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도 유아인도 '100억 위약금' 추정…'사회적 물의' 기준 무엇일까
전문가 "위약금 책임 범위 등 계약 세분화해야"
(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배우 이선균씨(48) 사망 사건을 계기로 연예인의 위약금 분쟁 기준이 주목받고 있다. 이씨는 생전 위약금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마약 관련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취소된 영화 출연 계약과 광고 위약금 등은 약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돌발 변수에 따른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약금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위약금 책임 범위 등 기준이 모호한 데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해 과도한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도 있다.
◇빠른 손절 이어 위약금 청구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드라마 '노 웨이 아웃' 촬영을 앞두고 경찰의 내사(입건 전 조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차했다. 이씨 주연의 영화 '탈출'과 '행복의 나라'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광고계도 이씨가 아내와 함께 모델로 출연한 광고 영상을 모두 내리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유명인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마치 손절하듯 빠르게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청구하는 것이 광고업계의 관행이다. 우리 민법상 위약금은 손해배상금의 일종이다. 상습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씨의 배상액도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통상적으로 광고나 작품 계약 시 법령을 위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약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게 된다. 계약에 '법령 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는 안 되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를 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하면 안 된다'는 준수 사항이 담겨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적 물의'이다.
법원은 '사회적 물의'를 기준으로 계약상 광고업체의 부담 위험이 크다는 전제 하에 판결하는 추세다. 재판부는 가수 아이비와 그룹 티아라, 개그맨 이수근 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소송을 당할 때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을 불러와 제품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도 '사회적 물의'에 해당돼 광고 해지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며 광고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광고를 촬영한 연예인에게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막대한 광고 계약금을 받는 만큼 논란이 되거나 도마에 오를 만한 행동은 연예인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광고 계약서에 명시된 '사회적 물의'라는 표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사생활부터 범법 행위까지 무분별한 의혹 제기만으로 부정적인 여론에 휘말리기 쉬운 유명인 특성상 위약금 제도는 연예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미지가 좋아 이른바 '몸값'이나 계약금이 높은 연예인일수록 감당해야 할 위약금이 크다. 이씨는 범죄 혐의를 소명하고자 3번의 공개 소환과 19시간 조사에 응했지만 이런 수사과정이 생중계로 보도되면서 대중과 업계에 미치는 이미지가 급속도로 악화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20여년 동안 스캔들 하나 없이 많은 광고와 작품을 찍은 이선균이었기에 그 비판 여론과 위약금 후폭풍은 다른 연예인보다 훨씬 거셌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형사처벌과 별개로 업계에 피해를 끼쳤다는 귀책 사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다"며 "설령 재판을 가더라도 3~4년 그 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금액은 둘째 쳐도 심리적인 압박이 컸을 것"이라 짚었다.
◇"보험제도도 고민해야"
최종적으로 범죄 사실이 없다고 해도 의혹에 휘말린 순간부터 연예인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도의적 책임까지 피하긴 어렵다.
구체적인 상황마다 다르지만 무혐의로 결론 나도 이미지 실추가 있다고 판단되면 연예인과 소속사 측에 어느 정도 도의상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이미 지급받은 광고료를 반환해 광고주 측 지출 비용을 보전해 주는 수준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연예계도 최근 광고나 작품 계약을 맺을 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약 시 '사회적 물의'의 내용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김 평론가는 "불가항력적인 문제에 연루됐을 때 전적으로 개인한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며 "연예인과 업계 관계자 모두 보호하려면, 사회적 물의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 정도를 예측할 수 있도록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도 "매니지먼트협회나 영화인협회 등 공제조합 안에서 연예인 리스크로 업계나 연예인 측의 피해가 클 경우 일부 변제해주는 식으로 자체적인 보험 제도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immu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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