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커진다” 외국인 중국 증시 엑소더스

■ 투자금 4개월새 90% 증발
2350억 위안→307억 위안 급감
부동산 시장 악화와 부채 증가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시장 급랭
전문가 “정부 미온 대처도 한몫”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부동산 시장 악화와 부채 증가,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증시 투자금액이 4개월 사이 9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하면서 중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거래 시스템 데이터를 계산한 결과 최근 4개월 동안 외국인 투자금액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중국 상장 주식에 대한 외국인 순투자는 8월에 2350억 위안(약 42조5000억 원)에 이르렀지만, 12월엔 87%나 감소한 307억 위안에 불과했다. 연초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 기대심리로 투자가 꾸준히 늘었지만 8월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가 본격화되자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월 중국 상장 주식의 외국인 순매도는 약 260억 위안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29일 증시가 마감되면 스톡커넥트 연결 이후 8년 만에 외국인 투자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CSI300지수 또한 15% 이상 하락해 마감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이 비구이위안 위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긍정적인 경제지표, 미·중 관계의 해빙 가능성, 대출 기관의 예금 이자율 인하 가능성 등에도 투자가 줄고 있는 것은 다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위기 등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나 부진한 경기부양책, 온라인 게임 관련 관리 입법안 등 정부의 규제 등이 투자심리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UOB카이히안 최고투자책임자(CIO) 왕치(王崎)는 “소비자 신뢰, 기업 신뢰, 투자자 신뢰가 모두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이사 가르시아-페레로도 “결국 투자자들이 상승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의 라이다 기업 아우스터가 중국 경쟁사의 라이다 기술이 미국인을 상대로 한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정치권과 정부가 대응에 나서도록 로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라이다는 레이저가 사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과의 거리를 재는 센서로 자율주행차에 꼭 필요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