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갯벌 서식 흰발농게 북 소리?…인하대 연구팀, 소리 생태 연구

이민우 기자 2023. 12. 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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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떨어 땅으로 소리 전달하는 ‘북치기’
구애와 영역 방어 위한 수단으로 사용… 북치기 리듬 달라져
인천 중구 영종도 송산유수지에서 흰발농게(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수컷들이 영역 다툼을 하고 있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의 갯벌 등에서 서식사는 ‘인천 깃대종’인 흰발농게 수컷의 북치기(Drumming)가 영역 방어나 암컷 유혹 등에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인하대학교에 따르면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 김태원 교수 연구팀이 흰발농게의 숨겨진 소리 생태를 연구했다. 흰발농게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2급이며 해양수산부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한 인천의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동·식물을 말한다.

연구팀은 여름철 수컷이 집게발을 흔들고, 소리를 전달하는 등 암컷에 구애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흰발농게 수컷은 암컷을 집으로 부를 때 집게발을 흔들며 구애춤을 추는 것뿐 아니라 다리를 떨어 땅으로 소리를 전달한다. 이를 ‘북치기(drumming)’라고 하는데 사람은 공기를 매질로 전달이 이뤄진 파동으로 음악을 듣지만 흰발농게는 땅을 매질로 전달된 파동을 음악으로 듣는다.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 김태원 교수 연구팀의 연구 분석 설명도. 인하대 제공

연구팀은 흰발농게의 북 치는 행동이 암컷을 유인할 때뿐 아니라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신호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구애할 때와 공격적으로 반응할 때 등 행동 패턴에 따라 북 치는 리듬도 변화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연구팀과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엔지니어링 전공 석사과정 김민주씨(현재 국립생태원 근무)는 지난 2021~2022년 지반진동 측정기와 직접 만든 아바타 암컷 농게를 이용해 흰발농게 수컷의 행동 패턴에 따른 소리 신호 측정에 성공했다. 암컷을 부를 때는 굴 안에 들어가 북 치기를, 자기 영역에 침범하는 적을 방어할 때는 굴 바깥에서 북 치기를 한다.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해양동물학연구실 김태원 교수 연구팀의 연구 분석 설명도. 인하대 제공

흰발농게가 내는 신호의 주파수는 보통 200~400Hz다. 구애를 할 때 소리는 공격적일 때보다 트레인(선율의 처음부터 끝)이 길고, 한 트레인당 박동(Pulse)이 많은 반면 박동의 빠르기는 공격적일 때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농게가 노래하는 곳: 흰발농게는 맥락에 따라 선율이 달라져’라는 제목으로 동물행동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동물행동학(Animal Behaviour)’ 2024년 1월호에 실린다.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는 “바다 환경에서 공사나 레저활동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소음은 이들의 조용한 노랫소리를 방해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해양 환경영향평가에 멸종위기종에 대한 소음진동 영향 기준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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