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의원 11명 가상자산 거래 1256억… 1118억이 김남국”
현직 국회의원 중 10명이 보유·거래한 가상 자산 일부를 국회에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의원 11명이 임기 중에 가상 자산을 1256억원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18억원은 김남국 의원이 한 거래였다. 지난 5월 김남국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 자산 보유 관련 논란 이후 국회 요청으로 권익위가 국회의원들의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을 조사해 내놓은 결과다.
29일 권익위에 따르면, 21대 국회의원들이 임기를 시작한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5월 말까지 3년간 가상 자산을 보유했던 의원은 18명이다. 임기 시작 시점에는 의원 8명이 24종, 약 1억70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17명이 107종, 약 9억2000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김남국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 자산이 8억4000만원어치였다.
또 11명이 임기 중에 가상 자산을 625억원어치 매수했고 631억원어치 매도했는데, 이 가운데 김남국 의원의 매수가 555억원, 매도가 563억원이었다. 나머지 10명의 매수액은 70억원, 매도액은 68억원이었다. 이 10명의 거래 중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본 경우는 약 8300만원이었고, 가장 손실을 많이 본 경우는 약 1억5000만원이었다. 의원들이 매수·매도에서 가장 비중이 큰 가상 자산은 비트코인(BTC)이었다.
그런데 10명은 국회에 자기가 가상 자산을 보유·거래했다고 자진 신고한 내역과, 권익위가 확인한 보유·거래 내역이 일치하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 2명은 가상 자산이 있는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다른 2명은 국회에 신고한 가상 자산 거래 내역과 실제 거래 내역이 일치하지 않았다. 또 다른 6명은 가상 자산 소유·변동 내역을 모두 누락했다.
A의원은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인 ‘빗썸’을 통해 이더리움(ETH)을 49회에 걸쳐 총 6895만8377원어치 매수·매도하고, 이더리움W(ETHW)를 8차례 입·출금했으나 이런 변동 내역을 국회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의원은 권익위에 “국회에 가상 자산을 등록하던 시점에는 빗썸 계좌를 폐쇄한 상태로, 가상 자산 잔고가 없었다”고 소명했다.
의원 6명은 페이코인(PCI)을 보유하고 일부는 거래도 했음에도 이를 국회에 신고하지 않았다가 권익위 조사에서 적발됐다. B의원은 임기 개시 시점에 PCI를 5000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B의원은 권익위에 “PCI를 지인으로부터 매입했고, 이 사실을 기억하지 못해 미등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의원은 임기 중에 PCI 약 7000개를 출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 개시 시점 PCI 5000개의 가치는 약 94만원이었으나, 출금 시 약 7000개의 가치는 약 1050만원이었다.
C의원은 임기 개시 시점에 PCI를 약 1689개 갖고 있었고 임기 중 이 가운데 약 12개를 결제에 사용했으며 나머지를 계속 보유하고 있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C의원 보유 PCI의 가치는 약 18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떨어졌다. C의원은 권익위에 “PCI를 가상 자산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인식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한다. 다른 의원 3명도 수만~수십만원어치 PCI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고, “가상 자산으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D의원은 PCI 59만원어치 보유를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고, 중간에 170여만원어치를 입금하거나 결제했으나, 권익위의 소명 요구에 아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의원은 임기 중에 클레이튼(KLAY) 등의 가상 자산을 8차례에 걸쳐 입·출금했으나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E의원은 “클레이튼을 지인 권유로 클레이스왑프로토콜(KSP)과 교환해 보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원 2명은 각각 약 2만원어치 BTC, ETH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들은 “거래소 회원 가입 시 이벤트로 지급받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렇게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 신고를 누락한 의원 10명의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각 의원의 소속 정당에는 이 조사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익위는 “가상 자산을 보유·거래한 의원 18명 중 3명이 가상 자산 관련 법안을 심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그러나 현행 이해충돌방지법상 가상 자산에 관한 법안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이어서, 이를 심의하는 의원들이 가상 자산 보유를 이유로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며 신고·회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25일 국회가 ‘국회의원 가상 자산 자진 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을 가결해 권익위에 의원 전원의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의원들이 ‘권익위가 국내 거래소 36곳으로부터 나의 가상 자산 보유·거래 내역에 관한 정보를 받아봐도 좋다’는 내용의 개인 정보 동의서를 실제로 권익위에 제출한 것은 9월이었고, 권익위는 이때부터 다른 정부 부처들과 함께 ‘국회의원 가상 자산 특별 조사단’을 구성해 3개월간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국회는 권익위가 의원 본인의 가상 자산 내역만 조사할 수 있게 했고, 의원 배우자 등 가족의 가상 자산은 들여다볼 수 없게 했다. 또 의원들이 해외 거래소를 통해서, 또는 개인 지갑으로 가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권익위가 이를 알 수 없었다.
권익위는 “의원별 변동 내역 분석 과정에서, 일부 의원에 대해서는 가상 자산을 어떻게 제공받았는지 등의 입·출금 관계가 불분명하고 거래 상대방이 직무 관련자인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나, 조사권의 한계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권익위는 또 국회에 “이번 전수 조사에서 확인된 국회의원 가상 자산 등록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22대 국회의원 임기 개시 전에 가상 자산 등록 비율 및 금액을 국회규칙으로 정하고, 가상 자산 등록 시 비상장 가상 자산 등의 누락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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