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한동훈 쇄신책에 달린 ‘전과자’ 의원들 운명
‘도덕성 논란’ 의원 공천 페널티 클 듯
사면복권자 복당 길 막힐 가능성 있어
“피의자가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면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습니까?”(한동훈 법무부 장관)
지난 9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을 ‘검찰 소환 후 시작된 자해’로 표현했다. 이처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그간 법률가로서 정치인들의 법 위반 문제를 상당히 무겁게 인식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과 대척점에 자리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결국 그가 내놓을 쇄신책 역시 도덕성에 기반을 둘 가능성이 높고, 사면복권된 인사들에 대한 복당도 원천배제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당장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들과 예비후보들은 한 비대위원장이 내놓을 각종 쇄신책에 따라 울고 웃을 가능성이 크다. 누가 웃고 울게 될 것인가.
29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한동훈 비대위가 지향하는 1차 쇄신책은 ‘도덕성’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즉 전과가 있거나, 도덕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에 대한 공천 페널티가 상당히 클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19명이 22건의 전과경력이 있다. 전체 국민의힘 의원 5명 중 1명이 전과자란 이야기다. 최근 돼지머리 고사상 이슈로 언론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구미갑의 구자근 의원의 경우 이미 도로교통법 위반과 음주운전 등 전과 2건이 있다. 한무경 의원은 폐기물관리법 1건과 산업안전보건법 1건에 대한 전과가 있고, 허은아 의원은 음주운전만 2건이다.
예비후보자들이라고 다를까. 앞서 세계일보가 지난 18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명부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힘 예비후보 10명 중 3명꼴로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278명 중 89명(32%)이 전과가 있었다.
제주갑 장동훈 예비후보는 2018년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4000만원을, 2010년 사기로 벌금 500만원 등 총 6건 전과를 신고했다. 경기 안산상록을 권호숙 예비후보는 건축법 위반·상해·무면허 운전 등으로 전과 5건 기록을 제출했다.
최근 높아진 국민의 법감정과 함께 정치권에서 각종 심사 및 공천 배제로 언급되는 음주운전 전과자는 36명이었다. 대부분 초범이었지만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을 저지른 후보도 있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김헌일 예비후보는 2002년과 2006년, 2007년 각각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200만원·150만원을 냈다고 신고했다. 부산 서구동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도 2017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150만원을 냈다고 신고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동훈 비대위의 1성이 비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각계 분야를 대표하는 참신한 비대위구성이라고 한다면 2성은 바로 윤석열 정부의 기조인 공정과 정의를 표방한 쇄신책일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에 대항하는 우리 국민의힘은 보다 강력한 도덕성을 쇄신책으로 내놓아 국민의 선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내놓을 도덕성을 중심으로 한 쇄신책이 어디까지 확장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예비후보 등록과 관련해 사면복권자에 대한 복당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된다.
현재 여권에선 과거 각종 범죄로 법의 심판을 받은 뒤 사면 복권된 다수의 인사가 총선출마에 나선 상태다.
진주갑에서 또다시 도전한 최구식 전 의원의 경우 과거 한나라당 디도스 공격에 연루됐고, 보좌관 월급을 사무실 운영비로 유영한 혐의(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죄)로 징역형(집행유예)를 최종적으로 선고받은바 있다.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2027년까지 선거에 나갈 수 없었지만, 올해 신년 특사 명단에 오르며 복권 혜택과 함께 사면됐다. 그는 복권이 된 직후 국민의힘에 복당을 신청했지만 반려됐다. 현재 그는 또다시 복당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또 2018년 5월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유죄 판결로 임기 절반을 남긴 채 의원직을 잃은 권석창 전 의원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사면 복권된 후 22대 총선 충북 제천·단양 선거구 출마를 선언했다. 현재까지 복당이 되지 않은 권 전 의원은 입당 방해세력이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무소속 출마로 인해 보수가 분열하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동훈 비대위가 높은 기준의 쇄신책을 내놓을 경우 복당이 불가능하거나, 무소속 출마 후 당선된다 하더라도 입당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사면복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정적이다. 사면 복권된 인사들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혐의를 따져 심사를 하거나, 무소속 출마 하더라도 향후 입당을 완전히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경주 경제민주화시민연대 대표는 “국민은 정치권에 보다 높은 도덕성을 주문하고 있다”며 “결국 사면복권 된 인사들의 복당문제도 이같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게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중도층에선 대통령의 특권인 사면복권의 경우 정치적인 선택일 뿐, 국민의 용서와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며 “차기 총선의 승부처가 수도권과 중도층인 만큼 그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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