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구원투수' 안철상 대법관 퇴임

최기철 2023. 12. 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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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상 대법관이 29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사법부에서 38년 봉직한 안 대법관은 법원을 떠나면서 '부단한 성찰'과 '중립성 유지'를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안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헌법은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기관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칼도 지갑도 주지 않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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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 대법원장 공백사태' 내부 수습
안 대법관 "법관의 주관, 재판 투영 안돼"
"부단한 성찰 · 중립성 유지 위해 늘 경계"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안철상 대법관이 29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사법부에서 38년 봉직한 안 대법관은 법원을 떠나면서 '부단한 성찰'과 '중립성 유지'를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안철상 대법관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헌법은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은 기관으로서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칼도 지갑도 주지 않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바탕으로 존립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의 독립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일 뿐, 법관 개개인의 자유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사법권의 독립이 위협받을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법관은 "사법부의 판단은 최종적인 것으로서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관은 부단한 성찰을 통해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주관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재판에 투영되는 것을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법관 생활을 소회하면서 "재판을 받는 국민을, 처리할 일의 대상이 아닌 주권자인 주인으로 받들겠다고 다짐해왔지만, 수많은 사건에 매몰되어 소홀함이 없었는지 자책감이 들 때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럼에도 저는 법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밤낮으로 고심하면서, 법 너머에 있는 법을 발견하기 위해, 또 현실 너머에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왔다"고 돌아봤다.

또 "다수결의 원리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사법부에 부여된 헌법적 정당성의 근원임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안 대법관은 끝으로 "지혜와 덕망을 겸비하신 신임 대법원장님과 함께 법원 구성원 여러분의 노력으로 우리 사법부가 법적 평화를 통한 사회통합을 이루고,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시절 대법관에 임명된 안 대법관은 '중도보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8월 '국정농단 사건' 전원합의체 상고심에서, 다수의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삼성그룹과 '뇌물' 관계에서 공동정범이라고 판단했지만 안 대법관은 이와 배치되는 소수의견을 냈다. 2020년 7월 이재명 경기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판단에서는 이 대표의 유죄를 인정하는 소수의견에 섰다.

안 대법관은 임기 중 대법원과 사법부가 큰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2018년 2월 대법관에 임명된 지 한 달만에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했으나 곧바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사법농단) 관련 특별조사단장을 맡아 수습에 나섰다. 퇴임을 석달 두고는 대법원장 장기공백 사태가 들이닥치자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두달 동안 사법부를 이끌었다. 대법관 시절의 시작과 끝을 비상사태에서 보낸 셈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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