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성정치 초월한 정치’ 성공 요건[포럼]

2023. 12. 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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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수락 연설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준 데 이어, 다음날 출근길 인터뷰에서 '정치 교체'를 시사함으로써 미래 정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다시 말해,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내친김에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정치 교체를 기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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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수락 연설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신선한 충격을 준 데 이어, 다음날 출근길 인터뷰에서 ‘정치 교체’를 시사함으로써 미래 정치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일단 불출마 선언 자체가 예상을 뛰어넘는 신의 한 수다. 그동안 정치권이나 언론이 쏟아낸 무수한 예측을 억측과 허언으로 만들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쾌도난마의 깃발을 들었다. 지각없는 정치권 일각의 여러 폄훼에도 불구하고 불출마 선언은 살신성인하는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비대위원장의 정치 교체 비전은 여러 군데서 포착된다. 그는 선거 때마다 나오는 세대교체론 같은 상투적 개혁 시늉은 국민이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열정과 동료 시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선의’가 공천의 기본 자질이라고도 했다. 그는 ‘여의도 300명의 화법은 여의도 사투리’라고 규정하고, 자신은 ‘5000만의 화법’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통용돼 온 ‘선당후사(先黨後私)’ 대신 ‘선민후사’를 제시하며 ‘국민의힘보다 국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당파성을 떠나 본래의 정치 기능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이르러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한 위원장은 지난 28일 20∼40대 ‘비(非)정치인’ 위주로 비대위를 구성했다. 그는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공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기계적인 다선 불출마나 영남권 교체를 하기보다는 통념적인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국민을 위하는 열정과 실력으로 헌신하는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것은 탈(脫)이념적 실용주의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위원장은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내친김에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정치 교체를 기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단 ‘운동권 특권정치 세력과 개딸 전체주의가 결탁한 다수당의 폭주를 막는 게 시대정신’임을 천명했다. 이와 함께 인구 재앙, 범죄와 재난 예방, 진영을 초월한 서민과 약자 보호 대책 등 ‘정교하고 박력 있게’ 준비된 정책을 국민을 위해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민생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퇴행하고 있고 정치 현실은 참담하다. 실로 이념적 양극화와 진영 정치의 적대적 감정은 정치를 총체적 위기로 몰았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강성 진영 정치에 함몰돼 있다. 이들은 탈진실의 확증편향에 빠져 있고, 정치인들은 당파적 이해관계와 사리사욕에 몰두해 국가와 국민을 소외시켰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한계치에 다다랐다.

한 위원장이 근본적인 정치 교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비정치인들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데 이어 공천 과정에서도 참다운 인사를 선발하는 혁신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은, 국민을 위한 개혁 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번 총선에서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떨쳐 버리고 정책 대결의 참신한 선거를 전개하는 것이다. 정치 초년생이라곤 하지만 정치의 모순을 제대로 간파하는 한 위원장이, 원칙과 신념이 확고한 결단력과 명쾌한 논리와 기지를 발휘하는 변혁적 정치 리더십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믿는 바 기대가 크다.

양승함 前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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