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산 철강관세 유예 2년 연장… 철강협정 전망은 '흐림'

박가영 기자 2023. 12. 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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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유럽연합(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EU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2025년 12월31일까지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19일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재적용 시점을 2025년 3월3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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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유예 조치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내년 미국과 EU 모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양측 간 철강협정 타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EU에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2025년 12월31일까지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이 한시적 무관세 조치는 당초 올해 연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진행 중인 논의와 공동 조치를 고려할 때 EU에서 수입되는 철강 물량이 더 이상 미국 안보를 저해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유예 연장 배경을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보다 앞선 지난 19일 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재적용 시점을 2025년 3월31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2018년 3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씩 관세를 부과했다. 이 정책은 EU와 중국, 일본에 적용됐다. EU도 맞대응에 나섰다. 같은 해 6월 버번위스키와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 데이비드슨 오토바이 등 미국을 상징하는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EU는 무역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움직였다. 2021년 10월 미국은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은 계속하되 EU산 철강에 대해 연간 330만t(톤), 알루미늄은 38만4000t까지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관세할당제도(TRQ)'를 적용하기로 EU와 합의했다. EU 역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했다.

관세 유예 기간 동안 양측은 무역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자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SA) 체결을 논의해왔다. GSSA는 미국과 EU가 정한 탄소 배출량 기준에 따라 철강 관세율을 차등 부과하는 협정으로, 비시장적 관행으로 과잉 생산되는 제3국산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은 석탄 연료에 기반해 철강을 생산하며 저가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산 철강은 '더러운 철강'이라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견이 지속되면서 연내 타결이 불발됐다. EU는 협의 과정에서 미국의 철강 관세 부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TRQ를 완전히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이 철폐 대신 시한 연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GSSA에 따른 관세 체계 적용 방식을 두고도 입장차가 있었다. 미국과 달리 EU가 노골적인 중국산 배제 방식에 소극적인 것도 협의 실패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과 EU는 협상을 계속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 모두 내년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교착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내년 6월 유럽의회 선거와 함께 집행부가 전원 교체된다. 미국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재선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경쟁자인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괄 10%포인트 인상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협상의 결렬은 미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국내 정치가 경제정책을 둘러싼 미국의 국제 관계에 점점 더 간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추세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심화돼 무역 협상이 마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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