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팅레터] '인류 구원할 우리가 무조건 옳다'.. 실밸의 효율적 이타주의

임경업 기자 2023. 12. 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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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투자받은 뤼이드의 3년

2년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국내 스타트업에 1억7500만달러(당시 약 2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산타토익의 뤼이드입니다. 비전펀드2의 자금을 받은 장영준 뤼이드 창업자는 단연 ‘그해의 인물’이었습니다.

작년과 올해는 그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뤼이드는 22일 주주총회에서 퀄슨의 박수영 대표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습니다. 장영준 창업자는 고문으로 한발 물러납니다. 누구는 ‘손정의의 교통정리’라고 하더군요. 뤼이드의 스토리를 들여다볼 4건의 기사를 골랐습니다. 물론 자간의 의미는 4건을 읽고나서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나눠주시길. ‘돈’의 냉정함일지, 스타트업이란 조직이 가진 숙명일지, 아니면 인생이란게 본래 그런 건지.

[원문1, 작년 구조조정한 뤼이드] ‘산타토익’ 뤼이드…구조조정 나선다

[원문2, 특이했던 올해 법정 소송] 뤼이드에 무슨 일이…개인 간 지분 매매에 회사가 피소

[원문3, 뤼이드의 리얼클래스 인수] 뤼이드, 리얼클래스 운영사 인수한다

[원문4, 뤼이드 CEO 교체] 손정의가 2000억원 투자한 뤼이드, 결국 CEO 바꿨다

2021년 당시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았던 당시, 인터뷰하는 뤼이드의 장영준 대표. /조선일보DB

◇전기차 스타트업의 꿈은 실현될까

모든 스타트업의 미래 계획서에는 항상 우상향의 그래프가 있습니다. 다들 ‘직선’, 한발 더 나가 ‘제이커브’로 우상향그래프를 그려넣곤 합니다. 하지만 우상향의 그래프는 직선이 아니라, 주가의 변덕과 같은 곡선입니다. 나중에 시계열로 길게 봤을 때는 ‘와우’를 연발케하는 직진으로 보이지만, 그 시계열 안에 사는 사람들에겐 매일 올랐다내려가는 곡선입니다.

제이커프를 꿈꾸던 스타트업이 많았던 분야가 전기차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전기차·배터리 상장사 43곳을 분석했는데, 이미 3곳은 파산했고 2곳은 팔렸답니다. 나머지 38곳 가운데 18개 업체는 ‘런웨이’가 내년말까지라고 합니다. 신규 자본이 안 들어오면 현금이 바닥난다는 겁니다. 심지어 12일 버틸 현금밖에 없는 곳도 있다고 하네요.

루시드·니콜라와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의 주가는 말그대로 널뛰기였습니다. 수백%가 올랐다가 다시 반토막을 나곤했습니다. 흑자도 제대로 못내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제2의 테슬라’라는 꿈을 파는 상황입니다. 10년뒤에도 살아남아, 우상향 그래프였음을 입증할 곳은 어디일까요.

[원문 보기] ‘제2 테슬라’ 꿈꾸던 미 전기차 스타트업체들, 이제는 생존 걱정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루시드사의 전기차 '에어'를 살펴보는 모습. /뉴스1

◇인공지능은 결국 ‘돈’이 모든걸 말하나

챗GPT의 오픈AI 기업가치가 최근 3개월 동안 껑충 뛰었다고 합니다. 10월만 해도 860억 달러였는데, 지금은 1000억 달러를 인정받고 있다는 외신 보도입니다. 물론 아직 1000억 달러 가치를 인정한 투자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돈은 인공지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사석에서 한 창업자는 ‘돈만이 인공지능의 성능을 담보하는 잣대’라는 말을 하더군요. 한국에서 써볼 수 있는 LLM을 모두 시험적으로 활용해봤다는 그 창업자는 ‘투자금 순서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떠오르는건, 네이버와 카카오입니다. 네이버는 1조원이나 썼다는데... 한국은 유독 예외가 많았던 시장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시대에 아래아한글은 버텼고, 구글의 검색 시대에도 네이버는 건재했습니다. LLM은 어떨까요.

[원문 보기] 오픈AI 몸값, 130조까지 올랐다…AI ‘쩐의 전쟁’ 뒤 짙어진 그늘

오픈AI 로고. /뉴시스

◇광주, 대구에서 서울을 이기는 테크놀로지를 기다리며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입니다.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하나도 서울을 통하지 않곤 성립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돈과 힘이 넘치는 서울에 인재가 모이니, 지방은 그저 관광지일 뿐입니다. 대구든, 광주든, 제주든 서울과 비교하면 ‘관광지’이거나 ‘소비도시’에 불과합니다.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의 통계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연령대별 신규 판매자의 거주지를 분석했더니, 젊은 판매자들이 꽤 많이 비수도권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20대의 비수도권 거주자 비율은 39%, 30~50대는 36%라고 합니다. 물론 스마트스토어의 통계이니, 판매자들은 모두 자영업자나 부업으로 봐야합니다. 스타트업과는 결이 다릅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면 거주지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

[원문 보기] 5년새 매출 50배, 서울 왜 가요…20대 ‘디지털 사장’ 지방 대박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캡쳐

◇브라보, 나의 인생. 쉰살의 창업.

쉰살의 창업 결심은 사실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리스크 대비 리턴인데, 리스크의 크기에 비해 리턴이 적기 때문입니다. 통상 스타트업 창업가가 엑싯하는데 10~20년 걸린다고 했을 때, 성공했다한들 예순, 일흔이 됩니다. 스무살 창업과 비교하면 ‘성공의 과실’을 누리는 기간은 너무 짧습니다. 반면, 실패에 대한 대가는 혹독합니다. ‘재기’할 기회를 갖기 쉽지 않습니다. 나이라는 벽은 그렇게 무섭습니다.

40대와 50대의 누군가는 오늘도 창업합니다. 대부분 ‘아이디어’ 창업이라기보다는 20년 넘게 현장에서 배운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창업입니다. 40~50대 창업자에게 희망을 주는 기사입니다. 읽어보니 기사 자체는 참 재미없습니다만, ‘그들의 리스크 대비 리턴’을 생각하면서 일독해주시길 권합니다.

[원문 보기] ‘투자 혹한기’ 뚫은 베테랑…4050대 창업가 빛났다

◇그들은 선이었을까

실리콘밸리의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는 한때 전세계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추종하던 ‘선(善)’이었습니다. 테크놀로지와 열정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자는 겁니다. 물론 자원봉사가 아닌 비즈니스인만큼, 냉정한 경영 판단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목적지가 선하다고 과정의 잘못을 덮을 수 있을까요? 애초에 창업가가 제시한 목적지가 선이 맞긴 했던걸까요? 한정된 자원인데, 나의 선한 목적이 다른 필요처보다 우선해야할까요?

오픈AI 이사진이 AI의 위험을 막기 위해 샘 올트먼 CEO를 해고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사태를 어떻게 봐야할까요? 현재는 샘 올트먼이 옳고, 일리야 수츠케어가 잘못이라는게 여론입니다만. 물론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나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요. 2023년의 마지막날, ‘효율적 이타주의’를 고민하는건 어떨런지요.

[원문 보기] “인류 구원할 우리가 무조건 옳다” 이 오만이 오픈AI 사태 불렀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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