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들의 착취[책과 책 사이]

김종목 기자 2023. 12. 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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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가 노동자가 지각하면 분 단위로 월급에서 차감하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임직원 경조사 때는 노동자들에게 대장을 돌려 부조 금액을 적게 한 뒤 월급에서 덜어냈다. 사내에는 “지각비가 없으면 열심히 출근하는 사람이 손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을들 간의 적대와 경쟁도 제대로 부추긴 셈이다.


☞ ‘지각비’ ‘경조사비’ 월급 차감···‘전태일 책’ 만들면서 근로기준법 위반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221412001

출판계의 비극은 민음사 같은 경우 그나마 노동조건이 다른 출판사보단 나은, 아니 덜 나쁜 곳이라는 점이다. 출판노조로부터 북라인드(Book-lind)에 오른 제보 사항을 전해 받았다. 지각비 등을 고발한 곳이다. 노동조건이나 근로기준법 관련해선 “직원 갈궈 쫓아낼 때는 권고사직 인정 안 해줌” “급여 날 안 지켜줌” “야근은 5일 중 5일” “야근비 안 줌” “상사 퇴근 전 퇴근 못함” “편집자가 카드 뉴스 제작” 같은 내용이 올랐다. “5인 사업장인데 1년에 5인 나감” 같은 글도 있다. 사주나 상사에 관한 글도 많다. “어른들 심기 건드리면 절대절대 안 되는 곳”, “사장이 분노조절 장애” “사장은 창업주 동생” “회장님 손자”, “딸이 물려받을 예정”. “메신저 자리 비움 기능 체크” 같은 사측의 감시에 관한 글도 눈에 띈다.

출처: 출판노조

“N년 전 면접에서 페미니스트 사상검증 질문, 그래놓고 페미니즘 책 내는 아이러니”라는 글은 전태일문학상 수상작 책을 내면서도 이번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함께 적발된 사회평론을 떠올리게 한다.

출판사가 출간 책 내용대로 살 수는 없다. 세습 경영이니, 부동산 투자니 이윤 챙기기 다 좋다 치자. 밖으로, 겉으로 ‘사회정의’를 열렬히 내세우는 이중성과 ‘내로남불’도 좋다 치자. 최소한의 준거는 지켜야 한다. 착취의 마지노선은 근로기준법 준수다. 출판노조 사무국장 김원중은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 등 제기 때면 사주나 상사들이 선배니 하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후배를 살뜰히 챙기려 내세우는 말이 아니다. 가족이란 말도 퍼졌다. 일터에서 노동조건을 다투고 따질 때 나오는 형·동생이니, 선후배니, 가족이니 하는 말들에 깃든 건 착취나 가스라이팅이다.

출판노조는 올 상반기부터 저임금 같은 생존 문제나 노동조건 문제를 논의하자고 출판협회에 요구하고 있다. 출판협회는 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 [아침을 열며]이런 가족
     https://m.khan.co.kr/opinion/morning-column/article/201812022038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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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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