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 수분양자 2만가구 ‘발동동’ 입주·환급 갈림길

2023. 12. 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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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14곳 HUG 분양보증 가입
공정률 80% 이상은 HUG가 이행
환급시 HUG 넘어가 ‘기약없는 공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28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가 보인다. 태영건설의 분양 프로젝트의 수분양자들은 향후 분양이행과 환급이행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연합]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이미 분양이 진행된 사업장의 처리 방향이 관심이 쏠린다. 태영건설은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2만가구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의 우려가 적지않다. 공사가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브랜드 가치 하락 혹은 시공사 교체 등으로 인한 사업 기간 지연이 우려되고, 분양대금을 돌려받으려면 그간의 이자 부담 등은 그대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9일 정부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공사 중인 주택사업장 중 분양이 진행돼 분양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은 22곳, 1만9896가구다. 이 중 14곳(1만2395가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에 가입된 곳이다. 다른 6개 사업장(6493가구)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진행하며 나머지 2곳은 신탁사나 지역주택조합보증이 시행하는 사업장이다.

이들 사업장은 태영건설이 공사를 이어가거나, 시공사 교체를 통해서도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다만 공사가 중단되면, HUG는 분양 계약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회수할 수 있다. 주택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하는 사업주체는 HUG로부터 분양보증을 받고 있다. 공정률이 80%를 넘었으면 환급하지 않고 HUG가 직접 시행자가 돼 분양을 이행한다.

시공사의 공사 중단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분양계약자들은 HUG에 분양이행과 환급이행 중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행청구’를 할 수 있다. 만약 HUG가 시행사 역할을 대신해 공사를 진행하면, 공사 재개 지연 등으로 입주가 계약 당시 제시한 일정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준공 일정이 밀려 입주가 늦춰지면 그만큼 이자를 내는 기간도 길어진다.

분양계약자의 3분의 2 이상이 희망하면 공사를 포기하고 그간 납부한 분양대금을 돌려주는 환급이행 절차에 돌입한다. 환급이행이 결정되면 안내문 발송, 청구서류 접수 및 심사, 금액 확정 등 과정을 거쳐 1개월 안에 이미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원금만 지급하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분양대금을 대출 등으로 조달해 이자가 발생했다면 이 부분은 고스란히 손실이 된다.

이 경우는 HUG가 해당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기존 시공사와의 특정 조건에 맞춰진 사업장을 현재 시점에서 참여하려는 업체는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응찰자가 계속 나타나지 않으면 수년이 흘러서야 헐값에 넘겨주거나, 기약 없이 공매를 반복하게 될 수 있다.

HUG가 분양대금을 돌려준 이후 다시 공매에 나서고, 자금 회수에 성공하는 것까지 상당한 시차가 걸리는 셈이다. 실제 과거 공매에 들어간 프로젝트 중에는 매각이 하세월로 지연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올해 HUG가 공매로 내놓은 ▷부산 명지 엘크루 미분양아파트(2010년 보증사고) ▷제주 조천 레이크샤이어(2020년 보증사고) ▷대구광역시 북구 복현동 416-2(2020년 보증사고) 등은 보증사고 처리 사업장으로 분류된지 수년~십여년이 흐른 상황이다. 부산 명지 엘크루 단지의 경우 2010년 말 공사 중단 이후 타 시공사가 완공했는데, 2013년 첫 공매에 310가구가 나온 이후 올해 들어서도 미분양 2가구가 남아 공매에 나왔다. 올해 HUG가 인정한 분양보증사고 사업장은 12곳(보증금액 8500억원)에 달하는데, 이들 사업장은 각각 ▷분양이행 진행 중 ▷계속사업 진행 중 ▷환급이행 진행 중 ▷보증이행방안 검토 중이다. 그렇잖아도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보증금을 대신 갚아 재무여력이 크게 악화된 HUG에는 또 다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는 LH가 시행하는 사업장 6곳은 분양 이행을 통해 분양계약자 입주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이어가지 못하면 시공사를 교체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신탁사나 지역주택조합보증이 시행하는 사업장 2곳은 이해 관계자 간 공사 계속 여부, 시공사 교체 여부 등을 통해 협의하게 된다. 정부는 해당 사업장도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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