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깃발 꽂은 무신사…유니클로에 도전장
라이브 피팅룸·단독상품 한정판매 등
체험으로 차별화…유니클로와 경쟁
[부산=김지우 기자]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부산 서면에 신규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내년엔 전국에 3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제품 체험공간 확대를 앞세워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로 SPA 브랜드로서의 입지 확보와 외형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진한 '무탠다드' 색채
지난 28일 방문한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건물. 은빛 외관이 햇살에 반짝였다. 홍대, 강남, 대구 동성로, 성수에 이은 무신사 스탠다드의 다섯 번째 매장이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미디어 월이 눈길을 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와 시즌별 컬렉션을 영상 콘텐츠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코끝엔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의 시그니처 향인 '미스틱 우드향'이 맴돈다.
핵심은 체험이다. 피팅룸은 2~3층에 걸쳐 총 15개가 마련됐다. 최대 5벌을 피팅룸에 가져가 착용해볼 수 있다. 피팅룸에도 차별점을 뒀다. 바로 '라이브 피팅 룸(Live Fitting Room)'이다. 직접 고른 제품을 착용해볼 뿐 아니라 착용한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 공간이다. 이를 통해 SNS에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이들을 유입하고, 브랜드 바이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면점은 1200㎡(약 363평)으로 1층부터 3층까지 총 3층 규모다. 전시 제품 종류는 1000여 개에 달한다. 남성 상품 비중이 60%, 여성 상품은 40%다. 앞서 문을 연 대구 동성로점보다 200여 평 정도 작지만, 핵심 상품을 압축적으로 선보인다. 1층엔 패딩, 코트, 가죽자켓 등 남성 시즌 메인 상품이 전시됐다. 2층에는 블레이저, 슬랙스, 언더웨어 등 남성 아이템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색상의 넥타이, 양말 등 포멀룩을 위한 아이템들도 진열돼있다.
3층은 여성 패션 및 잡화 상품으로 채워졌다. 스커트, 니트, 코트, 언더웨어 등을 구비했다. 다양한 핏과 컬러는 물론 슬랙스에 밴딩 처리 등 디테일한 부분에도 소재와 기능을 살렸다. 선진영 무신사 스탠다드 본부 오프라인실 실장은 "온라인에서는 남성 상품 매출이 더 많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선 여성 상품 매출이 더 많다"고 말했다.
지역상권 살릴까
서면점 오픈으로 지역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서면점은 부산 지하철 1호선 서면역 2번 출구에서 250m 떨어진 쥬디스태화 건물에 위치해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지난해 4월 이후 건물 1층이 공실이 되면서 상권이 약해졌었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전언이다. 서면점 골목 안쪽에는 옷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입점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에서는 상권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인근 SPA 브랜드 매장들과의 경쟁도 예상된다. 서면점은 유니클로, 에잇세컨즈와 불과 163m 떨어져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서면점에서만 있는 단독(익스클루시브) 아이템도 한정 판매한다. 부산을 상징하는 갈매기가 그려진 티셔츠와 스트링백이다. 그래픽 아티스트 '옥근남(OKEH)과 협업해 제작했다. 앞서 대구 동성로점에서도 옥근남과 협업한 수달 단독 상품을 선보여 완판한 바 있다.
이벤트도 마련했다. 이날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나흘간 매일 무신사 스탠다드 서면을 방문한 고객 중 선착순 100명에게 50%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이벤트 기간 상품 구매 시 무신사 앱 회원을 인증하면 전 상품 1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선착순 2500명에게는 코트, 패딩, 한정판 스트링백, 머플러 등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 1종을 랜덤으로 증정하는 스크래치 쿠폰 이벤트도 진행한다.
고객 접근성도 한층 높였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도 운영한다.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오후 7시까지 온라인 주문하면, 오후 7시 이후에 1층 외부에 있는 픽업 락커에서 수령할 수 있다. 재고 유무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 벽면에는 '원하는 상품이 없다면 무신사 앱에서 구매 후 무료배송으로 받아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옴니채널 전략을 활용하는 셈이다.
본격 입지 넓히기
무신사 스탠다드는 내년 전국에 30개의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SPA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유니크한 디자인 상품은 입점 브랜드를 통해 선보이고, 기본템들은 PB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의 PB브랜드 확장은 외형성장을 위해 필수다.
지난 2017년 론칭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점차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직접 만들어서 파는 '제품 매출'은 2021년 871억원에서 불과 1년만인 작년 1794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9%에서 25%로 늘었다. 지난해 무신사 플랫폼 입점업체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창출한 '수수료 매출'과 '상품매출'도 각각 전년 대비 70%, 1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무신사 스탠다드는 내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업계에서 브랜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실적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통해 무신사 스탠다드의 약점으로 꼽히는 주고객 연령층이 한정적이라는 부분도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 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는 1020대에 집중된 브랜드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착용해보면 훨씬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경험하실 수 있는 브랜드"라며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오프라인 채널"이라고 말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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