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제7회 포모스 어워드 2023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출중한 게임들이 쏟아지듯 나왔다. 덕분에 매달 새로운 대작들을 플레이하느라 게이머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평소와는 달리 이상하리만치 수준 낮은 게임도 등장해 다소 혼란스러운 시기도 있었다.
포모스에서는 올 한해 빛과 어둠의 극단에 선 게임을 조명하는 한편 억울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게임사를 선정해 봤다.
이 중 서양권에서 돌풍을 일으킨 '발더스 게이트 3'은 역사와 전통의 CRPG(컴퓨터롤플레잉게임)에 대중화를 더 하는 한편 방대한 콘텐츠 볼륨과 높은 자유도로 GOTY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
기존 RPG와 달리 CRPG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다. CRPG는 비선형적이며 유저 선택 하나하나가 게임에 영향을 끼친다. 동료에게 칼을 들이댈 수도 보스와 흥정할 수도 있다.
이런 깊이 있는 재미는 온전히 즐길 수 없으면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발더스 게이트 3'는 한국어 현지화 없이 출시돼 국내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CRPG가 워낙 국내 시장에서 초라한 성과를 거뒀기에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발더스 게이트 3'의 제작사 라리안스튜디오는 정말 깜짝 발표로 정식 한국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국내 팬들을 놀라게 했다.
회사가 사활을 걸고 만들어 냈기에 게임 개발에 중점을 둬 한글화가 뒷순위로 미뤄졌지만, 결국 게임 내 방대한 텍스트를 모두 한글화 해냈기에 충분히 용인해 줄 만하다.
같은 대작 포지션에도 철저하게 한국 시장을 무시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베데스다의 '스타필드'와는 달리 GOTY의 품격을 보여준 라리안스튜디오에게 이 상을 전한다.
반복적인 게임플레이로 한숨 나오게 만드는 '반지의 제왕:골룸'을 비롯해 만들다가 말았다는 평가를 받는 '스컬 아일랜즈: 라이즈 오브 콩'까지 하찮은 게임이 가득했다.
그래도 이런 게임은 일단 출시했다는 점에서 일정 참작이 가능하다. 러시아 개발사 픈타스틱(Fntastic)에서 출시한 생존 게임 '더 데이 비포'는 얼리 액세스 출시와 함께 며칠 뒤 폐업을 선언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문제의 '더 데이 비포'는 출시 이전부터 잡음이 들렸다. 공개된 트레일러는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미국을 배경으로 생존의 재미를 담은 오픈 월드를 강조했다.
문제는 트레일러가 공개될수록 타 게임의 트레일러나 이미지를 차용한 듯한 흔적이 발견되는 한편, 작은 게임사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콘텐츠를 예고하고 있어 점차 의심이 깊어졌다.
결국 운명의 오픈일인 지난 7일 스팀 출시된 '더 데이 비포'는 우려했던 대로 질 낮은 완성도와 그래픽, 각종 버그와 크래시로 '압도적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제작사인 픈타스틱은 모든 문제를 포기한 채 환불을 선언했고 폐업 절차까지 밟았다. 최악의 게임은 미완성된 게임이 아니라 책임지지 않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려준 '더 데이 비포'에게 이 상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상을 차지했던 것은 역시나 미국의 E3다.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개최된 아래 전 세계 모든 게임 개발사가 모여 자신의 신작과 새로운 하드웨어를 공개해 왔다.
이런 E3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E3의 주최 측인 ESA는 "20년 넘게 미국과 비디오 게임 산업의 중심이었던 E3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팬더믹을 겪으며 축소됐던 E3는 2021년 온라인으로 진행을 전환한 뒤 연이어 행사가 취소됐다.
그동안 E3를 지탱해 오던 대형 콘솔 플랫폼 홀더인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줄줄이 불참 의사를 밝혔던 것이 결국 폐지까지 오게 됐다는 분석이다.
폐지 소식에 게임 업계 인사들은 저마다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의 인기 게임 개발자 코지마 히데오는 "1997년 메탈기어솔리드를 선보인 이후 매년 참가해 왔다"며 "E3가 없었으면 일본의 제작자와 타이틀은 지금처럼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말도 많고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게임 업계를 모으고 사람을 이어주던 E3의 안타까운 소식에 조의를 표한다.
산하 브랜드인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외에서도 주목하며 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여기에 '더 게임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난공불락의 해외 패키지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루트슈터 장르인 '퍼스트 디센던트'는 물론 최근 신작 생존 탈출 게임 '낙원'의 프리 알파 테스트까지 진행하며 어느 때보다 게임성을 갖춘 양질의 타이틀을 다수 선보였다.
고무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내부에서 제작하던 게임을 외부로 유출해 서비스하던 '다크앤다커' 사건과 게임 내 혐오 표현을 몰래 삽입한 외주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문제다.
넥슨은 현재 '다크앤다커' 제작사 아이언메이스와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도 혹시나 은근슬쩍 스리슬쩍 들어간 혐오 표현이 없는지 밤을 지새우며 프레임 단위로 분석 중이다.
평소 넥슨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왔던 게이머조차 이런 억울한 사건을 연달아 겪은 넥슨에 위로의 말을 전하는 한편 선행 기부를 이어가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넥슨에게 이 상을 바친다.
흔한 사전 트레일러 하나 공개하지 않고 별다른 마케팅 없이 마이크로소프트&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된 뒤 바로 출시하는 대범한 시도를 선보였다.
특히, 이 제작사는 지금까지 '바이오 하자드'의 아버지로 알린 일본 개발자 미카미 신지가 몸담고 있던 스튜디오로 전작 역시 공포 게임인 '이블 위딘'이었다.
그런데 정작 출시된 '하이파이 러쉬'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와 리드미컬한 액션을 담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게임이다.
갑작스러운 게임의 등장에 게이머 역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랐지만 정작 나온 '하이파이 러쉬'는 기존 액션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던 보석 같은 매력을 지녔다.
게임에서 펼치는 모든 행동은 박자를 기반으로 한다. 박자에 맞춰 공격을 펼치면 콤보가 이어지며 회피 역시 박자에 맞춰 누르면 더욱 멀리 떨어진다.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기에 제작진은 게임 내 모든 사물과 배경에 박자감을 느낄 수 있는 메트로놈처럼 구성했다.
여기에 배경음악 역시 박자를 맞출 수 있게 도와주는 등 게임디자인과 사운드가 액션을 보조하는 신선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많고 많은 대작 중에 창의적인 시도를 아끼지 않았던 올해의 다크호스 '하이파이 러쉬'에 이 상을 바친다.
최종봉 konako12@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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