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김윤석 "위대한 영웅의 죽음 아닌 한 인간의 진실성 그리려 했다"[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3. 12. 29. 09: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량:죽음의 바다’서 이순신 장군 역 열연
배우 김윤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 '노량: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아 한파를 물리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과 뜨겁게 만나고 있다. 김한민 감독이 제작에만 총 10여년에 걸려 몰두해온 영화 '명량'(2014), '한산:용의 출현'(2022)에 이어 내놓은 '노량: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임진왜란 발발 7년 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김윤석은 하나의 시리즈에 총 3명의 주연이 캐스팅된 획기적인 기획의 마지막편인 '노량'에서 전작의 주인공인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노량에서의 마지막 전투를 준비하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아 지적인 카리스마와 냉철한 판단력, 영웅 이면의 번민과 고뇌까지 다채로운 면모를 선보이며 김한민 감독의 선택이 절대적으로 옳았음을 입증시켰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윤석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연일 지속되는 무대인사 및 방송·라디오 출연 등 꽉찬 홍보 일정에 독감까지 앓고 있어 다소 지칠법도 했건만 자신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에 누를 끼칠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매질문마다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로코에서 영화 '모가디슈'를 촬영 중일 때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시나리오를 메일로 받아서 읽던 기억이 나네요. 앞서 두 분의 배우가 이순신 장군 역할을 먼저 하셨던 것에 대해서는 별 부담은 없어요. 오히려 너무 큰 이순신 장군 역할 자체에서 오는 부담이 컸죠. 감독님이 원하시는 '노량'에서의 이순신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부담을 줄여갔어요. 한산해전에서는 지혜로운 장수를, 명량해전에서는 용맹한 장수를, 그리고 노량해전에서는 현명한 장수로서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영화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이후 7년이 지난 1598년 12월 왜군의 수장이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장면으로 오프닝을 연다.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과의 조명연합함대 구성 및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이후 안전한 철수를 위해 명 진린에게는 뇌물 공세를 펴고 시마쓰(백윤식)와 협공을 펼치려는 왜군 고니시(이무생)의 계략 등을 묘사하면서 당시 조선을 둘러싼 정세를 날카롭게 펼쳐 보인다.

"노량해전 시기는 이순신 장군에게 상당히 복잡하고 착잡한 시기이셨겠죠. 7년 전쟁을 치르며 장군의 뛰어난 전투력뿐만 아니라 훌륭한 지략가로서의 면모도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당시 7년 전쟁 이후 왜와 명이 휴전 협정에 나서는데 이때 조선은 협상에서 배제됐었죠. 고니시 유키나와는 본토에서 지원군과 보급품을 계속 채워 나가면서 싸움에 임해요. 극중 편집된 대사 중에 '그 지루한 협상과 간악한 계략들을 잊었느냐'라는 내용이 있어요. 이순신 장군은 이 전쟁에서 가장 많이 희생된 사람이 조선의 백성들인데 그들을 배제하고 명과 왜가 전쟁을 종식시키자고 하는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드셨을 겁니다. 당시 조선의 인구가 800만 명에서 1000만 명이었는데 7년동안 4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서 이순신 장군이 '어떤 판단을 내리고 싸움에 임하는가, 또 어떻게 이 전쟁을 종식시킬 것인가'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담아보려 했어요."

김윤석은 '노량'의 촬영 기간 중 20kg의 무게가 넘는 갑옷을 입고 대부분의 촬영 분량을 소화한 탓에 코피가 터져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까지 겪었다. 심지어 왜군을 연기한 백윤식, 이무생이 입은 갑옷의 무게는 30kg에 달하기도 했다. 갑옷이 주는 육체적 고통과 배장면 촬영에서 오는 배멀미도 힘들었지만 김윤석이 꼽은 촬영중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아들 면(여진구)의 사망 장면을 목격하는 신이었다.

"장군님이 예지몽을 많이 꾸신 분이라던데 꿈에서 아들 면이 왜적의 칼에 죽는 걸 보는 장면이 힘들었어요. 경주에서 그 장면을 촬영했는데 아버지가 자식이 왜적의 칼에 살해당하는 모습을 직접 두눈으로 보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고통이었겠어요. 이 장면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돼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내 핏줄이 눈앞에서 타인의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는 내용은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었어요."

영화 '노량' 포스터 

김윤석은 '타짜'(최동훈 감독/2006), '추격자'(나홍진 감독/2008), '전우치'(최동훈 감독/2008), '황해'(나홍진 감독/2010), '도둑들'(최동훈 감독/2012), '남한산성'(황동혁 감독/2017), '1987'(장준환 감독/2017), '미성년'(김윤석 감독/2019), '모가디슈'(류승완 감독/2021) 등 수많은 히트작과 명작을 보유했고 국내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매번 협업한 감독들에 대해 존중을 표현해온 그이지만 '노량'의 연출자인 김한민 감독을 향한 그의 존중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강도가 더 높아 보였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부터 이번 '노량'까지 제작에 1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준비한 시간까지 하면 20년 이상이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세 편을 만들겠다고 계획한 것만 해도 대단한데 결국 다 완성시켜낸 용기와 끈기가 대단합니다. 촬영 전 시나리오를 놓고 하루 종일 김한민 감독님과 서로 토론을 한 적이 있어요. 저는 일방적으로 감독님의 수업을 들은 셈이죠. 이런 장면은 왜 넣었고 각 장면에서 이순신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돼야 하는지 상세한 분석을 들려주셨죠. 특히 VFX도 중요한 영화였기에 카메라의 위치나 무빙의 방향, 조명의 각도 등 모든 것들이 세세하게 맞아 떨어져야 했어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모두 당신의 계획대로 하라. 나는 이순신을 당신이 요구하는 대로 표현하겠다'였죠. 배우 입장에서는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영화 '노량'은 전국민이 알고 있는 역사속 결말 '내 죽음을 적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말하며 최후의 전투에서 왜군의 총환을 맞고 숨을 거두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해당 엔딩은 대부분의 관객이 숨을 멈추고 몰입할 수밖에 없는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탄생됐다.

"마지막 전투에 임하는 장군님의 심정은 '이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이 한몸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것이었겠죠. 마지막 엔딩만큼은 한 위대한 장수의 위대한 죽음보다는 400여년 전 직업이 군인이었던 50대의 한 사람이 죽는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순신 장군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했죠. '싸움이 급하다. 내 죽음을 내지 마라'시며 끝까지 해당 전투를 걱정하셨던 장군의 모습에 집중했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