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에 찾은 ‘사유의 방’[오후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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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까치밥으로 남았던 감도 이제 보기 힘들다.
얼마 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다시 찾았다.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지만, 특히 사유의 방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찾는다는 명소다.
경천사 탑을 뒤로한 채 2층 상설전시장에 오르면 복도 맨 끝이 사유의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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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까치밥으로 남았던 감도 이제 보기 힘들다. 2023년이 이틀 남은 세밑 가지다. 올해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다. 한 해를 돌아보며 자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얼마 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을 다시 찾았다. 박물관은 대부분 무료지만, 특히 사유의 방은 하루에도 수백 명씩 찾는다는 명소다. 본관 1층에 들어서면 복도에 우뚝 서 있는 고려 때의 경천사 십층석탑이 압도적이다. 희귀한 대리석 탑이라는 유산의 귀중함과 함께 복제품이 아닌 실물이란 사실에 새삼 경탄하게 된다.
경천사 탑을 뒤로한 채 2층 상설전시장에 오르면 복도 맨 끝이 사유의 방이다. 어두컴컴한 짧은 복도를 지나 전시장에 들어서자, 두 불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1400년의 긴 세월을 건너온 금동반가사유상이다. 문화재 지정번호 폐지 전엔 왼쪽의 불상은 국보 78호, 오른쪽 불상은 국보 83호로 불렸다. 각각 6세기 후반과 7세기 전반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시 공간엔 황톳빛의 은은한 조명이 두 불상이 자리 잡은 타원형 무대를 비출 뿐, 아무 장식도 없다. 무대를 한 바퀴 돌면서 불상의 뒷면을 볼 수 있는 것도 이례적인 경험이다.
두 불상은 모두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에 걸치고, 오른쪽 손가락을 볼에 살짝 붙인 채 묵언 수행하고 있다. 찬찬히 보니 두 눈을 뜬 듯 만 듯 감은 채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다. 바로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다. 무언의 화두를 던지는 불상들을 따라 묵상에 빠져 본다. 잡념과 단절한다는 게 더 맞겠다. 캠핑장의 불이 아니라, 불상을 넋 놓고 바라보는 ‘불멍’이다. 불현듯 저 자리에 앉으면 이 무념의 끝에 닿을까 부질없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역시 아무 대답이 없다. 과연 우문현답(愚問賢答)이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통로에 있는 기념품점은 추억을 간직하려는 관람객들로 제법 붐빈다. 불상 모형 코너는 필수다. 그렇지만 관람료는 무료인데 합성수지로 만든 조악한 모형들은 값이 싼 게 6만5000원이다. 아쉽다. 반값으로 낮추면 두 배 이상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 밖 공기는 쌀쌀했지만 한층 신선하다. 평일 방문이어서 더욱 고즈넉했다. 연말연시 휴일 집에서 불상을 떠올리며 묵상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 더 나은 새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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