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얼어붙은 투심···1년새 M&A 10조 줄었다
완료 거래 규모 전년 대비 15% 감소
삼일PwC, 2년 연속 금융·회계 자문 석권
CS·JP모간 등 글로벌 자문사도 존재감 뚜렷
사업 재편 나선 기업發 M&A에도 촉각
글로벌 고금리 여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수합병(M&A) 시장을 덮치면서 자금 납입을 완료한 거래 규모가 1년 사이 10조 원 이상 줄었다.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꺾이면서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든 영향도 컸다.
다만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벌써부터 거래가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시장 안팎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올해 M&A 최대어로 거래 금액이 6조 원에 달하는 하림(136480)그룹의 HMM(011200) 인수가 내년 중 마무리되면서 거래량이 금세 회복세를 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일Pw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과 회계 자문에서 1위를 지켰다. 크레디트스위스와 JP모간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은 6조 원 이상의 거래를 조력하면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올 한 해만 100건에 달하는 자문을 수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울경제신문이 29일 집계한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2023년 M&A 시장에서 자금 납입을 완료한 거래는 총 429건으로 거래액은 61조 5712억 원이다. 지난해 561건의 거래가 성사돼 총 72조 3778억 원의 거래가 종료된 것과 비교해 건수는 23%, 규모는 15% 이상 감소했다.
올 들어 완료 거래 규모는 감소세를 이어왔다. 1분기 21조 3247억 원의 거래 금액은 2분기 15조 2228억 원으로 3개월 새 28.6% 이상 줄었다. 이후 3분기(14조 5908억 원)에 이어 4분기(10조 4330억 원)에도 거래 규모가 감소하면서 10조 원 초반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거래량(10조 8543억 원)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기업과 사모펀드 모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투자에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이후에도 자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거래 종결이 해를 넘기는 경우도 다수다.
다만 올해 하반기 들어 SPA 체결 거래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내년 중 거래 종결에 따라 거래량이 회복세를 탈 전망이다. 올 3분기(7조 7175억 원)와 4분기(5조 6103억 원) SPA 체결 거래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 거래량인 1조 7687억 원, 1조 5518억 원과 비교해 각각 336.3%, 261.5% 이상 큰폭으로 증가했다.
삼일PwC는 올해 금융 자문에서 꾸준히 선두 자리를 지키며 지난해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완료 거래 기준으로 총 7조 3056억 원(94건)의 거래를 조력했다. 삼일PwC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7551억 원) 인수 거래에서 매각 측을 조력했다. 지난 9월엔 SK(034730)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 기업인 CB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거래(5000억 원)을 자문했다.
올해 M&A 시장에선 글로벌 IB의 존재감도 빛났다. 2위에 오른 크레디트스위스는 총 10건의 거래를 조력해 6조 7046억 원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SPA를 체결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거래가 올해 5월 완료되면서 2조 원의 실적을 쌓았다.
뒤를 이은 JP모간은 총 7건(6조 1237억 원)의 자문을 수행했다. JP모간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의 PI첨단소재 인수 거래(9732억 원)에서 매각 측의 금융 자문을 맡았다.
삼일PwC는 금융 자문에 이어 회계 부문에서도 총 112건의 거래를 자문해 시장을 떠받쳤다. 완료 거래를 기준으로 수행한 거래 규모는 18조 8519억 원에 달한다.
삼일PwC는 한앤컴퍼니의 루트로닉 인수 거래(9577억 원)를 비롯해 SK팜테코 자본 유치(6600억 원) 등 올 한 해 시장의 주목을 받은 주요 거래의 회계 실사를 수행했다. 올 4분기엔 SK엔펄스 파인세라믹 사업부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거래(3600억 원)에서 양측 회계 실사를 수행하면서 거래 종료에 따라 추가 실적을 쌓게 된다.
삼정KPMG는 총 51건의 거래를 자문해 15조 6621억 원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롯데카드의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였던 로카모빌리티를 맥쿼리PE에 매각하는 거래(3961억 원)와 KT클라우드의 자본 유치(6000억 원)의 회계 실사를 수행했다.
법률 자문에선 김앤장과 광장이 각각 1, 2위에 올라 독주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역시 상위권을 지키며 활발한 자문을 이어가고 있다.
김앤장은 올해 총 100건의 거래를 수행해 31조 원 이상의 자문을 조력했다. 1조 1200억 원 규모의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거래에서 매각 측인 IMM PE를 조력했다. SK쉴더스 매각 거래에선 매각과 인수 양측의 법률 자문을 모두 수행했다.
지난해에 이어 2위에 오른 광장은 총 78건(12조 7023억 원)의 거래를 자문했다. 태평양과 세종은 각각 37건, 52건의 거래를 수행하며 9조 원 이상의 자문 실적을 쌓았다.
시장은 내년 M&A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자금 조달이 전보다 원활해지면서 조(兆) 단위의 대형 거래가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해 성사된 2조 원 이상의 거래는 MBK파트너스와 UCK의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와 EQT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 거래가 유일하다. 반면 지난해엔 롯데그룹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2조 7000억 원)과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2조 3441억 원) 등이 성사돼 2조 원 이상의 거래가 5건에 달했다.
다만 내년 중 하림이 6조 4000억 원에 HMM 인수 거래 종료를 앞두고 있어 단 한 건의 거래만으로도 거래 규모 회복과 거래를 조력한 자문사들이 두둑한 실적을 쌓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은 매각 금융 자문을, 삼일PwC는 HMM 측 회계 실사를 맡았다.
주요 기업의 사업 재편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면서 파이어세일(급매)에 나선 매물도 쏟아질 전망이다. SK그룹은 올해 SK쉴더스 매각에 이어 11번가는 강제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이밖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태영그룹은 삼일PwC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레저 전문 계열사인 블루원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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