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환자, 항생제 노출되니 면역 항암제 치료 효과 50% 이상 떨어져

위암 환자 CT 영상 /서울대병원

위암 환자가 항생제에 노출되면 면역 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낮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면역 항암제는 외부 물질이 아닌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종양내과 정민규·김창곤 교수와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정희철 교수, 연세대 의대 병리학교실 신수진 교수, 카이스트 이정석 교수·고준영 박사, 한국식품연구원 남영도 교수·신지희 박사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면역 항암제 치료 전 항생제에 노출될 경우 무진행 생존율(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기간)과 전체 생존율이 각각 65%, 55% 저하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14년 1월~2021년 7월 연세암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면역 항암제를 투약받은 진행성 위암 환자 253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면역 항암제를 투약받기 전 28일 이내에 항생제에 노출된 환자들에서 무진행 생존율과 전체 생존율이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반면 세포독성 항암제를 투약받은 환자들에서는 투약 전 28일 이내에 항생제 노출과 치료 효과는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추가로 연구팀이 환자들의 혈액과 분변 시료를 분석한 결과, 면역 항암제 투약 이전 항생제에 노출된 환자군에서 장내 미생물총의 다양성 감소와 암세포에 대항하는 T세포의 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장내 미생물총의 다양성과 순환 T세포의 기능 저하 정도가 면역 항암제 투약에 따른 치료 효과와 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임을 규명한 것이다.

위암 발병률은 아시아에서 특히 높다. 한국에선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발병 4위(10.8%)를 기록했고, 폐암·간암·대장암과 함께 암 사망률이 높은 위험한 암으로 꼽힌다. 특히 발병 후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진행성 위암이거나 재발 위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10% 내외로 예후가 매우 나쁘다. 최근 위암 치료에 있어 옵디보, 키트루다 등 면역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과 위암 환자의 전체적인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면역 항암제의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민규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암 환자의 면역 항암제 치료 전 항생제 노출력이 치료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앞으로 환자 치료에서 개인 특성을 고려해 보다 향상된 치료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