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 휩쓴 1000억 자산가 ‘세이노의 가르침’… 1200만 관객 눈앞… 스크린 점령한 ‘서울의 봄’

2023. 12. 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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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K-컬처 분야별 베스트

‘개그콘서트’가 대한민국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던 시절, 한 개그맨이 외쳤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씁쓸한 표현이지만 곧바로 유행어가 됐다. 모두가 공감할 만한 외침이기 때문이다. 1등에게 관심이 가는 건 인지상정이다. 각 분야의 정점에 섰기 때문에 단연 눈에 띈다. 게다가 그들의 성과에는 이유가 있다. 올 한 해 문화계를 정리하며 각 분야 1등을 돌아보는 건, 2023년의 성공 방정식과 대중의 정서를 읽는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 책 - ‘세이노의 가르침’

직설적·현실적 조언에 공감
자기계발서로 70만부 판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사진)이다. 교보문고와 예스24의 2023년 도서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출간된 자기계발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두 서점 연간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요즘, 무려 70만 부가 판매됐으니 말 그대로 서점가를 ‘강타’했다. 비속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 독자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었다는 평인데, 독특한 출간 방식과 저자를 둘러싼 이야기도 흥미롭다. ‘세이노(Say No)’는 필명. 저자는 10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했으며,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다. SNS 등에서 인기를 끌었던 저자의 어록이 독자들의 요청으로 인해 출간된 사례. 특히 종이책은 7200원이라는 저가에, 전자책은 무료로 제공돼 화제가 됐다.

■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6년만에 장편 ‘도시와 그…’
독자 선정 ‘올해의 책’으로

올해의 소설가라고 하면, 문학 독자층의 건재를 보여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다. 하루키가 6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문학동네)은 지난 9월 한국어판 공개 후 석 달 만에 약 20만 부가 판매됐다. 국내 서점가 문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종합 순위도 높다. 교보문고 4위, 예스24 8위.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는 독자 투표로 선정하는 ‘2023 올해의 책’ 1위에 올랐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하루키가 등단 직후인 1980년대 초 한 문예지에 발표한 동명의 중편소설을 토대로 40여 년 만에 새로 쓴 작품이다. 주인공인 남성이 고교 시절 첫사랑이 말해 준 한 도시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그가 도시를 둘러싼 ‘벽’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즉 10대의 ‘나’와 40대가 된 ‘나’를 오가며 삶과 사랑, 자기 존재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 미술 - 백자청화오조룡문호

왕실 의례용 백자 70억 낙찰
고미술품 경매 최고기록 경신

완연한 불황 국면에 접어든 한국 미술시장에선 K-고미술이 빛났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1∼3위를 모두 조선시대 미술품이 휩쓸었다. 이 중 5월 마이아트옥션에 출품된 ‘백자청화오조룡문호’(사진)가 70억 원에 낙찰되며 연간 단일작품 최고가를 기록한 동시에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도 11년 만에 갈아치워 눈길을 끌었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단일작품 최고가를 쓰며 한국 미술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쿠사마 야요이를 눌렀단 점이 흥미롭다.

3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8세기 달항아리가 약 60억 원에 낙찰되는 등 국내외 전반에서 조선백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과 맞물린 결과다. 왕실 의례용으로 사용된 백자청화오조룡문호는 유려한 곡선과 여의주를 잡아채려 구름 속을 노니는 용 두 마리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등 상태가 완벽하다. 5개의 발가락을 가진 용이 그려진 백자호가 세계적으로 10∼20여 점에 불과하단 점도 특별하다.

■ 무용 - 유니버설발레단 강미선

창작발레 ‘미리내길’ 연기로
무용계 오스카 최우수상 수상

지난 6월 20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발레리나 강미선(사진)이 무용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23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에서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발레리나 강수진(1999년)·김주원(2006년), 발레리노 김기민(2016년), 발레리나 박세은(2018년)에 이어 5번째 수상이다.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발레 개혁자 장 조르주 노베르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강미선은 지난 3월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코리아 이모션’에 포함된 창작발레 ‘미리내길’로 수상했다. 강미선은 ‘미리내길’에서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연기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강미선은 2002년 연수 단원으로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코르 드 발레(군무) 무용수로 시작해 2005년 드미솔리스트, 2006년 솔리스트, 2010년 시니어 솔리스트를 거쳐 201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백조의 호수’ ‘심청’ ‘지젤’ 등 유니버설발레단 대표작에서 활약했으며 지난 10월 한강 노들섬 야외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오는 31일까지 ‘호두까기인형’에 출연해 관객과 만난다.

■ OTT - 넷플릭스 ‘더 글로리’

학폭 가해자들 향한 복수극
세계적으로 미투 쏟아내기도

김은숙 작가가 쓰고 배우 송혜교가 연기한 넷플릭스 ‘더 글로리’(사진)는 학교 폭력(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한국을 넘어 태국, 대만 등에서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학폭 폭로가 이어졌고,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이라는 명대사처럼 숱한 이들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며 추락했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2023년 상반기 시청 시간 집계 순위에 따르면 ‘더 글로리’는 전 세계에서 6억2280만 시간으로 K-콘텐츠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나이트 에이전트’(8억1210만 시간)와 ‘지니 & 조지아’(6억6510만 시간)에 이어 3위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3 1차 학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 초·중·고교 학생의 비율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참고, 방관하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를 드러냈다는 의미다. 처절한 학폭 피해를 담은 콘텐츠가 현실 속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셈이다.

■ 영화 - ‘서울의 봄’

韓영화 최초 12·12사태 다뤄
영화 외면했던 관객 불러 모아

한국 영화사 최초로 1979년 발생한 12·12사태를 다룬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사진)은 올해 개봉된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인 24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이튿날에는 지난 5월 개봉한 ‘범죄도시3’(1068만 명)의 기록까지 뛰어넘었다. 27일 1100만 고지를 밟은 ‘서울의 봄’은 연말연시 연휴 동안 12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봄’은 OTT 득세와 함께 영화를 외면했던 2030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의 봄’의 연령별 예매율 분포(CGV 기준)를 보면 30대(28.4%)가 가장 높고, 40대(24.4%), 20대(24.3%) 순이다. 12·12사태가 발생한 이후 태어난 2030 관객의 예매율 합은 52.7%로 과반을 차지한다. 그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심박수 및 스트레스 지수 측정 챌린지를 이어가며 ‘서울의 봄’의 흥행에 일조했다.

■ K팝 - 세븐틴

4·10월 발매 미니앨범 대박
올 누적판매 1600만장 돌파

올해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이 사라진 첫해였다. 그들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올해 K-팝 시장의 전체 앨범 판매량은 더 증가했다. 그 중심에는 그룹 세븐틴(사진)이 있다. 세븐틴은 지난 4월, 10월 발매한 미니 10집 ‘FML’과 ‘SEVENTEENTH HEAVEN’으로 각각 누적 판매량 628만 장, 초동 509만 장을 판매했다. 이는 모두 역대 K-팝 최고 기록이다. 기존 발매된 앨범까지 포함해 세븐틴은 올해 누적 앨범 판매량 1600만 장을 넘겼다.

공연 시장에서도 세븐틴은 돋보였다. 국내외 팬미팅을 비롯해 7∼12월 진행된 월드투어 ‘SEVENTEEN TOUR ‘FOLLOW’’ 등 총 23회 공연을 전 회차 매진시키며 오프라인 관객 80만 명, 온라인 관객 27만 명을 동원했다. 오는 31일 일본 최대 음악 축제인 NHK ‘제74회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세븐틴은 내년 초 필리핀, 마카오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 드라마 - ‘모범택시2’

‘정의사회 구현’ 복수 대행극
올 드라마 중 최고시청률 기록

올해 방송된 지상파·종합편성채널·케이블채널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거둔 드라마는 SBS ‘모범택시2’(사진)다. 2021년 방송된 시즌1에 이어 2년 만에 돌아온 이 작품은 사적 복수를 통한 정의 사회 구현을 그려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이 외에 JTBC ‘닥터 차정숙’(18.5%)과 tvN ‘일타스캔들’(17%), SBS ‘낭만닥터 김사부3’(16.8%), JTBC ‘대행사’(16%) 등이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TV 드라마 시청률이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 지표가 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일례로 MBC 사극 ‘연인’의 최고 시청률은 12.9%에 그쳤지만, 화제성만큼은 올해 방송된 드라마 중 단연 으뜸이었다는 평가가 적잖다.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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