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다시 모인 'F4'…태영건설발 시장 충격 최소화 총력전
태영 협력사 581개, 이들의 금융권 여신 7조
금감원 "협력사 지원 중 발생한 문제 면책 방침"
PF 대출 비중 높은 캐피탈·저축은행 리스크↑
경제·금융 당국 수장이 사흘 만에 모여 태영건설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격 최소화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소위 'F4(Finance 4)'는 29일 오전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 금융·외환시장 상황과 그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26일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가능성을 논의한 지 사흘 만이다. 그만큼 도급 순위 16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장에 던지는 충격파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유동성 우려에 85조 원 지원…태영 협력사 상환 유예도
최 부총리는 "필요하면 현재 85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유동성을 더 확대할 수 있다"면서 "시장안정조치를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며,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있어 건전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금융권 스스로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도 이날 금융협회 및 주요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과의 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 협력업체(581개사)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노력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581개 협력업체와 5조8,000억 원의 하도급 계약 체결을 했으며, 이들 협력업체의 금융권 여신은 7조 원에 달한다. 태영건설 계약비중이 30% 이상인 협력업체는 168개사(28.9%)로, 그중 151개사가 소규모 비외감업체에 해당한다.
이에 금감원은 ①태영건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여신한도 축소나 추가 담보 요구 등 금융거래사 불이익 조치 자제를 요청하고 ②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1년 동안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 지원해 줄 것 등을 당부했다. ③은행권 신속금융지원 프로그램 적용이 가능한 협력업체에 대해 은행권 공동으로 적극 지원해 달라고 했다.
특히 금감원은 이번 협력업체 지원 중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검사·제재 규정상 면책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태영건설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이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 만큼 관련 지원을 다할 것"이라며 "면책 특례의 경우 행정 규칙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에만 PF 대출 했겠나"…불안에 떠는 제2금융권
정부의 총력 대응 방침에도 불구, PF 부실이 금융권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일 때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실한 제2금융권까지 막대한 규모로 PF 대출을 늘린 상태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금융채권단 목록을 보면 수십억 원을 빌려준 지역신협 및 지역 새마을금고, 캐피탈사가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들이 태영에만 빌려줬겠나"라며 "단위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의 잠재 부실률이 상당히 높아 내부적으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시뮬레이션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9월 말 기준 캐피탈사의 부동산 PF 잔액은 26조 원으로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134조 원)의 19%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44조2,000억 원), 보험사(43조3,000억 원)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문제는 저신용 캐피탈사일수록 위험도가 높은 브리지론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변제 순위가 낮은 데다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비수도권·비아파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경기 침체도 이어져 시간이 갈수록 부실 전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PF 대출이 몰린 캐피탈이나 저축은행들의 부실률이 높아질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건설 경기를 연착륙하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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