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독도=영토분쟁 교재, 제 불찰…명망있는 분들이 재감수"

박응진 기자 허고운 기자 2023. 12. 29. 1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만부 중 2만부 이미 인쇄돼 전량 회수…4000만원 예산 '낭비'
"장관으로서 사전에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책임지고 사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 2023.11.23/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해 비판을 받은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자신이 사전에 꼼꼼하게 챙기지 못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신 장관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소재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교재를 발간하기로) 최종 결심한 것은 저이기 때문에, 모든 책임은 저한테 있다"며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신 장관은 "집에 책을 한 권 갖고 와서 중간 중간 슬슬 넘겨봤는데 꼼꼼히 못 봤다"면서 "어쨌건 독도 문제는 잘못된 기술이니까 수정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국방부는 이 교재에서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기술했다.

이는 대한민국 고유 영토인 독도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 열도)와 함께 영토 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커 파장이 일었다. 독도가 분쟁 지역이 된다면 국제법 상 논의의 폭이 확대되는데, 이는 일본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전부터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이 교재엔 한반도 지도가 11차례 등장하는데, 이 지도들엔 모두 독도가 표기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이 교재의 집필은 올 봄과 여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교재 집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하반기 구성됐고, 집필은 올해 1월부터 시작, 2차례 감수를 거쳐 올 8월 말 인쇄할 수 있는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이 교재의 기술 방식에 대해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신 장관을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란 게 일반 국민들은 깊이 모를 수 있어도 책임있는 공직자라면 독도를 국제 분쟁화하려는 일본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실 제공)2023.12.28/뉴스1

신 장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제가 꼼꼼히 살펴야 하는데 (교재가) 발간될 때 살피지 못한 것을 (대통령께) 사과드렸다"며 "그래서 바로 제가 전량 회수하겠다고 보고드리고, 차관한테 지시해서 선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5년 만에 개편해 이달 말 배포 예정이던 총 4만부의 교재 중 이미 인쇄된 2만부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감수 과정도 감사하기로 했다. 2만부 인쇄엔 4000만원의 예산이 들었다고 한다.

신 장관은 이에 대해 "혈세가 낭비되긴 했지만 (교재를) 회수해서 독도 관련 정부 방침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면서 "장관으로서 사전에 꼼꼼하게 챙겨야 하는데 챙기지 못해서 제 불찰"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 교재의 집필진은 김수광 국방부 정책기획관(육군 소장)과 김성구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육군 준장)을 비롯해 중위~중령 등 현역 군인과 군무원으로만 채워졌다. 이는 지난 2019년 발간된 교재의 집필진에 민간 학자들이 참여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 자문 위원 10명 중 4명은 현역 군인인 육·해·공군·해병대 공보정훈실장이었다. 감수 위원 10명 중엔 4명의 민간 학자가 포함됐지만, 국방정신전력원과 국방대 소속 교수 또한 4명 참여했다.

신 장관은 집필진에 지도에 독도를 표기하기 않은 데 대해 "그 사람들(집필진) 입장에선 축척 때문에 (독도를 생략)한 것 같은데, 울릉도와 독도는 축척과 별개로 따로 빼서 (표기)했어야 된다. 집필하는 사람도, 감수하는 사람도, 최종 지휘감독을 하는 중요 직위자들도 면밀히 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을 못 봤다"라고 말했다.

신 장관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 실장들이 좀 더 예민하게 살펴야 되겠다. 그다음에 감수 요원들이 많던데 왜 꼼꼼히 못 봤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그분들(기존 자문·감수 위원들)이 못보신 것을 볼 수 있도록 명망있는 (민간) 자문위원들이 다시 감수를 해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도록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교재를 보완하겠단 입장이다. 교재 보완엔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pej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