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국민 혈세, 낭비하지 말자
“납세자가 낸 세금을 정부가 낭비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우리 국민들에게 질문을 하면 거의 대다수 국민이 비효율적으로 낭비한다고 답변할 것이다. 1990년대 미국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 국민의 85%가 정부가 세금을 낭비한다고 응답했다는 자료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4월이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납세자들은 유력 정당과 국회의원이 당선을 위해 공약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막대한 돈을 부담해야 하는 채무자 신세로 변한다.
애국가 4절에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라는 가사가 있는데, 납세자 입장에서 본다면 선거 후에는 “괴로우나 즐거우나 세금 납부하세” 의미로 변한다.
매년 12월 말이 되면 보통의 중산서민층 근로자들은 수십 또는 백여만원의 연말정산 세금을 환급을 받기 위해 많은 자료 준비를 한다.
반면,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은 세금은 “눈먼 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타당성이 낮은 낭비성 사업에 수천억, 수조, 수십조원의 세금을 공돈처럼 펑펑 쓴다.
지난주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2024년 예산항목 중에서 몇 가지 낭비사례를 적시한다.
광주와 대구시를 연결하는 KTX 고속철도 건설 지원 법률이 상정되어 있다. 현재 대구와 광주 두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이용률도 매우 낮고, 산업 물동량도 미미한데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낭비예산 신설을 막아야 한다.
부산시장 선거 때문에 급조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도 당초 추정 예산 30조, 40조원에서 100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의 인구와 경제규모는 계속 축소되고 있고, 현재 사용되는 김해공항의 확장으로도 충분한데도 국민의 혈세 지출은 거침없이 매년 쑥쑥 진도가 나가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루에 국제선 비행기 한편만 운행한다는 전남 무안공항의 활주로 확장공사에 수천억원의 세금지출이 신설되었다.
조만간 선심성 예산낭비 청구서는 불쌍한 납세자와 젊은 MZ세대 머리 위로 날아온다.
자동차보험금을 허위로 타내기 위한 가짜 환자와 가짜진단서 발급과 입원 등 비도덕적 의사 뉴스가 자주 나온다. 비양심적인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선의의 대다수 자동차 소유자 모두가 자동차 보험료를 십시일반 더 지불하는 셈이다.
동일한 이치로 거액의 선심성 세금낭비를 현재와 미래의 모든 납세자가 십시일반 나누어 부담하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공분(公憤)의식도 낮고, 불의에 침묵한다.
현대의 조세와 재정제도의 발전은 근대 서구의 산업화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근대 산업화의 성공역사를 보면 최초의 산업화를 이룩한 영국은 7세대가 걸렸고, 독일은 4세대가 걸렸고, 일본은 2세대 반의 기간이 걸려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가장 늦게 시작한 대한민국은 한세대 반 만에 단기간에 걸쳐서 산업화에 성공했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수십 년의 짧은 기간의 초고속 경제성장 덕분에 그동안 세금이 많이 들어오고, 적당히 낭비적 지출을 하여도 우리의 재정상태가 매우 건전하였다.
금년도 우리의 경제성장률이 1.3%의 저성장이고, 한국은행은 인구감소 등 노동력감소와 내수위축으로 우리경제가 향후 0% 성장을 전망한다.
다가 올 미래도 과거처럼 세금이 잘 징수될 거라고 착각하고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면 대형 재정위기의 도래는 순식간이다. 최근 민주당 대표가 민생경제가 어려운데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예산편성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판하였다.
세계에서 재정파탄 또는 실패한 국가는 공통점이 있다. 정치인 개인의 영달을 위한 포퓰리즘 사업을 위해 국채발행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증대하는 것이다.
대규모 국채발행의 여러 부작용 중에서 한 가지만 예시한다.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수시로 발행하면 시중의 돈이 정부로 들어가고, 민간부문이 사용할 재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시장의 이자율이 오르게 된다.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은 신규투자를 축소하거나 이자율이 낮은 다른 국가로 이전하게 된다.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면 경제성장이 침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률이 오르고, 서민층이 직격탄을 받게 된다.
성장이 후퇴하면 세금이 적게 들어오고, 다시 국채발행을 늘려야 하는 악순환을 계속하는 것이 실패한 국가의 모델이다. 저성장 시대, 고령화시대, 저출산 시대의 ‘세금 아껴 쓰기’는 오늘과 미래의 대한민국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해가 걸린 일이다.
초(超) 절대 권력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그 이후는 국회의원의 행동에 대해 유권자는 통제가 불가능하게 된다. 정치권력의 횡포에 무력감, 좌절감, 정치혐오를 느낄 뿐이다.
내년 선거에서 누구를 선출하는 지가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발전과 성장에 중요한 시기이다.
운동권 세대의 분배, 복지, 공정 등 거대담론과 이론에서 벗어나서, 서민층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큰 ‘세금 아껴 쓰고, 아껴 걷기’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민의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순간 주객(主客)이 전도되어 선량한 관리인의 역할을 망각하는 사람이 많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애국가 가사처럼 나라의 미래를 진실하게 걱정하는 성실한 공복(公僕)을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고문 전 관세청장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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