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동거중인 두 친구의 매운맛 코미디…유튜버 '핫소스'[인터뷰]

안호균 기자 2023. 12. 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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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유튜브 채널 핫소스 김선응·송형주 인터뷰
"동아방송대 방송연예과 동창…10년째 함께 사는 중"
"서로 장난치는 모습 유튜브에 올리면서 자리 잡아"
"친구가 장난쳐도 화 안나…'스턴트 코미디'라 생각"
"친구끼리 함께사는 모습, 시청자에게 공감 얻은 듯"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유튜브 크리에이터 핫소스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2.28.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유튜브 채널 핫소스를 운영하는 개그맨 김선응(29)과 송형주(29)의 라이프스타일은 독특하다. 대학 동기인 두 사람은 지금까지 10년째 함께 살면서 자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친구이면서 가족이면서 동료 같은 사이인 셈이다. 이제는 동료 유튜버, 편집자 등 남자 8명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 됐다.

핫소스의 대표적인 콘텐츠는 '장난치기'다. 채널 이름처럼 엄청나게 매운맛의 장난이다. 자고 있는 친구 몸에 쥐덫을 붙여놓거나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릴 정도다. 친구 방을 토마토 범벅으로 만들어놓거나 방문을 다 부숴놓기도 한다. 이렇게 '사악한' 장난을 매일같이 구상하고 영상에 담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항상 뜨겁다. 핫소스를 비롯해 이들이 운영하고 있는 4개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220만명에 달한다. 뉴시스는 지난 18일 서울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핫소스 김선응과 송형주를 만나 10년째 우정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 같은 관계죠"(송형주)

"'공무원화' 돼서 못 헤어지는 그런 사이가 됐어요"(김선응)

송형주와 김선응은 동아방송예술대 방송연예과 13학번 동기다. 두 사람 모두 대전 출신이어서 금세 친해졌고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개그맨을 꿈꿨지만 군대에 다녀오니 개그 콘서트가 없어졌다. 그래서 2017년부터 아프리카TV에서 인터넷방송에 도전했다. 초반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병원에서 임상시험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나갈 정도였다. 그러다 유튜브 채널에 올린 콘텐츠가 점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는 영상이었다.

송형주는 "친구 사이이니 옛날부터 서로 장난치는걸 좋아했다. 그런걸 영상에 담아 업로드를 하다 보니 조금씩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2019년쯤부터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던 것 같다. 유튜브에 내보내는 건 가능한 선이고, 못 내보낼 정도의 장난도 진짜 많이 친다."고 말했다.

김선응은 "원래는 뽀글뽀글한 폭탄머리였다. 이 친구가 자고 있는 내 머리를 밀어서 그걸로 수세미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걸로 설거지를 하더라. 그런데 영상이 너무 잘 됐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지금 핫소스 채널이 자리를 잡았다. 그 때는 나도 속상했는데 사람들이 머리를 깎으니까 귀엽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짧은 머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이 독한 장난만을 보고 핫소스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 내 옆에 있던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서로 심한 장난을 치면서도 얼굴을 마주보고 깔깔 웃고 나면 금세 마음이 풀어지는 그런 사이다. 그래서 10년을 같이 살면서 실제로는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정도로 성격이 잘 맞는다. 자신들을 '이혼하지 못하는 부부', '공무원화된 사이'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오히려 이들의 단단한 우정이 느껴졌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유튜브 크리에이터 핫소스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2.28. kmn@newsis.com


영상 속에서 송형주는 짓궂은 장난을 치는 역할, 김선응은 당하는 역할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매일 당하면서도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고 무던하게 감내하는 김선응의 착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김선응은 "이제는 사람들이 이런걸 좋아한다는걸 알게 됐기 때문에 모르는 상태에서 당해도 '이건 (영상이) 잘 나오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당하면서 웃긴 것도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우리는 '스턴트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뭘 뒤집어 쓰더라도 그게 사람들에게 코미디로 재미있다면 직업 정신으로 잘 이겨나가자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등하게 서로를 괴롭히는 관계라고 한다. 김선응의 장난은 선을 넘어버려 영상에 내보낼 수 없는게 많다는 설명이다.

송형주는 "내가 수위를 맞춰서 하는 거지 이 친구(김선응)도 그만큼 한다. 이 친구는 (영상을 내보낼 수 있는) 수위를 못 맞추는 것이다. 나는 MBTI가 'J'라서 매사 철저한데, 이 친구는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여러명의 친구가 동고동락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핫소스 영상만의 재미다. 이제는 김선응·송형주 뿐만 아니라 유튜버 배말랭(배건우)·황룡갑(황해성), 편집자 조현종·육은길 등 8명이 한 집에서 지내며 콘텐츠를 만든다. 서른살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군 시절 내무반이나 학창 시절 수학여행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특히 젊은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의 남성 시청자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시청자도 많은 편이다.

송형주는 핫소스 채널이 젊은층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를 묻자 "삶이 팍팍해서가 아닐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같이 살면서 장난치는 모습에서 공감을 얻는 것 아닌가 한다. '나도 친구랑 저렇게 장난을 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장난의 수위가 좀 세다보니 보는 걸로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선응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친구들이 같이 살면서 시트콤적인 모습들이 많이 나오지 않나. 어릴 때는 친구들이랑 같이 지내는게 가장 즐거운 나이이니 이런게 제일 좋은 도파민이 되는 것 같다. 20대 중반 이후 연령대에서는 그리움 같은 것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짐작했다.

친구들끼리 합숙하듯 살아간지도 몇 년이 됐다. 매일이 촬영과 편집의 연속이다. 일과 사생활의 구분 없는 삶이 힘들진 않은지 궁금했다. 핫소스는 현재의 삶에 큰 불만이 없는 듯 보였다. 특별한 계획이나 목표 없이 꾸준히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함께 해 나가고 있다.

송형주는 "요즘 또래 친구들을 보면 굉장히 외로움을 많이 탄다. 우리는 외로움은 없다. 외로워서 여자친구를 사귀고싶다는 생각도 잘 안 들게 된다. 힘든게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 년 째 같이 사는걸 보면 이게 즐겁고 이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 계획에 대해서는 "우리는 하루하루를 이렇게 살다 보니 솔직히 해를 넘기고 달이 바뀌는 게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긴 하다. 올해처럼 그냥 했던대로 쭉 더 잘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우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재밌는 영상을 만드는게 목표"라고 밝혔다.

친구라는 단어가 가져다 주는 설명하기 어려운 든든함이 있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속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그리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내 옆에 있다는 건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요소 중 하나다.

김선응과 송형주는 서로에게 그런 버팀목이 돼주는 친구였다. 두 사람에게 상대방이 어떤 존재인지 각각 물었다. 처음엔 쑥쓰러워 했지만 이내 10년지기 친구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송형주는 김선응에 대해 "기둥 같은 존재다. 내가 많이 의지한다"고 표현했다. 김선응은 송형주에 대해 "태양 같은 친구다. 없으면 안되는 친구다"라고 힘줘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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