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분쟁지역’ 신원식 “교재비 낭비 제 불찰” 안이한 문제의식
신원식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책임…재검수하기로”
‘감수’ 문제로 축소…‘집필’ 근본 원인은 언급 안해
국방부, 대통령실 ‘질책’ 이전까지는 “문제없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가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에 대해 28일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장관의 입장 표명은 이번 사태가 교재를 감수하는 과정에서의 불찰이라며 추가적으로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서 그쳤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 국방부가 대통령실 지시가 나오기 전까지는 문제 없다는 태도를 견지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으로서 독도를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빌미를 주고 결과적으로 영토주권을 위태롭게 한 데 대한 안이한 문제의식을 보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 장관은 전날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오늘 대통령을 수행하러 갔다가 질책을 받았다. 일반 국민은 깊이 모를 수 있어도 적어도 책임있는 공직자라면 독도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말려들어선 안된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며 “그렇게 기술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좀 어이없어 하셨고 저도 할 말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신 장관은 “꼼꼼히 살폈어야 했는데 마지막 발간 전에 살피지 못한 것을 (대통령께) 사과드렸고 바로 전량 회수하겠다고 보고드리고 차관에 지시했다”며 “최종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어쨌든 제 임기 때 발간되는 거니까 제가 살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봤으면 이것, 이것 바꾸라고 했을 텐데 그 행위는 하지 않았다. 꼼꼼히 못 봤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교재의 기존 자문위원이 아닌 새로운 자문위원들에게 추가 감수를 맡기기로 했다. 올해 교재의 집필진 10명 전원과 자문위원 8명 중 4명이 현역 군인이었다. 신 장관은 “그 분들이 못 보신 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명망 있는 자문위원들이 다시 감수를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며 “주적 개념과 같은 큰 골자는 그대로 가겠지만 표현 등에 대해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신 장관은 이번 사태가 근본적으로 왜 일어났는지, 즉 집필 단계에서의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국익을 위해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정부는 일본과의 영토·역사 문제처럼 민감한 현안은 건드리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이번에는 왜 굳이 독도 문제를 기술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장관은 대신 “(문제가 된 부분을) 누가 집필하고 누가 감수했는지, 처벌하거나 문책하려는 게 아니고 확인을 좀 해보라고 (현재) 감사하는 단계”라며 “시스템적으로 점검 체계를 갖춰나가야겠다(는 생각)”고 했다.
신 장관의 사과는 배포된 교재를 전량 회수하면서 낭비된 세금 4000만원에 주로 맞춰졌다. 그는 “(교재) 4만 부 중 2만 부가 먼저 배포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4000만원의 혈세가 낭비되긴 했으나 전량 회수해서 독도와 관련된 정부 방침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며 “혈세 4000만원이 낭비된 것에 대해 장관으로서 사전에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제가 챙기지 못했다. 제 불찰이다”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대통령실의 질책이 있기 전까지는 이번 사태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방어한 것도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방부가 자의에 따라 이번 사태를 시정하려고 한 것인지, 대통령실 질타에 뒤늦게 등 떠밀리듯 잘못을 인정한 것인지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입장문이 나오기 이전인 전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교재의 서술은 독도 관련 영토 분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정부 방침에 반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의에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영토 문제를 언급하는 게 아니다”며 “주변국이 영토에 대해 여러 주장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 국가가 독도를 영토분쟁으로 인식한다는 기술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댜오위다오, 쿠릴열도 분쟁과 독도가 동일선상에서 읽힌다’는 지적에 “그러니까 그 문장의 주어를 보시면 주변 국가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저희의 주장이 아니다”라면서 “여러가지 국제 정세를 기술하는 것이”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문이 나온 뒤 국방부는 “표현 상의 문제점이 식별됐다”며 교재 전량 회수 방침을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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