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장례식장 분위기는 침통했다. 하늘도 못마땅한 듯 우중충했다. 서글프게 우는 사람들도 많았다. 고(故) 이선균(48)이 가족과 동료들의 오열 속에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9일 낮 12시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이선균의 유족과 동료들이 모인 가운데 발인이 엄수됐다. 이선균의 장례는 빈소 사진과 영정을 제외하고는 모든 현장 취재를 언론에 비공개했다. 이후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하고 유해를 경기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봉안할 예정이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이선균과 오랫동안 호흡한 배우들과 감독들이 자리를 지켰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원석 감독, 변성현 감독, 김성훈 감독,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 배우 이성민, 류승룡, 조진웅, 김의성, 유해진, 공효진, 김동욱, 류수영, 김준한, 박훈, 최덕문 등도 애통한 표정으로 고인과 작별했다.
유족과 소속사는 이날 발인 등 이후 장례 마무리까지도 직접적으로 사진, 영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썼다.
호두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8일 “故 이선균 배우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애도해 주시는 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하지만 발인을 포함해 이후 진행되는 모든 장례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오니 마음으로만 애도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고인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모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다. 경찰은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인은 지난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따르면 이선균은 올해 초부터 유흥업소 실장 A(29·여)의 자택에서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고인은 간이 시약검사를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한 머리털과 겨드랑이털 정밀검진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지난 23일에는 19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마라톤 조사를 진행했다. 고인은 억울하다는 주장을 펼쳐온 것으로 전해진다. 혐의와는 본질적으로 먼 사생활 관련 보도가 이어져 그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선균이 사망함에 따라 경찰의 마약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1975년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1기 출신인 고인은 지난 1999년 그룹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데뷔했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2007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하얀거탑’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후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타임’ 등의 작품을 흥행시키며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tvN ‘나의 아저씨’에서 절대선에 가까운 인간미를 가진 박동훈을 훌륭히 표현했다. 아직도 수많은 팬들은 ‘나의 아저씨’를 인생작으로 꼽는다. 이외에도 JTBC ‘검사내전’, SBS ‘법쩐’ 등에서 활약했다.
영화계에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영화 ‘파주’, ‘옥희의 영화’, ‘쩨쩨한 로맨스’, ‘화차’, ‘나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등의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활약했다. ‘끝까지 간다’로는 2015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출연하면서 칸 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를 모두 밟으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해 ‘킬링 로맨스’와 ‘잠’을 개봉했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가 유작으로 남게 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