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콜로라도 이어 메인주에서도 대선 경선 자격 박탈

유영규 기자 2023. 12.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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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주에 이어 메인주에서도 2024년 미 대선 출사표를 던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이 없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AP, 로이터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인주 최고 선거관리자인 셰나 벨로즈 주 국무장관은 28일(현지 시간) 서면 결정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6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는 점을 이유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벨로즈 장관은 34쪽에 이르는 결정문에서 "나는 어떠한 국무장관도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대통령 후보의 투표 접근권을 박탈한 점이 없다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그러나 또한 과거 어느 대통령 후보도 반란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직 피선거권을 박탈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결정입니다.

근거는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수정헌법 14조 3항입니다.

14조 3항은 헌법을 지지하라고 맹세했던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벨로즈 장관은 자신에게 수정헌법 14조 3항을 준수하고,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는 "기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월 6일까지 수개월에 걸쳐 선거 부정론을 동원, 2020년 선거 인증과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막기 위해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의회로 향하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벨로즈 장관은 콜로라도주의 판결이 연방대법원에 항소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연방대법원에서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행동해야 할 나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셰나 벨로즈 미국 메인주 국무장관


메인주 결정은 주 대법원이 주체가 됐던 콜로라도주와 달리 민주당 소속 공직자 개인이 내린 것입니다.

NYT에 따르면 미 전역 30여 개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자격에 대한 이의가 주로 법원을 통해 제기됐습니다.

메인주에서는 주 헌법에 따라 등록 유권자들이 주 국무장관에게 청원서를 제출하면, 국무장관이 후보 자격의 적격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앞서 메인주 전직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폭동 가담을 이유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벨로즈 장관은 이달 15일 8시간 동안 이어진 청문회를 거쳐 이번 결정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 이내에 메인주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습니다.

항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벨로즈 장관의 결정은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그는 사건의 중요성, 투표 준비 마감일 임박 등을 고려해 항소 판결이 나올 때까지 이번 결정의 효력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하며 항소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벨로즈 장관을 '악성 좌파', '바이든 지지 민주당원'이라 부르며 "실수하지 마시길. 이러한 당파적인 선거 개입 노력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벨로즈 장관은 메인주 상원의원과 시민권 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메인주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3년 전 주 국무장관으로 기용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메인주는 콜로라도주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집니다.

메인주는 네브래스카주와 함께 승자독식제를 채택하지 않습니다.

선거인단은 4명밖에 되지 않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메인주에서 선거인단 1명을 가져갔기 때문에 메인주 출마가 불발될 경우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콜로라도주에선 2020년 대선 때 득표율 13%포인트 차로 패했기 때문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콜로라도주의 승리가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NYT는 이번 결정이 민주주의와 투표권을 둘러싼 미국 내 긴장을 보여주는 것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둘러싼 정치 논쟁에 연방대법원 개입의 더 긴박한 요구를 보여준다고 짚었습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수정헌법 14조를 인용한 두 번째 주가 나오면서 연방대법원이 이번 논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내다봤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리처드 헤이슨 법학 교수는 이번 결정을 두고 콜로라도주 법원 판결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헤이슨 교수는 NYT에 "주요 후보자의 자격 박탈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콜로라도 법원이 이를 실행하고 대중에 공개하자 다른 사람들도 (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된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이겼습니다.

이들 주 대법원은 주 정부가 수정헌법 14조 3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참여를 제한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내년 초 주별 경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마다 다른 결정이 나오면서 이 문제는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P,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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