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부 “이승만, 대통령 아닌 독립운동가 공적 평가해 내년 ‘1월 독립운동가’ 선정”

내년 ‘1월의 독립운동가’ …독립운동 공적 명확하나 부정선거 과오
이승만기념사업회가 올해 처음 추천…건국훈장 대한민국장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에 선정된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국가보훈부가 1992년부터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선정됐다 . 국가보훈부 제공

국가보훈부는 이승만(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전 대통령을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2024년 1월의 독립운동가에 선정된 것은, 보훈부가 1992년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선정하기 시작한 지 33년 만이다. 464번째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선정된 것이다.

보훈부는 매년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 기념사업회 등에서 추천받아 연말에 다음 해 1∼12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를 미리 선정해놓는다. 올해도 총 256명의 후보를 추천받아 보훈부·광복회·독립기념관·근현대사 전공학자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해 38명을 내년에 매달 발표될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 30여년 동안 이달의 독립운동가 후보로 추천받지 못하다가 올해 이승만기념사업회가 처음으로 추천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기도 했던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공적은 명백한데도 30년 넘게 추천이 없었던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과오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훈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공적에는 흠결이 없다"면서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 과정에선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적이 아닌 독립운동가로서의 공적을 평가한다"며 이 전 대통령이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배경을 설명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1875년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이승만 전 대통령은 1895년 배재학당에 입학해 자유와 평등 등 근대적 정치사상을 배웠고, 1899년 고종폐위 음모사건에 연루돼 한성감옥에 투옥돼서는 제국신문에 논설을 기고하며 독립정신을 전파했다.

이후 미국에서 존 헤이 미 국무장관을 만나 한국의 독립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 미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에게는 한국 독립보전에 관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1919년부터 1925년까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대통령으로 활동했으며, 1932년에는 임시정부로부터 국제연맹에서 한국독립을 탄원할 특명전권대사에 임명됐다.

다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대통령으로서의 행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토대를 구축했고, 한반도에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았으며, 한미동맹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도 있지만, 6·25전쟁 중 한강 인도교 폭파와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 등 과(過)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20일 박민식 당시 보훈부 장관은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사적 논쟁이 있는 인물을 선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관이 마음대로 할 사안이 아니라 선정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