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90억대 비자금 조성한 한컴 차남 기소

아로와나토큰 매도하고 이더리움·비트코인 챙겨
백화점 물품 구입 등 사적 유용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차남이 계열사가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하준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전 한컴그룹 계열사 이사 김모씨(34대)와 아로와나테크 대표 A씨(47)를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아로와나토큰 1457만 1344개 매도를 의뢰해 수수료를 공제한 정산금 80억 3000여만원 상당의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지난해 3월에는 해외 가상자산 관련 업자에게 아로와나 토큰 400만개의 운용과 매도를 의뢰했으며, 운용수익금 15억 7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김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조성한 비자금은 약 96억원이다. 그는 비자금으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구입하거나,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입 등 사적으로 운용했다.

아로와나토큰 인출 권한을 가지고 있던 이들은 운영·관리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다. 2021년 4월 20일 상장한 지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가 50원에서 5만 3800원까지 올라 시세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한컴그룹 측 자금으로 인수된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토큰 총 5억개를 발행하면서 이를 디지털 6대 금융사업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했다.

2023년 8월 9일 거래소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이 토큰 상장을 폐지했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상장이 폐지돼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쳐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이라며 “피고인들의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