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이선균 유서 보도는 가치가 있을까
TV조선, [단독] 달고 이선균 유서 공개… 언론 인용보도 이어져
권고기준에 정면으로 어긋나… '언론윤리 비판' 이어져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TV조선이 고 이선균 배우의 유서를 공개한 가운데, TV조선 보도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족이 비공개 요청을 했음에도 TV조선이 이를 공개하는 게 옳은지, 전후 상황을 알고도 인용보도하는 다른 언론의 문제는 없는지, 이러한 보도행태가 언론 윤리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한다.
TV조선은 27일 이선균씨 유서 일부를 공개했다. 보도 앞에는 [단독]이라는 표기가 붙어 있었다. 27일 오전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남겼다는 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졌지만, 구체적인 유서 내용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문제는 유가족들이 유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는 점이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경찰에 유서 비공개를 요청했다. TV조선이 당사자들이 원치 않는 유서를 공개한 것이다. TV조선은 유가족이 비공개 요청한 유서를 자신들이 공개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TV조선의 보도는 단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TV조선 보도를 인용한 언론사들이 등장하면서 관련 내용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네이버에 '이선균', '유서', 'TV조선'을 검색하면 90여 개의 기사가 나온다. TV조선 입장에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언론이 고인의 유서를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윤리적이지 않은 행위인 것을 대다수 언론이 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 따르면 언론은 유서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권고기준은 “고인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살의 미화를 방지하려면 유서와 관련된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단독보도를 한 언론사뿐 아니라 인용보도한 언론사에도 적용된다.
실제 조선일보는 2020년 희극인 고 박지선씨 모녀가 사망하자 구체적 사연과 유서 내용을 공개했다. 조선일보 보도 앞에도 [단독]이라는 표기가 있었다. 당시 신문윤리위원회는 조선일보에 경고 제재를 내리면서 “유서 관련 사항은 되도록 보도하지 않는 것이 자살 보도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TV조선 보도 민원을 제기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방송사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
언론의 비판도 나온다. SBS는 28일 <이선균 유서 일부 공개?… “유족도 비공개 요청했는데”> 보도에서 “이씨의 유족은 내용은 물론 분량까지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경찰에 표한 걸로 전해졌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유족이 비공개를 원했는데, 그의 죽음까지 조롱하고 있다' '지켜야 하는 선이 없다'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같은날 오마이뉴스는 <비공개 거부, 무분별한 보도… 끝까지 이선균 몰아세운 70일>에서 “다수 매체는 유가족의 뜻을 전하는 차원으로 고인의 기사를 갈음하는 분위기거나 유서 내용 보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냈지만, TV조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재인용하는 매체 또한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성 YTN 앵커는 28일 생생플러스 방송에서 언론의 사건 보도 관행을 지적하면서 “유족이 원치도 않는데 유서 내용이 TV조선을 통해 보도된 게 지금 기사가 떴다.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기자가 유서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면서 “정보를 수용하고 생산하는 경계도 모호한 상태에서 어느 대중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적 타살을 저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이선균씨 유서를 최초 공개한 TV조선 기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사화 이유, 유가족 협의 여부, 자살보도 권고기준 위반에 대한 입장 등을 물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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