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떨고 있는 금융시장과 건설업계
PF 시장 구조조정도 본격화 예상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위기설이 돌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건설업계 시공능력 16위로 작지 않은 규모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금융시장과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비상회의를 통해 이러한 불안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로 위기설이 돌았던 채권 시장에서는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건설사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위기설 나돌던 태영건설, 결국 워크아웃 신청
태영건설은 지난 28일 워크아웃 신청 공시와 함께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태영건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건설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이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즉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로서 채권 금융기관이 거래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경쟁력을 강화시킴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제고시키는 제도다.
태영건설 측은 "워크아웃은 기업의 경영활동을 유지하면서 정상화를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채권단-공동관리기업간 자율적 협의를 통해 단기간에 진행되므로 성공률, 대외신인도의 회복, 채권회수 가능성이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채권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기존 수주 계약도 유지가 가능하다"며 "일반 상거래 채권은 정상적으로 지급된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 영업활동에 큰 제약이 없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5월 건설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내부적으로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PF 연장이 되면서 위기는 넘겼지만, 다시 만기가 도래할 시기가 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에도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많이 힘들다 보니 현장에서 자금 유치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다. 이에 태영건설 내부 직원들도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이러한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졌다. 태영건설이 협력업체에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곧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태영건설 관계자는 "2‧3분기 실적도 잘 나왔고 현재까지 백현마이스 도시개발과 지주택사업 등을 연달아 수주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이 좋게 흘러가고 있다"며 "그룹에서는 현재 유동성 공급을 위해 물류 부분을 매각해서 지원하기로 하는 등 워크아웃에 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태영건설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 긴급회의 소집 금융위, 시장안정 대책 즉각 가동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정부당국도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오전 11시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금리 및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부동산PF, 그리고 건설업의 불안요인은 F4 회의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니터링 중이었다"며 "태영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의 상황도 지속 모니터링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분양계약자와 태영 협력업체 등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태영건설의 경우 자체 사업 비중과 부채의 비율이 높고 자기자본 대비 PF보증도 과도한 점 등 태영건설 특유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건설업 전반의 문제라고 보기 곤란하고 시장도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금융위 측의 설명이다.
또한 "최근 미국 FOMC 이후 안정된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과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국내 금융시장 상황은 안정되어 있다"며 "그리고 경제 예측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내년도에는 수출 회복 등 거시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위험요인들을 정밀하게 관리해 나가면 현재 부동산PF 및 건설업 불안요인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위기 극복 상황에서 건실한 기업과 부동산, 부동산PF에 대한 자금 지원과 PF사업장의 사업성 제고를 양대 축으로 해서 기재부를 중심으로 국토부, 금융위, 금감원 그리고 한국은행이 원팀이 되어 신속하고 종합적인 정책을 대응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이미 지난 12월 초부터 기재부 차관을 중심으로 하는 관계기관 T/F가 구성되어 운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긴급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밝힌 정부와 관계기관의 대응 방안은 네 가지다.
먼저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와 설득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와 협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음으로 분양계약자와 협력업체 보호조치들을 즉각 이행하기로 했다. 또한 불안심리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가동하고, 이를 시장 상황에 따라 대폭적으로 확대 및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부동산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 조치를 추진하는 한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에 대한 관계부처 종합지원 대책도 추가로 수립하기로 했다.
◆ 불안에 떠는 금융시장과 건설업계, 진정될 수 있을까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금융시장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그 동안 수천억원대 PF 대출로 인해 채권 손실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부동산 PF 위기설이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본격화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장기차입금 총액은 1조4942억원, 단기차입금 총액은 66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은행권으로부터 장기차입금 4693억원과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을 빌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PF 대출 1292억원과 단기차입금 710억원 등 2002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이 대출 1500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 기업은행이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이 단기차입금 72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도 PF 대출 436억원과 단기차입금 200억원 등 636억원을, 하나은행은 PF 대출 169억원과 단기차입금 450억원 등 618억원을 태영건설에 대출해줬다.
여기에 더해 보험사와 증권사, 제2금융권 대출도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건설자재비 상승과 금리 상승 등으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진 가운데 주택 미분양도 늘어나며 공사비 회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만 512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305곳, 지난해 362곳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폐업업체 숫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부도 처리된 건설사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경남 지역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만기어음을 막지 못하고 최종 부도처리됐다.
여기에 대창기업과 신일건설, 에치엔아이앤씨 등 시공능력 110위 안팎에 건설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해에는 우석건설과 동원산업건설, 시공능력 83위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까지 부도를 맞았다.
삼성증권의 이경자‧김재우‧백재승‧정민기 등 연구위원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2022년부터 100위권 이하 시공사의 법정관리 및 부도가 증가하던 국면이었다"며 "이들은 원가 급등이 빚은 현금흐름 차질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영건설은 과중한 PF 보증으로 PF 리스크가 시공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 사례"라며 "그간 법정관리를 갔던 시공사들은 100~300위권이었기에 리스크가 크게 확산되지 않았으나, 20위권 내 시공사의 워크아웃 결정은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인해 시장 충격이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위기 시 정책 지원이 강력해졌고(채안펀드 등), 학습효과로 적기에 세심한 정책 지원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PF 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PF 시장은 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버티지 못하는 시공사가 나타나며 PF의 안정성이 저하되기 시작했고, 대주들도 PF 연체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만기 연장 회수가 누적되면서 다수의 브릿지론은 사업성 훼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금융당국이 시장 원리에 입각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 태영건설 구조조정 불가피, 건설업계 몸집 줄이기 본격화
이번 워크아웃 신청으로 태영건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에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지하고, 내달 11일까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설명회를 내달 3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태영건설은 다수의 다양한 PF 사업과 SOC 사업을 영위하는 특성상 PF대주단을 비롯한 보증채권자의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태영건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은 물론 금융채권자와 PF대주단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워크아웃의 원활한 진행을 통해 태영이 정상적인 영업을 수행해 협력업체, 수분양자, 채권자, 주주 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채권단과 모든 이해당사자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영건설뿐만 아니라 건설업계가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부채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게 요즘 건설업계 분위기"라며 "건설사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신사업 확대보다는 기존 사업의 마무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현장이 있는 건설사들은 국내 사업장 축소에 따른 잉여인력을 해외로 파견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나, 국내 현장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재건축사업 등을 포함한 국내 주택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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