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마셨네" 숙취로 '골골'…'이 음식' 먹으면 속 풀린다
연말연시 늘어난 술자리에 덩달아 많아진 게 '숙취'다. 그런데 같은 양을 마셔도 사람마다 숙취 정도가 다르다. 왜 그럴까.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유수종 교수는 "사람마다 술을 분해하는 단계별 효소의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술이 간에서 대사될 때 두 단계를 거친다. 1단계로, 알코올이 탈수소효소를 통해 분해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된다. 2단계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로 인해 분해돼 물이 된다. 각 단계의 효소가 얼마나 잘 작동하느냐에 따라 숙취 정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1단계에서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원활하게 분해됐어도 2단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잘 분해되지 않으면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에 쌓이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메슥거리며 토할 것 같은 숙취 증상이 나타난다. 숙취 능력은 인종에 따른 차이도 있다. 유수종 교수는 "흔히 아시아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서양인보다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같은 양을 마셔도 한국인이 미국인보다 숙취로 더 괴로워할 수 있단 얘기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까.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권혁태 교수는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 술을 더 많이 마시고 덜 취하는 느낌일 들 수는 있다"며 "운동을 많이 하면 근육이 차올라오는 것처럼 술을 분해 능력이 약간은 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 주량과 상관없이 주종(술 종류)이 뭐든 남성은 3잔, 여성은 2잔까지만 마시는 게 안전하다. 전용 잔 1잔이면 알코올이 10g 정도 들어있다.
술을 1주일에 똑같은 양을 마신다고 가정하면 매일 조금씩 7일간 나눠 마시는 것과 한 번에 몰아 마시고 6일 쉬는 것 중 어떤 게 나을까? 유수종 교수는 "물론 어떤 경우든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휴주 기간(술을 마시지 않는 기간)을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술을 매일 마시면 아무리 그 양이 적더라도 습관이 될 수 있다는 점, 이에 따라 알코올 의존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 뇌가 알코올 도수에 적응하면 점점 더 높은 도수의 술을 원한다는 점 때문이다.
술을 섞어 마시는, 이른바 '폭탄주'는 더 빨리 취할까? '소맥(소주+맥주)'을 예로 들면 소주와 맥주를 섞으면 각 술의 중간 도수(11도 정도)의 술이 탄생한다. 소주만 마실 때보다는 도수가 떨어지지만, 문제는 소주잔이 아닌 맥주잔으로 마시게 되면서 다량 마시게 된다는 것. 유 교수는 "'소맥'을 마실 경우 맥주보다 도수 높은 술을 맥주처럼 벌컥벌컥 마시게 돼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진다"며 "게다가 맥주의 탄산 성분이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해 들어오는 알코올 양도 많고, 흡수도 빨라져 더 빨리 취한다"고 경고했다. 폭탄주가 숙취를 부추기는 셈이다.
숙취를 부르는 또 다른 습관이 있다. 안주 없이 술만 마시는 방식이다. 유 교수는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돼 빨리 취한다."며 "자기가 해독할 수 있는 능력치보다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숙취가 심해진다"고 언급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곁들이면 알코올이 몸에 흡수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단, 안주는 과식하지 말고 적정량 먹어야 한다. 과식하면 지방간 발생 위험을 높여서다. 간 해독을 배려하다 간에 지방을 붙여주는 격이다.
콩나물·미나리는 좋은 '천연 숙취해소제'다. 이들 식품 속 아스파테이트라는 성분이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촉진한다. 술 마신 다음 날 콩나물을 먹으면 숙취가 덜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을 따끈하게 해서 먹으면 숙취를 풀고 해장하는 데 실제로 도움 된다. 유 교수는 "술을 마시면 위장관 운동이 일시적으로 많이 떨어지는데, 이때 찬물을 마시거나 찬 음식을 먹으면 위장 운동이 더 떨어져 구역질·구토 같은 숙취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아무리 따뜻하더라도 마라탕처럼 자극적이면서 맵고 짠 국물은 피해야 한다. 맵고 짠 음식은 위를 강하게 자극할뿐더러 이미 술을 마셔 탈수된 상태에서 땀을 뻘뻘 흘려 탈수를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해장을 위해선 따뜻하면서도 맑은 국물을 선택해보자.
비타민B군, 비타민C를 먹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 영양소가 부족하면 숙취에 필요한 효소가 몸에서 잘 나오지 않아서다. 술을 마실 때, 술 마신 다음 날 물을 자주, 많이 마시면 알코올로 인한 이뇨 작용과 탈수를 막고 알코올의 분해를 도와 숙취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탄수화물 식품을 먹는 것도 숙취 해소에 약간은 도움 된다. 숙취 다음 날, 빈속으로 있는 것보다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하는 게 숙취를 조금 더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권 교수는 "피자를 먹으면 숙취를 해소하는 데 도움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는데, 피자의 치즈보다는 빵(탄수화물)이 에너지를 보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술자리에서 목마를 때 술 대신 물을 마시는 것도 팁이다.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시간도 벌고 분해에 필요한 물도 공급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술 마신 날엔 늦지 않게 잠을 청하는 게 중요하다. 잠을 늦게, 적게 자면 숙취 해소를 방해해서다. 권 교수는 "진통제 계열, 진통 소염제를 먹는 것도 숙취를 빨리 벗어나는 데 도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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