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중독·뇌진탕 등 신음하는 야생동물…올해만 2만408마리 구조

7321마리는 치료받고 자연 귀환…7601마리는 결국 폐사

지난 18일 농약중독으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입소한 독수리가 치료를 받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페이스북 캡처

올해 9월 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신고 1건이 접수됐다. "대천해수욕장에 낚시 쓰레기를 물고 있는 새가 쓰러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직원이 현장에 가보니 몸통에 감긴 낚시 봉돌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도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는 괭이갈매기 1마리가 있었다. 센터로 데려가 방사선촬영을 한 결과 괭이갈매기 소화기에서 낚싯바늘이 발견됐다. 낚싯바늘을 제거하고 치료를 했지만, 결국 괭이갈매기는 며칠 못 가 폐사했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있는 야생동물구조센터 17곳에서 다치거나 농수로에 갇히는 등 이유로 구조된 야생동물은 2만408마리에 달했다. 이 중 7321마리(35.9%)는 치료와 재활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갔다. 7601마리(37.2%)는 폐사했고 406마리(2.0%)는 아직 구조센터에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입소하게 된 야생동물은 2019년 1만4188마리, 2020년 1만5397마리, 2021년 1만7545마리, 작년 2만161마리, 올해 2만408마리로 최근 5년간 43.8% 증가했다. 멸종위기종만 따져도 2019년 1076마리, 2020년 1205마리, 2021년 1277마리, 작년 1202마리, 올해 1192마리나 됐다.

올해 구조된 야생동물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3252마리(1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충남 2469마리(12.1%), 서울 1791마리(8.8%) 순이었다. 분류군별로는 조류가 1만5915마리(78.0%)로 가장 많았다. 부모 새와 헤어진 새, 유리창에 부딪혀 뇌진탕을 입은 새,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새들도 있었다. 포유류(4268마리·20.9%)는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았다. 개체 수가 많진 않지만, 구조센터에 오게 된 파충류(216마리)와 양서류(7마리)도 있었다.

겨울철에는 농약에 중독돼 구조센터를 찾는 새가 많다고 한다. 지난 18일에도 농약을 섭취한 독수리 6마리가 단체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입소하는 일이 있었다. 최근 5년간 누군가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농약에 죽은 야생조류는 2093마리에 달한다. 야생조류는 먹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물과 땅에 남아 있는 농약을 미량 섭취하게 되지만, 폐사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