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평양의 잠 못 이루는 밤…김정은 고민 많을 것"
"평양 문법의 행간 읽으면, 미국이 핵무기를 쏘지 않으면 나도 안 쏜다는 소리"
"영변 경수로, 내년 여름쯤 정상 가동"…국방부는 경수로-핵물질 연관성 낮게 판단
中 군용기 KADIZ 진입시 비례적 대응 첫 공개…"국제규범 따라 사전통보는 한다"
"독도 빠진 정신전력교재, 윤 대통령 어이없어 하셨고 저도 할 말이 없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내년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 등 정치일정을 겨냥한 북한의 전략·전술적 도발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신 장관은 28일 송년 기자간담회와 만찬 자리에서 "김정은이 맞이한 (핵무력) 방정식이 복잡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과거에는 핵을 개발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이용을 해야 하고, 지금은 그게 최후의 수단이며 그걸 갖고 그들이 원하는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면서 "그러니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기를 골라 도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 북한의 도발과 한미 정치일정 간의 상관계수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오히려 기술적 요인이 더 중요했던 반면, 2017년 무렵 나름대로 핵능력이 완성된 이후에는 한국과 특히 미국 정치일정을 감안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8년에는 (북한의 도발이) 좀 먹혔지만 2019년부터 안 먹히더라, 그래서 더 세게 레버리지(지렛대)를 높이자(라고 북한이 생각하는 게) 지금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서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사격 등으로 "2025년을 대비하기 위한 2024년 기저효과 달성의 밑자락을 깔기 위해 도발할 것 같다"고 했고, 한국에 대해서는 군사도발로 '전쟁이냐 평화냐' 구도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 장관은 그러나, 북한은 핵무력 강화를 통해 한미 이간책을 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한미·한미일 결속이 강해진 것을 보며 당혹스러운 상태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한미 NCG(핵협의그룹)나 한미일 (공조) 등 올해 이뤄진 여러가지 조치에 대해 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틀림이 없는 것 같다"며 "김정은이 꼭 이렇게 또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복합적인 마음이다. 지금 굉장히 고민을 하고 있구나, 평양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언술과 관련해 "화성-18형 쏘고 난 뒤 (김정은이) 얘기했다. 핵 도발을 하면 내가 공격하겠다. 이는 평양 문법인데 서울 문법으로 바꾸면 미국이 핵무기를 쏘지 않으면 나도 안 쏜다는 소리"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한미 NCG 끝나고 발표를 했다. 북한이 핵 공격을 하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이다. 그것도 뒤집어놓고 생각하면 네가 핵 공격 안 하면 생존한다 이 소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에 봉기가 일어나는 거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북한) 정권 종말을 할 수 있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북한이 화답을 한 것이다. 네가 핵 공격 안 하면 나도 안 할 거야라는 소리"라며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장관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밝힌 북한 영변 경수로 가동 정황과 관련해 IAEA를 통해 알려진 10월 중순보다 몇 달 앞서 탐지했고, 정상 가동은 내년 여름쯤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국방부는 IAEA나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경수로를 이용한 핵물질 생산은 기술적 가능성이 낮고 전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는 경수로 가동이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위한 소형원자로 시험이나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삼중수소 추출 목적일 가능성은 남겨두면서도, 북한 발표대로 영변 지역 전기공급 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신 장관은 중국 군함과 군용기의 서해상 군사활동 동향에 대해 우리 군의 비례적 대응을 처음으로 공개 언급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 함정에 대해서는 우리가 비례적 대응을 했는데, 항공기는 넘어오는 것을 경고하고 수세적 대응만 했다.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몇 개월 전부터 우리도 중국 방공식별구역(CADIZ)을 동일거리만큼 넘어가고 있다. 다만 우리는 국제규범에 맞게 사전통보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 다른 개념이어서, 단지 상호 오인 충돌 방지를 위해 사전에 들어간다고 통보하라는 게 국제규범이고 이를 어기는 나라가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만 어긴다"고 덧붙였다.
신 장관은 최근 본격 가동을 시작한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와 관련,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우려가 제기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미 간) 협력의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이 있을 뿐 미국 MD 가입이나 미국 MD 통합 같은 용어는 없다"면서 "MD 가입이라는 담론이 퍼져서 (우리) 미사일방어전력 구축하는데 10년을 허송했고 일본보다 10년 구축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한 초정밀·고위력 무기 개발과 관련해 현무4와 현무5 미사일 시험 성공 사실을 밝히면서도 전력화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한편 신 장관은 장병 정신전력교재에 독도 관련 기술이 잘못된 점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좀 어이없어 하셨고 저도 할 말이 별로 없었다"면서 "제가 꼼꼼히 살펴야 했는데 마지막 발간될 때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해당 교재를 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4만부 발간할 계획이었고 현재 2만부를 배포했으나 전량 회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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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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