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미국의 전 대통령 링컨의 말을 인용했다. 2024년 금융위원회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내놓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위원회는 장단기 정책이슈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겠다"며 "대내적 시장 불안정과 민생 위기는 선제적·즉각적으로 대응하고 금융산업과 경제의 구조적 이슈는 장기적 시계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2024년 핵심 정책 과제로 △민생 안정 △위기 대비 △미래성장 준비 등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최근 금융당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생금융을 내년에도 적극 펼치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적극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소득과 자산 불균형, 정치 양극화 속에서 현재의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민 등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힘써 사회적 연대감을 지켜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금융범죄 근절, 시장질서 확립 등 역시 민생 안정을 위해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화 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기에도 튼튼한 금융의 공고화"라고 표현했다. 이를 통해 금융시스템이 실물 부문 충격을 증폭시키지 않고 그 충격을 흡수 및 완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금융 본연의 기능인 자금공급의 기능 역시 충실히 하겠다는 계획도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5대 중심전략분야를 중심으로 정책금융지원을 212조원으로 확대하고 성장 촉진을 위한 맞춤형 기업금융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산업은행 부산이전, 지역활성화투자펀드 도입 등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신년사 전문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국민 여러분 올 한 해 뜻한 모든 일을 이루시고 가정에도 건강과 사랑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급증한 가계·기업 부채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쉽지 않은 경제 여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을 수호하고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노력하였으며 수출기업,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추진해 왔습니다.
자칫 시장 경색과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수 있었던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고 서민 등 취약계층의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여러 위기를 극복하며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위원회는 시장상황에 맞춰 적시에, 충분하고 과감한 시장안정조치와 민생안정조치를 시행하였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들은 시장안정을 위해 유기적으로 협력하였으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서민·소상공인 등에 적극적인 상생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 정책을 이해해 주시고 협조해 주신 데 힘입었습니다.
2023년 우리나라가 물가, 성장, 고용, 주가 측면에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것도 사회구성원들의 이와 같은 고통 분담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편 국회의 협조 하에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정비,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 가상자산이용자보호, 보이스피싱 구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본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과제도 입법화할 수 있었습니다.
국정과제를 포함한 주요 정책과제가 입법·시행될 수 있도록관심을 가지고 응원과 비판을 아끼지 않아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행히 올해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금리 하락과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분절화, 기후 변화, 고령화 등으로 금융·경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도 부동산PF, 가계·기업 부채, 성장동력 정체 등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많은 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장단기 정책이슈를 아우르는 입체적인 정책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대내적 시장 불안정과 민생 위기는 선제적이고 즉각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한편, 금융산업과 경제의 구조적 이슈는 장기적인 시계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겠습니다.
첫째, "민생을 지키는 금융"에 힘쓰겠습니다.
올해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많은 가계와 기업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경기회복도 대기업 수출 위주로 진행되어 내수에 의존하는 다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익은 답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사회가 소득·자산 불균형과 정치 양극화 속에서 현재의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민 등 취약계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힘써, 사회적 연대감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4종 지원 패키지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부담을 신속히 경감하고, 서민금융 공급, 채무자보호법 시행 등으로 취약차주의 재기와 회복을 지원하며, 청년층, 주담대차주, 고령층 등에 대해서도 맞춤형 금융지원에 힘쓰겠습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3주년을 맞아 다층적으로 제도를 보완·개선하여 소비자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불법사금융,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 국민의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금융범죄를 근절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국민들이 소중한 자산을 믿고 맡길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불법·불공정 공매도를 방지하는 개선안을 마련하고,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사전ㆍ사후적 대응을 강화하겠으며,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전환사채 불공정거래 규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통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습니다.
둘째, "위기에도 튼튼한 금융"을 공고히 하겠습니다.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은 비단 단기적인 경기침체, 금융거래 비용 증가, 가계·기업 대규모 부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기업이 안정적으로 장기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서고, 가계가 긴 시야로 노후 대비 자산형성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을 지킨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올해 금리 하락이 예상되나 하락 시기와 속도가 여전히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가계부채 등의 정상화 및 안정화를 더욱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먼저 부동산PF 연착륙을 위해 사업성평가 강화, 정상화펀드 활성화, 사업자보증 대상 다변화 등을 추진하는 동시에, 금융기관의 PF 관련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고
부동산 관련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를 개선하겠습니다.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를 관리하는 가운데, DSR 규제 내실화, 민간 장기고정금리 모기지 기반 조성, 전세․신용대출 관리 강화 등을 통해 부채의 양과 질을 개선하겠습니다.
발생할 수 있는 시장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의 시장안정조치를 필요시 시장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대·보완하고, 금융산업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며, 기업구조조정 역량 확충과 선제적 위기대응체계 정비도 추진하겠습니다.
이러한 종합적 대책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실물 부문 충격을 증폭시키지 않고, 오히려 그 충격을 흡수·완화할 수 있도록 우리 금융의 건전성과 복원력을 제고하겠습니다.
셋째, "미래성장을 견인하는 금융"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저성장·고령화라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금융의 핵심은 현재 소비·투자를 미래 소비와 연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과 고령화 대비 국부 형성에 금융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성장잠재력이 우수하거나 국가전략에 필수적인 기술·분야·산업에 신선한 혈액이 공급될 수 있도록, 5대 중점전략분야를 중심(102조원+)으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212조원)하고, 성장 촉진을 위한 맞춤형 기업금융 프로그램*도 시행하겠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은 부산이전과 지역활성화 투자펀드 도입, 기업성장 촉진을 위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금융산업 차원에서도, 국내시장 성장 정체, 디지털 전환, AI 융합, 빅블러 등 지진해일과 같은 환경 변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별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규제 혁신과 금융의 글로벌화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아울러 대환대출 인프라 고도화, 금융중개플랫폼 활성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핀테크 혁신 가속화 등을 통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산업 혁신을 유도하겠습니다.
주요 금융현안이 산적해있으나, 동시에 기후변화, 저성장, 고령화 등 구조적인 변화에도 미리 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고, ESG 공시 제도를 구체화하는 한편, 인구감소에 대한 금융 대응방안도 강구하겠습니다.
아울러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신성장금융 활성화, 가상자산·빅테크에 대한 규율체계 확립 등을 통해 경제구조 및 산업 변화에도 대비해 나가겠습니다.
손자(孫子)는 모두가 한 뜻으로 함께 실행하는 군(軍)은 그 승리를 알 수 있다 하였습니다.(故知勝有五 上下同欲者勝, 고지승유오 상하동교장승)
그간 우리나라의 고속성장과 위기극복은 우리가 단단한 조직력을 갖춘 농구팀처럼, 골밑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속공 시 동료가 혼자 뛰지 않게 같이 달리며, 동료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스크린을 주저하지 않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 함께 뛰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국민의 입장을 헤아려, 국민의 ‘심판’으로만 머물지 않고, 국민과 함께 뛰는 동료가 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금융위원회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고 건설적 비판과 제언을 아끼지 말아 주십시오.
미국 전 대통령 링컨이 강조한 것처럼, 여론의 지지 없이는 합리적 정책도 반드시 실패하고, 여론의 이해와 지지가 있으면 아무리 시행이 어려운 정책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에도, 국민과 정부 우리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함께 한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값진 열매를 맺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해가 뜨는 동쪽을 수호하고 새싹이 돋는 봄을 관장한다는 청룡의 한 해가 밝은 미래를 여는 단초(端初)가 될 수 있도록 나아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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