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 대출, 전세계약 후 3개월내 출산해야...“하루만 늦어도 안돼”
정부가 내년부터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구입 자금과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기존에 받은 대출도 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어 출산을 앞둔 가구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나니 주택구입자와 전세 세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전세대출에만 ‘계약 이후 3개월’이라는 조건이 붙어 출산일 하루 이틀 차이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전세대출 시스템상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국회 예산심의 및 관계 부처 협의 등을 거쳐 내년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신생아 특례 주택구입‧전세자금 대출을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접수는 다음 달 29일부터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2023년 1월 1일 출생아부터 적용)한 무주택가구에 혜택이 주어진다. 주택구입 자금 최대 5억원 한도 내에서 1.6~3.3%의 특례 금리가 적용된다. 출산 전 받았던 기존 대출은 출산 후에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별다른 기간 제한은 없다. 예를 들어 첫 주택을 구입한 후 출산 계획이 없던 부부가 시간이 흘러 아이를 낳는다면, 특례 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는 뜻이다.
전세자금 대출은 최대 3억원 한도에서 1.1~3.0%의 금리가 적용된다. 기존 전세대출도 신생아 특례 대출로 갈아탈 수 있지만, 전세 계약 개시일 또는 갱신계약일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만 가능하다.
이 같은 조건이 발표되자 전세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왔다. 별도의 대환 조건이 없는 주택구입 대출과 달리 전세 대출의 경우 계약일과 출산 시점이 3개월 이상 차이 나면 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내년 6월 출산을 앞둔 최모(32)씨는 “출산일이 가까워지기 전에 이사를 끝내려고 내년 1월 전세 계약을 해뒀다”며 “대환이 가능하다는 정부 발표만 믿고 자금 계획과 이사 계획을 다 세워놨는데 갑자기 3개월 제한이 생겼다”고 했다. 신생아 특례 대출은 지난 8일 이미 시행이 예고됐다. 당시 국토부는 다른 대출 상품을 이용하다 출산하면 대환대출을 허용한다고만 밝혔다.
최씨는 “2개월 차이로 특례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아이를 빨리 낳을 수도 없고, 이제 와서 이사를 미룰 수도 없다”며 “조건이 붙은 걸 보고는 밤새 잠도 못 이뤘다”고 했다.
최씨는 시중은행에서 4%대 금리로 3억원의 전세대출을 받아 100만원 이상의 월 이자를 납부해야 한다. 최씨 부부의 연 소득 기준(연 소득 7500만원 초과)으로 특례 대출을 받게 되면 2.3~3.0%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월 이자는 57만5000~75만원이다. 매달 최대 40만원 이상의 이자를 더 내게 된 셈이다.
출산을 앞둔 다른 부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주택담보 대출 대환은 3개월 조건 없는데 전세대출 대환에만 왜 3개월 조건을 다는 거냐” “처음엔 그냥 대환대출 가능하다고만 발표하더니, 이제 와서 왜 전세대출에만 3개월 제한을 설정했나” “출산일 하루 이틀 차이로 전세대출 대환 적용 못 받게 됐다” 등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은행에서 이뤄지는 전세대출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주택구입 자금 대출은 해당 주택을 담보로, 전세자금 대출은 은행권에서 발급한 보증서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이 보증서 재발급 기간이 대출 실행일로부터 3개월로 정해져 있다고 한다. 즉, 신생아 특례 대출로 갈아타려는 희망자는 필수적으로 보증서를 재발급해야 하는데 전세 계약 3개월 후에는 보증서를 재발급받을 수 없으니 대환 역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 대환 조건은 은행권의 대출 시스템에 따른 것으로, 임의로 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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