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가구 '데시앙' 분양 계약자 불안… 정부 "정상화에 총력"

정영희 기자 2023. 12. 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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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28일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계약자와 협력업체를 위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기준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사업장 가운데 분양까지 마친 곳은 22개, 총 1만9869가구다./사진=뉴시스
아파트 브랜드 '데시앙'을 보유한 시공능력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아파트 계약자들과 협력업체들은 혹시 모를 손해에 대한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태영건설 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하며 금융권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의 PF 사업장 총 60개에 대해 원활한 사업 추진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각 사업장 유형과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PF 대주단 협약 ▲PF 정상화 펀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사업자보증 ▲HUG 분양보증 등을 활용한다.

진행이 어려운 사업장은 대주단과 시행사가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재구조화, 사업장 매각 등을 추진한다. 현재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사업장 가운데 분양을 완료한 사업장은 22개(1만9869가구)다. 이 중 14개(1만2395가구)는 HUG 분양보증에 가입돼 있다. 태영건설이 계속 공사를 이어가거나 어려운 경우 시공사를 교체해 분양계약자 입주까지 문제가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사업 진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HUG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 계약자에게 납부한 분양대금(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할 예정이다. 분양계약자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경우 환급을 이행할 수 있다.

나머지 사업장 중 6개(6493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시행한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유지하나 필요 시 공동도급 시공사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대체 시공사 선정 등도 이뤄질 수 있다. 남은 2개 사업장의 시행자인 신탁사와 지역주택조합보증이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다.

협력업체 지원책도 마련됐다. 현재 태영건설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는 총 581개사로 이 중 대다수(96%)가 건설공제조합 하도금대급 지급보증 가입이나 발주자 직불합의가 돼 있어 태영건설이 지급 불가를 통보해도 보증기관을 통해 대금을 받을 수 있다.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가 30% 이상인 하도급업체는 즉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1년간 금융기관 채무를 상환유예하거나 금리 감면 특례를 적용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처한 업체는 채권은행 공동으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금리인하 등을 신속히 결정하는 신속지원 프로그램 활용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번 워크아웃 사태가 건설업계 전반의 유동성 위기로 확대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모두 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시장안정조치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50조원+알파(α) 수준으로 가동한 후 부동산 PF와 건설업체 지원 조치가 추가돼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이라며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 금액)가 금융권 총자산의 0.09% 수준이며 다수 금융회사에 분산돼 건전성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뿐 아니라 태영건설과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동안 태영건설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지주회사인 티와이(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등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워크아웃 발표 이후 남은 계열사인 환경기업 에코비트, 골프장 운영사 블루원 등의 매각이나 자산·지분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 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시평 20위권의 대형 건설업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2013년 쌍용건설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강원중도개발공사 기업회생신청) 우려가 제기된다. 당시 PF를 둘러싼 투자 불안이 증대된 데다 기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으로 벅찬 금융사가 늘어난 탓에 역마진을 감수하며 높은 이자를 약속한 채권도 팔리지 않는 사례가 즐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협력업체나 자금 지원에 협력해준 금융기관이 대금 미지급과 대출금 회수 불능 위기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며 "PF 시장의 상황을 감안해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거나 금융기관이 건설업계에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위한 PF대출 보증액을 제외한 부동산 개발 PF잔액은 약 3조2000억원이다. 주채권은행은 PF 1292억원을 포함해 2002억원을 빌려준 KDB산업은행이다.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의 75%가 동의하면 태영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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