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자 삶의 의미였던 한편의 오페라…뮤지컬 '일 테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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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일제강점기 경성, 대학생들의 연극 공연이 일절 금지된 상황에서 항일연극단체 '문학회'의 회원들이 새로운 공연인 오페라에 관심을 갖는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일 테노레'에 등장하는 가상의 오페라 제목이 '꿈꾸는 자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우연한 계기로 오페라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윤이선은 문학회의 리더 서진연과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며 테너의 꿈을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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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고조시키는 연출·서경수 섬세한 목소리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합시다, 오페라! 조선 최초 오페라!"
1930년 일제강점기 경성, 대학생들의 연극 공연이 일절 금지된 상황에서 항일연극단체 '문학회'의 회원들이 새로운 공연인 오페라에 관심을 갖는다. 오페라를 소개할 마땅한 단어가 없어 '이태리 창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겁다.
지난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일 테노레'에 등장하는 가상의 오페라 제목이 '꿈꾸는 자들'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암울한 일제강점기를 이겨내야 하는 청춘들에게 꿈은 동력이자 삶의 모든 것을 바치게 하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제목 '일 테노레'(Il Tenore)는 조선 오페라의 선구자였던 테너 이인선(1906∼1960)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이인선은 세브란스의전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오페라를 공부한 뒤 1948년 한국 최초의 전막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했다.
뮤지컬에서 이인선은 의사의 길을 버리고 테너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 윤이선으로 등장한다. 우연한 계기로 오페라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윤이선은 문학회의 리더 서진연과 오페라 공연을 준비하며 테너의 꿈을 키워나간다.
작품은 열정은 넘치지만 어리숙했던 학생들이 공연을 준비하며 저마다 성장을 이루는 과정을 따라간다. 연주부터 연기까지 엉망이 되어버린 첫 리허설을 마치자마자 무대 배경으로 걸어뒀던 천이 폭삭 가라앉는 장면은 만화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진정한 꿈을 깨닫는 순간 역시 만화의 한 장면처럼 풀어낸다. 주인공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천천히 움직이는 가운데 무대 측면에서 코러스들이 나타나 "일 테노레!"라고 외치는 순간은 꿈을 마주한 설렘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일 테노레'는 아마추어 동료들과 탁월한 재능을 갖춘 주인공이 만난다는 전형적인 줄거리를 따라가지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솜씨가 돋보인다. 작품은 윤이선과 서진연이 서로를 향한 감정을 키우는 모습과 단출했던 공연이 정식 대관 공연으로 규모를 불려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윤이선을 연기한 서경수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는 무반주로 노래하는 대목에서 빛을 발했다. 서경수는 오페라 공연이 시작되고 18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지자 힘 있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울림을 남겼다.
공연을 관람하는 일제 간부를 암살하려는 서진연의 명분과 윤이선의 꿈이 상충하는 대목도 몰입감을 높였다. 무대 한쪽에서 공연을 최종 점검하는 윤이선과 다른쪽에서 거사를 점검하는 문학회를 대비한 넘버가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꿈을 포기해야 할 운명에 놓인 서진연과 윤이선의 처지를 무대 전체가 회전하는 연출로 부각한 점도 인상을 남겼다. 무대 뒤편을 형상화한 세트가 180도 회전하며 관객의 눈앞에 커튼을 드리울 때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다만 일부 대목에서 주인공의 심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은 윤이선을 형인 기선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인물로 그리면서도 기선의 이야기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선을 언급하는 대목이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의 심리를 짐작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초연 제작진으로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듀오, 뮤지컬 '데스노트'의 김동연이 참여했다. 무대 디자인은 '순신'의 오필영 디자이너가 맡았다.
주인공 윤이선 역에는 서경수와 함께 홍광호와 박은태가 출연하며 문학회의 리더 서진연은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가 연기한다.
공연은 내년 2월 25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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